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광고, 혐오│① 워스트 기업 5

2019.07.16 페이스북 트위터
난 6월 28일, 배스킨라빈스의 신제품 ‘핑크스타’의 광고 영상은 아동모델 엘라 그로스를 성 상품화했다는 논란에 휩싸였다. 광고는 제품을 홍보하거나 기업의 이미지를 개선시키기 위한 상업적 수단이지만, 동시에 대중의 인식에 영향을 미치는 공적 역할도 수행한다. 그럼에도 여전히 여성혐오적인 내용을 담거나 기본적인 윤리를 지키지 않는 광고들을 일상에서 발견하기는 어렵지 않다. 이는 기업의 시각이 바뀌지 않는 한 근본적으로 해결되지 않는 문제이기도 하다. ‘ize’에서는 논란을 일으킨 광고를 2회 이상 제작했던 기업들을 모아 문제를 짚는다. 애초 기획은 문제가 되는 광고를 1회 이상 제작한 기업들을 다루는 것이었지만, 후보가 지나치게 많아지면서 그들을 전부 다루는 것은 불가능했기에 2회로 기준을 높였다.



배스킨라빈스

아이스크림을 먹는 입술의 클로즈업, 점점 상승하는 우유의 이미지, 흰색 우유와 붉은 딸기의 수평적인 사용, 성관계에서의 첫 경험을 연상시키는 멘트(‘이런 여름은 처음이야’), 모델이 쓰러지는 연출. 최근 논란이 됐던 배스킨라빈스 ‘핑크스타’ 광고의 내용이다. 대중의 시선을 끌어야 하는 상업적인 광고에 성적 은유가 담기는 것은 흔한 일이다. 다만 이를 소화하는 모델이 2008년생의 아동이라면 이는 윤리적인 차원의 문제가 된다. 아동 성 상품화 논란이 일어나자 배스킨라빈스 측은 하루만에 영상을 삭제했지만 광고의 구성과 내용에 대해서는 해명하지 않았다. 다만 사과문을 통해 “해당 어린이 모델의 부모님과 소속사를 통해 충분한 사전 논의 후 제작했다”라는 점을 강조하면서, 성인과 유사하다는 비판을 받은 아동 모델의 스타일링이 “일반적인 어린이 모델 수준의 메이크업”과 “평소 모델로 활동했던 아동복 브랜드 의상”이라 해명하는 데 그쳤다. 이처럼 내용에 대한 해명 없이 과정의 정당성을 내세우는 것은 해당 광고에 대한 논란을 지속시켰고, 그 무게는 고스란히 아동 모델에게 돌아간다. 실제로 배스킨라빈스 측이 해당 광고를 삭제한 뒤에도 각종 사이트 및 유튜브를 통해 문제의 광고는 확산됐고, 각종 커뮤니티에는 아동 모델을 성적으로 소비하는 게시물들이 등장하기 시작했다. 성적 은유가 담긴 광고에 굳이 성인 여성이 아닌 아동을 기용하고, 그로 인한 논란을 책임지지 않는 태도는 광고의 기획과 대처 모두에서 비윤리적이라는 비판을 피하기 어렵다.

배스킨라빈스가 광고 제작에 있어 윤리에 둔감한 모습을 보인 것은 처음이 아니다. 2018년 3월, 배스킨라빈스는 공식 인스타그램에 게재된 츄파춥스 파티 미러볼 프로모션 홍보 영상에서 "내적 댄스 폭발할 때 #너무 많이 흥분 #몹시 위험"이란 문구를 사용했다. 이는 미투 운동에서 한 피해자 여성이 가해자로 지목된 배우 조민기에게 받았다고 밝힌 문자 내용을 패러디한 것이었다. 해당 광고에 비판이 제기되자 당시 배스킨라빈스는 사과문을 통해 "적절치 못한 단어가 포함된 것을 충분히 확인하지 못하고 게시"했다면서 "해당 콘텐츠를 문제 인지 즉시 삭제했다"라고 해명했다. 그러나 성폭력 피해자에 대한 2차 가해성 문구를 광고 수단으로 삼아서는 안 된다는 최소한의 인식조차 사전에 “인지”하지 못한 것을 단지 무지라고만 할 수 있을까. 그리고 배스킨라빈스는 1년이 지난 지금도 무엇이 문제인지 알려고 하지 않는 것처럼 보인다.


배달의민
“저희는 여성들이 겪고 있는 불평등 중 많은 부분이 성에 대한 일상적인 편견이 원인이 되고 있다는 점에 공감한다.” 2016년 배달 앱 업계 1위 회사인 ‘배달의민족’ 측이 ‘1/n’ 티셔츠의 여성혐오 논란에 대한 사과문에서 밝힌 입장이다. 2014년 제작된 문제의 티셔츠에는 ‘밥값은 1/n’, ‘소개팅도 예외 없다’ 등의 문구가 쓰여져 있었고, 해당 티셔츠의 활용법은 남성이 여성을 만난 소개팅에서 더치페이를 할 경우 절약할 수 있는 비용에 대한 구체적인 계산까지 소개했다. 하지만 배달의민족에서 여성에 대한 고정관념을 드러내는 광고가 제작된 것은 이때가 처음이 아니다. 2013년 제작된 배달의민족의 굿즈 ‘까먹지말자’ 포스트잇의 홍보물 역시 ‘내 여자친구 노트’라는 설명과 함께 “성형 전 내 얼굴은ㅋㅋ?”, “3일전 다짐했던 다이어트 계획은?” 등의 문구가 올해 드러나면서 뒤늦게 논란이 됐다. 해당 광고들은 여성을 남성에게 경제적 책임을 전가하며 외모 관리에만 신경을 쓰는, 이른바 ‘된장녀’의 이미지로 일반화한다.

제작 시점에 비해 뒤늦게 논란이 된 이들 광고는 단지 시대적 흐름의 변화로 발생한 일시적인 문제처럼 보이기도 한다. 그러나 2018년 1월에도 배달의민족의 성 감수성은 크게 개선되지 않았다. 당시 배달의민족 앱에서는 비판성 댓글을 올린 여성 고객에게 앙심을 품은 사업주가 해당 고객의 집 주소와 전화번호를 댓글로 공개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고객은 즉시 개인정보 삭제를 요청했지만 배달의민족 측은 권한이 없다는 이유로 초기에 어떤 조치도 취하지 않았고, 논란이 커지고 나서야 뒤늦게 문제 해결에 나섰다. 해당 사건이 여성 소비자들의 불매운동으로까지 이어진 이유다. 남성에 비해 여성은 강력범죄에 노출될 가능성이 크고, 이는 배달업계의 기업이라면 고객에 대한 최소한의 이해를 위해서라도 파악했어야 할 부분이다. 기업의 여성관에 대해 근본적으로 점검해야 할 때다.



CGV 아트하우스
‘MARVELOUS’(놀라운, 감탄할 만한)는 ‘꾸.안.꾸한 날’(꾸민 듯 안 꾸민 듯한 날)로, ‘INSPIRING’(영감을 주는)은 ‘포멀한 날’로, ‘HEROIC’(영웅의, 숭고한 날)은 ‘러블리한 날’로 바뀌었다. CGV 아트하우스가 2019년 6월 개봉한 영화 ‘세상을 바꾼 변호인’의 홍보용 포스터를 한국판으로 바꾸는 과정에서 대체한 문구들이다. ‘세상을 바꾼 변호인’은 미국 연방대법원 역사상 두 번째로 대법관에 임명된 여성이자, 성차별을 합법화하는 법 시스템을 바꾸기 위해 평생을 헌신해 온 인물인 루스 베이더 긴즈버그의 전기 영화다. 그러나 CGV 아트하우스 측은 ‘정의(justice)’, ‘행동가(activist)’, ‘지도자(leader)’처럼 인물의 업적과 관련된 문구들조차 ‘독보적인 스타일’, ‘진정한 힙스터’, ‘핵인싸’, ‘데일리룩’처럼 외모와 스타일을 강조하는 문구로 대체했다.

‘세상을 바꾼 변호인’의 홍보 포스터가 영화의 메시지를 왜곡했다는 논란에 휩싸이자, CGV 아트하우스는 공식 인스타그램에서 콘텐츠 담당자 차원의 사과문을 공개하며 “오리지널 콘텐츠의 의미를 본의 아니게 훼손했다”라고 밝혔다. 그러나 비슷한 논란은 1년 전에도 있었다. CGV 아트하우스는 2018년 6월 개봉한 다큐멘터리 영화 ‘밤쉘’의 홍보 게시물에서도 주인공 헤디라머에 대해 ‘이 얼굴 실화...?’, ‘공대 아름이의 원조’,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여인’ 등으로 표현했다. 헤디 라머는 여성으로서의 편견을 딛고 와이파이 발명을 통해 근대 통신 기술 혁신을 이룬 발명가다. 그럼에도 성차별을 딛고 두 여성이 거둔 업적은 영화 홍보 과정에서 드러나지 않았고, 오로지 외모에 대한 성 상품화만이 홍보 전략으로 사용됐다. 이를 단지 광고 담당자의 문제만으로 볼 수 있을까.



“(논란이 생길 것이라) 전혀 예상하지 못했다. (광고가) 재미있게 느껴졌다.” (‘투데이신문’) 2013년 지하철에 게재된 광고가 여성에 대한 편견을 조장한다는 논란에 휩싸이자, 대만 차 브랜드 공차 관계자가 당시 밝힌 입장이다. 문제의 광고는 ‘영화용 친구, 식사용 오빠, 수다용 동생, 쇼핑용 친구, 음주용 오빠! 어장관리? 아니 메시급 멀티플레이! 기분 따라 다르게 즐겨라- 맛있는 버라이어Tea, 공차’라는 문구를 담고 있었다. 비슷한 시기 매장에서 배포된 컵 홀더 역시 ‘블랙.Tea.얼스’라는 문구와 함께, 이별을 한 여성이 눈물을 흘리는 이유를 전 남자친구에게 생일날 ‘신상’들을 받지 못하게 되어서라고 설명하는 내용으로 연달아 논란이 됐다. 제품과 무관하게 여성의 이미지를 불필요하게 차용한 광고가 재미있게 느껴졌다는 감각도 문제지만, 여성을 ‘어장관리녀’나 ‘된장녀’처럼 남성을 이용하거나 착취하는 존재로 일반화했음에도 논란을 “전혀 예상하지 못했다”는 무감각은 더욱 문제다.

같은 문제는 3년 뒤에도 반복됐다. 2016년 3월 공차는 비씨페이로 결제하는 고객에게 20% 청구 할인을 제공하는 이벤트를 진행했다. 그러나 웹툰 형식으로 만들어진 해당 이벤트의 홍보물에는 여성의 뒤에 선 남성이 “어차피 계산은 내가 하는데”라고 말하는 내용이 실렸다. 이에 대해 공차는 “사전에 논의가 되지 않은 채 비씨페이에서 단독적으로 진행한 광고”라고 해명했다. 그러나 동일한 시기에 비씨페이와 같은 이벤트를 진행한 탐앤탐스의 웹툰 형식 홍보물은 ‘언빌리버블’이라 외치는 남성의 이미지만 포함하고 있었다. 공차의 광고에서만 일관성 있게 여성에 대한 편견을 웃음 소재로 삼았다. 만약 문제의 홍보물이 해명 그대로 비씨페이 측에서 일방적으로 제공됐다고 하더라도, 이미 광고로 두 차례의 문제를 겪은 기업이 광고의 내용에 대해 점검조차 하지 않은 것 역시 안이하다는 비판을 피하기 어렵다.


미미박
온라인 화장품 소셜커머스 회사인 ‘미미박스’는 2016년 명품 브랜드 조르지오 아르마니의 립 메이크업 제품을 공개하면서 “대존예 인생 틴트 남친에게 조르지오~” 라는 문구를 사용했다. 여성 소비자를 타깃으로 하면서도 여성이 남성의 소비력에만 의존하는 것처럼 일반화한 것이다. 해당 문구가 논란이 되자 미미박스 측은 바로 사과문을 게시했다. 그러나 1개월 뒤에도 왜곡된 성 인식의 문제는 반복됐다. 미미박스의 상품 상세 페이지에 실린 미백 기능성 크림 제품의 광고는 남성들이 말하는“어두운 유두보다 핑크빛 유두가 보기 좋은 이유”를 홍보 문구로 사용했다. 해당 광고에는 “핑크빛 유두는 남자의 로망”, “남자의 판타지 속의 여자는 분홍빛” 등의 여성에 대한 왜곡된 성 인식을 보여주는 멘트들을 포함해 논란이 됐다. 특히 같은 제품을 판매하는 타 사이트에서는 문제의 내용이 개선된 상세페이지를 사용했다는 점이 알려지면서 미미박스 측에 대한 비판은 더욱 커졌다.

문제가 된 미미박스의 광고들에서 여성은 남성을 통해서만 원하는 바를 얻거나, 남성의 판타지에 맞추기 위해 외모를 관리하는 것처럼 일관되게 수동적인 존재로 그려졌다. 미미박스는 미백 기능성 크림 제품의 광고에 대한 사과문에서 “상품 페이지를 관리하는 중에 고객 분들이 불편하게 생각하실 수 있는 페이지에 대한 관리가 부족했다. 앞으로는 더욱 꼼꼼한 상품 페이지 관리를 통해 고객님들께 심려를 끼치지 않도록 노력하겠다”라고 밝혔다. 기업의 근본적인 성 인식 개선이 필요한 문제를 페이지에 대한 관리 문제로 축소시킨 것이다. 이에 일부 여성 고객들은 사과문이 본질적인 문제를 인식하지 못하고 있다는 점을 지적하면서 사이트 탈퇴와 불매로 대응했다. 타인의 시선에 대한 의식을 제품 구매의 동력으로 삼는 화장품 산업의 특징이 하루아침에 바뀌기는 어렵다. 그럼에도 여성들을 주 고객으로 삼는 기업이라면, 적어도 여성에 대한 편견과 왜곡된 성 인식을 바탕으로 구매를 유도하는 것만은 피했어야 하지 않았을까. 거창한 의미를 찾을 필요 없이, 이것은 기업이 지켜야할 최소한의 상도의다.


CREDIT 글 | 김리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