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이스토리 4’, 9년동안의 성장

2019.06.20 페이스북 트위터


‘행복한 라짜로’ 보세

아드리아노 타르디올로, 루카 치코바니, 알바 로르워쳐
현경
: 시골 마을 인비올라타의 담배 농장에서 소작으로 일하는 라짜로(아드리아노 타르디올로)는 누가 어떤 일을 시키든 웃는 낯으로 군말 없이 따른다. 관리인은 물론 다른 소작농들까지 그를 무시하고 힘든 일을 떠넘기지만, 라짜로는 얼굴 한 번 찌푸리지 않는다. 라짜로가 사고로 절벽에서 추락해 정신을 잃은 사이 모두가 인비올라타를 떠나버리고, 그는 동료들을 만나기 위해 도심으로 향한다. 16mm 필름으로 거칠고 각박한 현실의 질감을 그대로 담아낸 영화는 라짜로라는 비현실적 존재를 통해 구조의 병폐를 대조적으로 보여준다. 자본주의 체계 안에서 척박하게 살아남은 사람들에게 라짜로라는 마법은 아무런 쓸모가 없다. 배고픔에 허덕이는 이들에게 누군가를 돌볼 여유는 존재하지 않으며, 죽음을 이기고 시간을 비켜간 성인조차 가난에 수몰된 자들을 구원하지 못한다. 1980년대 이탈리아에서 발생한 실제 사건을 토대로 한 이 우화는 40년이 흐른 지금의 한국에서도 여전히 유효하다.

‘토이스토리 4’ 보세
톰 행크스, 팀 알렌, 애니 파츠, 토니 헤일, 조안 쿠삭, 키아누 리브스
김리은
: 어린 시절부터 함께한 주인 앤디와 작별한 카우보이 장난감 우디(톰 행크스)는 새 주인 보니와의 삶에 적응한다. 보니가 재활용 포크로 만든 포키(토니 헤일)는 장난감으로서의 삶을 거부하며 떠나고, 그를 쫓아가던 우디는 오래 전 헤어졌던 보핍(애니 파츠)과 우연히 재회한다. 장난감과 아이들의 환상적인 세계 속에서 관계에 대한 깊은 통찰을 보여주던 ‘토이 스토리’ 시리즈가 자아에 대한 근본적인 질문을 던지며 세계관을 한 걸음 더 넓혔다. 집을 벗어나 자유분방하게 세상을 활보하는 장난감들의 발걸음만큼 풍부해진 서사는 지루할 틈이 없고, 새로운 캐릭터들도 산만함 없이 이야기에 녹아들며 각자의 뚜렷한 개성으로 존재감을 발휘한다. 특히 이전까지 보조적인 역할에 그쳤던 보핍이 자신의 삶을 주도하는 모습은 시대의 흐름에 적응한 ‘토이 스토리’의 성장 그 자체다. 9년의 공백동안 더욱 성숙해진 환상의 세계는 자아를 찾는 삶의 여정에 놓인 모든 이들에게 즐겁고도 뭉클한 위로가 될 것이다. 크레딧이 오른 뒤에도 픽사 특유의 위트 넘치는 추가 영상들이 나오니 놓치지 말 것.

‘하우스 오브 투모로우’ 보세
에이사 버터필드, 알렉스 울프,  
권나연
: 세바스찬(에이사 버터필드)은 자신만의 독특한 신념에 따라 '미래의 집'을 운영하는 괴짜 할머니 조세핀(엘렌 버스틴)과 살며 세상과 동떨어진 삶을 살고 있다. 어느 날 또래 소년 제러드(알렉스 울프)를 만나 생애 처음으로 펑크락 음악에 눈뜨며 그의 삶은 180도 달라진다. 세바스찬과 제러드의 우정은 서툴고 충동적이지만 모나게 부딪치는 만큼 밝고 신선한 시너지를 자아낸다. 그들은 부당한 세상을 향해 분노하는 펑크라는 장르를 변혁의 길로 재해석하면서 고집스러운 조세핀을 포함해 모두 함께 기존과 다른 방향으로 한발짝 나아간다. 펑크가 기존의 모든 것을 포용하면서도 더 나은 미래를 제시하는 수단이 된다는 점이 흥미롭다.

CREDIT 글 | 임현경, 김리은, 권나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