마블 영화는 영화가 아닌가

2019.11.08 페이스북 트위터

©TIM P. WHITBY, GETTY IMAGES

마틴 스콜세지 감독이 마블 영화는 영화가 아니라고 말했다. 스콜세지는 ‘엠파이어’와의 인터뷰에서 마블 영화를 보지 않았다고 얘기하면서, “보려고 시도는 했지만, 마블의 작품들은 영화가 아닙니다. 배우들은 주어진 환경에서 최선을 다했고, 작품도 잘 만들어지긴 했지만, 솔직히 제 생각에 그것들과 가장 가까운 건 놀이공원입니다.”라고 말했다. ‘택시 드라이버’, ‘좋은 친구들’ 같은 명작을 남긴 마틴 스콜세지 감독이 한 말이니 논란이 뒤따를 만했다. 스콜세지 외에도 ’대부’의 감독 프랜시스 포드 코폴라는 “마틴은 친절해서 영화가 아니라고 얘기했을 것이다. 그는 그렇게 말하지 않았지만, 나였다면 천박하다고 말했을 것이다.”라고 했다. ‘나, 다니엘 블레이크’의 감독 켄 로치는 TV 인터뷰에서 “그것들은 햄버거 같은 상품으로서 만들어졌습니다. 대기업이 돈을 벌기 위한 상품으로 만든 것이죠. 돈을 벌기 위한 것이고, 예술로서의 영화와는 아무런 관련이 없습니다.”라고 말했다.

마블 측의 사람들이 이런 얘기를 듣고만 있을 리는 없었다. 가장 먼저 질문을 받은 건 마블 영화에서 닉 퓨리 역을 맡은 사무엘 L. 잭슨이었다. 그는 스콜세지의 발언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냐는 ‘버라이어티’의 질문을 받고, “그건 ‘벅스 버니’가 재밌지 않다고 말하는 것과 같습니다. 영화는 영화예요. 모두가 스콜세지의 영화를 좋아하지는 않는 것과 같습니다. 모두가 각자의 의견이 있고, 그건 그것대로 괜찮습니다. 그렇다고 사람들이 영화 제작을 멈출 것도 아니니까요.”라고 답했다. ’가디언즈 오브 갤럭시’의 감독 제임스 건은 트위터에서 “마틴 스콜세지는 내가 다섯 손가락 안에 꼽을 수 있는 가장 좋아하는 영화제작자다. 나는 사람들이 영화를 보지도 않고 ’그리스도 최후의 유혹’에 반대할 때 화가 났었다. 하지만 이제는 그가 내 영화를 똑같은 방식으로 판단하고 있다는 게 슬프다.”라고 말했다. 디즈니의 CEO, 밥 아이거는 월 스트리트 저널의 테크 라이브 컨퍼런스에서 “그들이 마블 영화들에 대해 불평하는 건 그들의 권리입니다. 하지만 그건 그들처럼 영화에 창조성을 쏟아붓고, 열심히 노력한 사람들에게 실례되는 말이 아닐까 싶습니다.”라고 말했다. 조금 많이 나간 듯싶지만, “‘블랙 팬서’를 만든 라이언 쿠글러가 마틴 스콜세지나 프란시스 포드 코폴라가 영화에서 했던 것보다 못했다고 할 수 있을까요?”라고도 했다.

스콜세지는 이런 논쟁들 끝에 한발 뒤로 물러나, 마블 영화들이 “새로운 형태의 예술”이라고 말했다. ‘엔터테인먼트 투나잇’과의 인터뷰에서 스콜세지는 “가족들이 놀이공원에 간다고 생각해봅시다. 그건 좋은 거예요. 놀이공원에도 영화 같은 표현들이 있죠. 그건 새로운 형태의 예술입니다. 일상적으로 영화관에서 보이는 것과는 다른 종류의 것일 뿐이죠. 그게 다입니다.”라고 했다. 그러면서 “제 걱정은 그런 테마파크 같은 큰 영화들에 스크린을 빼앗기는 것입니다.”라고 덧붙였다. 스콜세지의 덧붙인 이 한마디는 이 논쟁이 사실은 마블의 작품이 영화냐 아니냐와는 큰 상관이 없다는 것을 보여준다. ‘콜라이더’가 지적하듯, 이 논쟁은 빠르게 변화하는 영화 산업에 관한 얘기다. 20년 전만 해도 슈퍼 히어로 영화는 결코 주류라고 할 수 없었다. 하지만 현재 슈퍼 히어로 영화는 할리우드의 힘을 상징하고, 메이저 스튜디오들이 기꺼이 만들고자 하는 영화가 무엇인지를 보여준다. 이들의 우선적인 걱정은 마블을 위해 열려있는 영화 시장에서 자신들의 다음 영화를 어떻게 만들 것인가이다. ‘버라이어티’는 마블 영화들과 거장들의 영화에는 “숨겨진 층위”가 있느냐 없느냐의 차이가 있다고 한다. 마블 영화들에는 ‘라라랜드’나 ‘노예 12년’, ‘레이디 버드’에 있는 숨겨진 층위가 없다. ‘버라이어티’는 “우리가 모든 것이 프로그램된, 설명 가능한 영화 문화를 원하는 건가? 어떤 숨겨진 층위도 없어서 더는 영화가 우리 내면의 수수께끼를 반영하지 못하는 것을 원하는 걸까?"라고 묻는다. 어쩌면 스콜세지를 비롯한 거장들은 그런 영화를 만들었던 사람들로서 관객들에게 마블 영화 핑계를 대며 그것을 묻고 있는 게 아닐까.

CREDIT 글 | 윤지만(칼럼니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