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마이걸 승희, ‘퀸덤’의 치트키

2019.10.02 페이스북 트위터


Mnet ‘퀸덤’에서 제일 눈에 띄는 멤버는 오마이걸의 승희다. 승희는 모든 팀의 무대를 방청객과 시청자만큼 몰입해서 감상하고, 자리에서 일어나거나 소리를 지르거나 손짓을 하는 등 적극적으로 리액션 한다. 유튜브에는 그의 반응만 모아 만든 영상이 존재하고, 승희의 표정이나 말이 담긴 캡처 이미지는 SNS에서 일종의 밈이 될 정도다. 그 덕분에 ‘퀸덤’은 제작진이 의도하거나 만들고 있는 방향과는 조금 다른 방향의 의미를 갖게 된다. 한 팀 한 팀이 공들여 준비하는 무대를 제외하면 특별한 예능적 재미나 서사를 만들어내지 못하고 있는 이 방송에서, 승희의 리액션은 그 자체로 웃음을 주는 요소가 된다. 더불어 여성들 간의 신경전을 연출하고 싶었던 것 같은 제작진의 의도와는 관계없이, ‘퀸덤’은 서로의 노력과 경험과 능력을 존중하고 동지애를 느끼는 걸그룹들의 모습을 담는 프로그램으로 보이기도 한다. 그런 분위기를 가장 전면에서 만들어가고 있는 승희는 지금 ‘퀸덤’에서 없어서는 안 될 인물이다.

경연 프로그램에서 다른 팀들의 무대에 언제나 적극적인 환호를 보낸다는 것은 여러 가지 의미를 담고 있다. 그것은 승희가 ‘퀸덤’이 보여줘야 하는 의미부터 다른 팀을 충분히 존중하는 법, 많은 팀과 멤버들 사이에서 자신의 캐릭터를 각인시키고 주목받는 법, 프로그램에 재미를 더하는 방법까지 본능적으로 알고 있다는 뜻이기도 하다. 그러나 승희의 존재감은 무대 바깥에서만 빛나는 것이 아니다. 특히 러블리즈의 원곡을 리메이크한 ‘Destiny’는 승희의 보컬이 그동안 오마이걸이라는 팀의 색깔을 어떤 식으로 만들어왔는지 잘 보여준다. 국악 버전의 편곡과 한복을 모티프로 한 의상 등 일관성 있게 기획된 콘셉트가 이 무대의 기반을 만들었다면, 승희의 애수 섞인 보컬은 원곡과 결정적으로 다른 오마이걸만의 ‘Destiny’를 완성한다. 지금까지 발표된 오마이걸의 곡들이 승희의 목소리가 가진 쓸쓸함을 아주 일부만 활용했다면, 이번에는 승희의 목소리를 중심 정서로 삼은 것이다. 자신의 강점을 대중에게 더 잘 드러낼 수 있는 순간이 왔고, 승희는 그것을 제대로 해내기 위해 노력했으며, 오마이걸의 멤버이자 보컬로서 이름을 알릴 기회를 놓치지 않았다.

2차 경연이 끝난 후, 대기실로 돌아와 눈물을 보였던 승희는 그 이유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어제는 내가 너무나 작은 사람이고 너무나 보잘것없는 사람이었는데, 하루도 안 되는 시간, 단 몇 시간 만에 환호성을 많이 받는 사람이 되어버렸네?’ 이런 생각이 들더라고요. 뭔가 ‘퀸덤’을 하면서 계속해서 나라는 사람의 가치에 대해 알맹이를 찾는 것 같아요.” 이것은 단지 오마이걸로 보낸 시간 때문만은 아닐 것이다. 아주 어릴 때부터 SBS ‘스타킹’Mnet ‘슈퍼스타 K 2’ 등을 비롯해 꿈을 이루기 위해 ‘트로트 신동’, ‘11세 보아’ 등의 수식을 달고 나간 자리에서 자신의 가치를 깎아내리고, 자신을 아무것도 아닌 것으로 만들려는 목소리와 끊임없이 마주해야 했던 승희는 이제 자신의 자리를 찾고 존재감을 드러낼 줄 알게 됐다. ‘알게 됐다’라기 보다 승희는 늘 그렇게 살아왔던 사람이고, 이제야 예전보다 좀 더 많은 사람이 그의 존재감을 알아볼 수 있게 됐다는 말이 더 정확하다. 승희는 단 한 번도 자신을 몰랐던 적이 없다.


CREDIT 글 | 황효진 (칼럼니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