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욘세가 노래로 해석한 ‘라이온킹’

2019.07.26 페이스북 트위터


비욘세의 ‘SPIRIT’이 처음 공개되었을 때, 이 노래가 존재하는 이유는 쉽게 이해할 수 있었다. 비욘세는 영화 ‘라이온킹'에서 ‘날라’ 역으로 목소리 연기를 했고, 새롭게 만들어진 ‘SPIRIT’을 불렀다. 이 노래는 영화와 공식 사운드트랙에 포함되었다. 1994년에는 엘튼 존이었다면, 2019년에 비욘세가 디즈니의 가장 성공적인 뮤지컬 프랜차이즈에 목소리를 보태는 것은 당연히 있을 법한 일이다. 그런데 이 노래는 다른 앨범에도 들어있다. ‘The Lion King: The Gift’라는 앨범이다.

이 앨범은 사운드트랙은 아니다. 90년대에 잠시 사운드트랙과 별개로 그것과 짝꿍이 되는, 또는 영화에서 영감을 얻은 앨범이 유행을 한 적이 있다. ‘The Lion King: The Gift’는 절반 가까이되는 트랙이 실제 영화의 일부를 발췌한 것이다. 그를 통하여 앨범 전체가 “라이온킹”과 연관되어 있고, 그 내용을 따르는 것처럼 보이지만, 기본적으로 영화와 별개의 작품이다. 우리는 이와 유사한 시도를 최근 본 적이 있다. 마블 스튜디오는 ‘블랙팬서’를 만들면서 ‘아프리칸이 된다는 것은 무엇인가’라는 주제를 탐색하고자 했고, 켄드릭 라마가 음악을 통하여 같은 주제를 다룰 수 있다고 믿었다. 켄드릭 라마는 앨범 전체를 통솔할 수 있는 권한을 가지고 최상급 래퍼, R&B 뮤지션들과 함께 ‘Black Panther: The Album’을 만들었다. 

‘The Lion King: The Gift’도 비슷하다. 지난 몇 년간 비욘세는 음악가이자 흑인, 여성이자 어머니로서의 자신과 가족에 대한 이야기를 음악과 영상, 공연으로 풀어냈다. ‘The Lion King: The Gift’는 그 연장선에 있다. 무게 중심의 차이가 있다면 아프리카다. 비욘세는 나이지리나, 가나, 남아공, 카메룬 등에서 초대한 아프리카 뮤지션들과 제이 지, 켄드릭 라마, 패럴 등 유명 아티스트를 연결한다. 그가 스스로 밝힌 것처럼, 아프리카의 재능을 세계 시장에 소개하고, 기회를 만든다는 측면에서 고무적인 시도다. 요컨대 ‘라이온킹’은 아프리카의 이야기이고, 따라서 흑인 예술가들이 그 실현에 기여할 수 있어야 한다는 메시지다. ‘블랙팬서’가 단순히 흑인 수퍼히어로가 아니라, 풍요로운 미국의 대중문화와 아프리카 전통문화의 초라한 입지 사이에서 고유의 문화적 유산을 찾는 젊은 흑인계층을 열광시켰음을 기억하자. 비욘세의 앨범은 ‘라이온킹’도 ‘우리 이야기’라고 주장하고 싶어 한다.

그러나 ‘블랙팬서’가 영화 자체와 켄드릭 라마의 음악이 방향성을 공유하는 것과 달리, ‘라이온킹’은 여전히 디즈니의 것이다. 햄릿과 성경에 바탕을 둔 이야기를 동물 세계에 대입하며 사자를 주인공으로 만들고, 영국 작사가와 독일 작곡가가 만든 뮤지컬 넘버로 가득한 오리지널은 바뀌지 않는다. 영화 내부적으로도 최근 ‘알라딘’에서 보여준 시대적 업데이트를 찾기 힘들다. 솔직히 사자와 미어캣, 혹멧돼지가 인간으로 치면 어떤 인종인지 모르겠다.

앨범 자체를 볼 때도 ‘The Lion King: The Gift’는 너무 서두른다. 비욘세의 솔로 트랙은 그녀의 경력 전체에 비추어 봐도 부족함이 없을 정도로 훌륭하지만, 그녀가 앨범 전체를 끌고 가기 위해 자원을 투입한 것처럼 보인다. 1시간이 안되는 길이는 비욘세의 솔로 트랙을 더 넣을 수도 없고, 아프리카 뮤지션들의 개성을 드러내기에도 너무 짧다. 초대받은 아프리카 뮤지션과 미국 아티스트의 직접적인 협업은 생각보다 적고, 대부분 병렬적으로 번갈아 배치되어 있다. 그래서 질문이 남는다. 비욘세의 자긍심 넘치는 의도와 기획은 반드시 ‘라이온킹’을 배경으로 삼아야 했을까?


CREDIT 글 | 서성덕 (대중음악 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