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터미네이터: 다크 페이트’, 진정한 터미네이터가 돌아왔다

2019.10.31 페이스북 트위터


‘터미네이터: 다크 페이트’ 보세
아놀드 슈왈제네거, 린다 헤밀턴, 멕켄지 데이비스
김현수
: 진정한 터미네이터가 돌아왔다. 이번 영화는 ‘터미네이터2’ 이후 제임스 카메론 감독이 제작자로, 사라 코너 역의 린다 해밀턴이 28년 만에 시리즈에 복귀했다. ‘터미네이터’ 시리즈의 사실상의 주인공은 (미래의 인공지능 시스템으로부터 혁명 전사 아들 존 코너를 지킨 엄마) 사라 코너였다는 점에서 시리즈의 정통성을 잇는 완전체가 모였다고 할 수 있다. 또한 기존 3, 4, 5편의 설정을 지우고 새로 시작한다. 인공지능 시스템이 과거의 인류에 보낸 살인병기 터미네이터와 미래의 인류를 지키려는 인간, 그리고 또 다른 보디가드 터미네이터 간의 삼자 대결 구도는 유지하되, 성역할을 반전시키는 캐릭터 디자인 전략에 합격점을 주고 싶다. 2편에서 T-800이 하던 보호자의 역할을 뉴페이스 강화인간 그레이스(맥켄지 데이비스)와 사라 코너가 공동으로 맡는다. 나이차가 무색할 만큼 맥켄지 데이비스, 린다 해밀턴 두 여배우가 보여주는 파워풀한 액션은 실제로 이 시리즈는 원래 여성주도형 성장 스토리였다는 것을 새삼 깨닫게 한다. ‘데드풀’의 팀 밀러 감독이 데뷔작에서 보여줬던 개성보다 원작의 뒤를 잇는 계승에 무게를 실어 연출했다.

‘날씨의 아이’ 글쎄
다이고 코타로, 모리 나나, 오구리 슌
김리은
: 비가 그치지 않는 여름, 섬 마을에서 가출하고 도쿄로 온 호다카(다이고 코타로)는 자신을 구해줬던 스가(오구리 슌)의 잡지사에서 정보원으로 일하게 된다. 비를 멈추는 ‘100% 맑음 소녀’에 대해 취재하던 호다카는 도쿄에 처음 왔을 당시 자신을 도와줬던 히나(모리 나나)와 예상치 못하게 재회하고, 그가 기도로 비를 멈추는 능력을 가졌음을 알게 된다. ‘빛의 마술사’ 신카이 마코토 감독이 비의 정밀화로 돌아왔다. 비로 물든 도쿄의 풍경과 투명함의 농도, 빛의 찬란함까지 섬세하게 포착하는 화면과 서정적인 음악의 조화는 주인공들의 성장 서사에 벅찬 울림을 더한다. 그러나 일본 특유의 토속적인 세계관에도 불구하고 날씨와 운명을 연결하는 발상은 평면적이고, 영화 속 인물들의 선택은 때때로 설득력이 부족하며, 개인의 서사를 청소년 문제나 세계 전반에 대한 성찰로 확장하는 과정은 다소 벅차게 느껴진다. 특히 성장기 소년의 관음증적 시선을 수용하는 왜곡된 여성관의 재생산은 여전히 시대정신에 뒤떨어져있다. 화면이 주는 서정성과 독특한 세계관으로도 상쇄되지 않는 개연성의 결핍이 아쉬움을 남긴다.

‘우먼 인 할리우드’ 보세
지나 데이비스, 메릴 스트립, 제시카 차스테인, 나탈리 포트만
임현경
: 지나 데이비스는 늘 소외되는 여성의 역할에 한계를 느끼던 중 ‘델마와 루이스’ 주연을 맡게 된다. 주체적이고 진취적인 여성을 그린 영화에 대한 반응은 뜨거웠고, 그는 더욱 다양한 여성 서사가 등장할 것이라 기대한다. 그러나 ‘델마와 루이스’ 이후 달라진 건 아무것도 없었다. 결국 그는 미디어 젠더 연구소를 설립하고 방대한 데이터를 확보해 차별이 실재한다는 증거를 눈앞에 제시한다. 미국 영화의 중심지이자 전 세계에 영향력을 행사하는 할리우드에 만연한 성차별을 다룬 다큐멘터리다. 무성영화부터 최근 작품까지 할리우드의 영화와 드라마를 젠더적 관점에서 돌아본 뒤 여성 서사의 확장과 다양화가 왜 그토록 ‘어려운 일’이 됐는지를 보여준다. 이러한 할리우드의 적폐는 나탈리 포트만, 리즈 위더스푼, 제시카 차스테인 등 많은 배우들이 직접 제작사를 설립하고 영화를 만들게 된 이유이기도 하다. 미성년자였던 클로이 모레츠는 포스터를 촬영하면서 ‘가슴을 더 풍만하게 보이도록 하라’는 요구를 받았고, 샤론 스톤은 ‘연기를 가르쳐줄테니 무릎 위에 앉아보라’는 희롱을 들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성들은 주저앉지 않는다. ‘모든 걸 바꿔놓겠다(This Changes Everything)’는 원제처럼, 배제와 부정을 딛고 더 나은 미래를 위해 목소리를 낸다.


CREDIT 글 | 김현수, 김리은, 임현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