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브라 해도 지구 안 망하는 이유에 관한 FAQ

2019.07.22 페이스북 트위터
사람들은 여자 가슴이 브래지어랑 붙어있다고 생각하는 걸까. 액세서리 브라가 없는 가슴은 젖꼭지가 달렸고 사람마다 모양도 색도 다르다. 브라 밑에 가슴 있고, 젖꼭지 있다. 단지 그 이유로 억울한 누명을 쓰고 수십 년을 브라 감옥에서 썩은 불쌍한 내 가슴. 햇빛을 보기 위한 가슴의 탈출이 시작됐다. 애초에 결백하기에 가슴이 세상에 나온다고 도시가 혼란스럽고 세상이 마비되지 않는다. 그러나 어떤 이들은 내 가슴이, 옷 위로 튀어나온 젖꼭지가 역적인 것처럼 군다. 그것도 나쁘진 않지만, 지금부터 대답해보겠다. 노브라 해도 지구 안 망하는 이유.



©Shutterstock

Q. 부끄럽지도 않냐?
전혀. 내 몸은 부끄러운 게 아니다. 남의 노브라는 내가 불편하다고 어찌할 수 있는 게 아니다. 계속 시선이 가거나 눈을 어디로 둬야 할지 모르겠다면 고개를 숙여 본인의 젖꼭지를 봐라. 그래도 도저히 불편해서 못 참겠다면 젖꼭지에게 말을 걸어보아라. “나는 왜 너를 싫어하게 됐을까?”

Q. 흰색·비치는 옷 인데 속옷은 입어야 하지 않겠느냐.
맨 몸에 흰 티만 입은 남자들 중에서 브래지어 한 남자를 본 적 있던가? 그들은 마찬가지로 티셔츠만 입은 여성과 같은 요구를 받았나? 아니. 행여나 티셔츠 위로 젖꼭지가 툭 튀어나와있다고 해도 사람들은 그저 보고 넘길 뿐이다. 아무도 그의 귀에 “그…… 꼭지 보여”라고 말하지 않았을 것이다. 그리고 귓속말을 들은 남자는 절대 얼굴을 붉히며 한여름에 브래지어와 니플패치를 하고 다니지 않을 것이다. 이렇게 더운데 누가 보든 무슨 상관이냐며 밖을 나설 것이다.

Q. 패치라도 붙이지, 민망하다.
도대체 무엇이 왜 민망한지 모르겠다. 당신은 수많은 포르노와 불법촬영 영상, 성적 대상화된 여성의 전라에는 민망하다고 느꼈나? 도저히 낯을 들고 보기 부끄럽고 곤란해서 페이스북에 신고라도 했나? 그럴 리가. 여전히 여성의 몸은 성적 대상화 된 채 눈요기로 전시되어 있고, 당신은 그 사실에 부끄러워해야 한다. 거리를 다니는 노브라의 여성이 민망하다고? 그 민망함은 잘못됐다. 당신은 바뀌어야 할 사회에 목소리를 내지 않고, 바뀌지 않을 여성의 몸에 대고 참견하고 있다.

Q. 관심 끌려고 그러는 거야?
난 댁의 무관심이 필요하다. 그 따위 관심은 줘도 침을 뱉으며 버릴 것이니 다시는 내 몸을 두고 찬성하거나 반대하지 마라.

Q. 튀어나와 있으면 쳐다보는 게 당연하지 않냐.
당연하지 않다, 당연하게도. 단지 튀어나와 있는 것뿐이다.

Q. 개인의 자유, 단 내 여친은 안 돼.
개인의 자유 맞고, 동시에 곧 헤어질 네 전 여친의 자유도 맞다. 어디서 왈가왈부인가.

Q. 노출증 있냐, 이상하다.
내가 몸 담은 불꽃페미액션이 거리에서, 페스티벌에서 상의 탈의를 하는 이유는 늘 숨겨야 하되 동시에 드러내길 요구받는 몸의 해방을 위해서이다. 보이기 위해, 보이는 일이 당연하기 위해. 내 몸 역시 다른 그 어떤 몸과 마찬가지로 몸일 뿐이다. 어떤 몸은 젖꼭지만 가리면 되고, 어떤 몸은 다 되는 게 더 이상하지 않은가?

Q. 겨우 브래지어 하고 다니는 게 그렇게 귀찮냐.
다가오는 무더위에 브래지어 차보고 다시 얘기하자.

Q. 여자들은 브래지어 해야 가슴 모양이 예뻐진다던데.
브래지어가 여성의 몸에 끼치는 악영향은 이미 많이 알려져 있다. 쳐지는 가슴은 자연스럽고, ‘예쁜’ 가슴 모양은 사회로부터 만들어진 루키즘(외모지상주의) 중 하나일 뿐이다. 어떤 가슴도 ‘예쁠’ 필요가 없다. 내 가슴을 들여다보자. 그러기 위해 먼저 브래지어가 필수가 아니게 되자고 말하는 것이다.

Q. 그래봤자 너만 이상한 사람 될 걸.
그 시선들에 가로막혀 지금껏 답답한 줄도 모르고 브래지어를 찼다. 내 가슴 그대로 숨 쉬는 것은 이상하지 않고, 나는 단지 브래지어를 벗었을 뿐이다. 앞으로 더 이상한 일들이 많이 남았다. 민소매를 입은 팔뚝 사이로 겨드랑이 털이 보이고, 소수점까지 알고 있었던 몸무게를 제대로 알지 못한다. 살은 몸의 굴곡이 되고, 화장을 하지 않은 얼굴이 창피하지 않다. 해야 했기에, 하라고 했기에 당연했던 것을 하지 않을 것이다. 우리는 우리를 받아들였고, 이제 당신 차례다. 이 정도는 받아들여야 한다.


CREDIT 글 | 시원(불꽃페미액션 활동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