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가인의 한과 흥

2019.07.03 페이스북 트위터


지난 6월 4일 방송된 TV조선 ‘아내의 맛’에서 송가인은 중앙대 음악극과 동기들과 함께 신명나는 놀이판을 벌였다. 친구들은 즉석에서 구성진 가락에 노랫말을 붙여 송가인의 우승을 축하했고, 모두가 ‘칠갑산’, ‘엿타령’, ‘님과 함께’ 등을 주거니 받거니 부르며 흥을 돋웠다. 조촐한 회식자리는 어느새 공연장이 됐고 스튜디오에서 지켜보던 패널들까지 춤추게 했다.

"전라도에서 탑 찍어 불고 서울에 탑 찍으러 온" 송가인은 TV조선 ‘미스트롯’ 첫 등장부터 시종일관 환한 미소와 정겨운 말투, 뛰어난 노래 실력으로 시청자들에게 즐거움을 선사했다. 그러나 송가인이 지금의 자리에 있기까지 늘 흥에 겹기만 했던 것은 아니다. 그가 얼핏 드러내는 과거는 현재에 이르기 전 겪어야 했던 슬픔을 짐작케 한다. 최근 “복스럽고 예쁘다”라는 칭찬을 듣는 송가인은 앞서 “얼굴도 몸매도 안 되니까 노래로 승부해라”, “성형수술을 받아라” 같은 폄하에 익숙해진 상태였고, ‘정치인도 못한 전라도-경상도 대통합을 이뤘다’는 평가를 받기 전에는 전라도 출신이라는 이유만으로 입에 담지도 못할 모욕적인 악성 댓글에 시달렸다. 고된 일정에 상해버린 목에도 “소리꾼들은 다 달고 산다”라고 말하는 그는 ‘미스트롯’ 우승자가 되기 전 대기실도 차도 없이 화장실에서 옷을 갈아입었던 8년의 무명생활을 보냈다. 자취방 월세를 마련하기 위해 직접 무대에서 착용하는 비녀를 만들어 팔기도 했다.

만 32세에 불과한 그가 분단의 아픔을 표현한 ‘한 많은 대동강’을 비롯해, ‘단장의 미아리 고개’, ‘용두산 엘레지’ 등 절절한 슬픔을 담은 곡들을 소화할 수 있는 건 이런 한(恨)의 시간들이 있었기에 가능한 일일 것이다. 하지만 떠나버린 님과 청춘에 슬퍼한 뒤에도 '노다나 가세'라고 흥을 내는 ‘진도 아리랑’처럼, 송가인은 과거의 한에 매몰되지 않는다. 그는 ‘무당 딸’이라 놀림 받던 상처를 딛고 어느 무대에서나 자랑스럽게 어머니의 직업을 무녀라 소개했다. ‘미스트롯’ 최종 우승자로 호명된 순간, 설움을 토해내듯 눈물을 쏟다가도 이내 "부모님 돈을 너무 많이 가져다 써서"라고 말하며 지켜보는 이들을 웃게 만들었다. JTBC2 ‘악플의 밤’에 출연해서는 자신을 비하하는 누리꾼들의 말을 웃으며 바로잡고, ‘지금 입술이 파르르 떨린다’고 지적한 MC 신동엽에게 “마그네슘이 부족해 떨린 것”이라고 응수하는 재치를 발휘했다.

송가인은 한을 표출하면서도 흥을 잃지 않으며, 타인이 자신을 동정하도록 두지 않고 스스로 연민의 대상이 되는 것을 거부한다. 그는 감정에 휩싸이는 대신 그것들을 한과 흥으로 다뤄낸다. 송가인의 노래를 불편함 없이 즐길 수 있는 이유다. 송가인은 가슴이 미어지도록 구슬프게 노래하다가도 언제든 그가 원하는 때에 “송가인이어라”하며 정겨운 인사를 건넬 수 있다.


CREDIT 글 | 임현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