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의 이직│② 이직을 위해 생각해야 할 여섯 가지

2019.06.18 페이스북 트위터
2018 OECD 교육지표를 분석한 한국교육개발원의 보고서에 따르면, 2017년 기준 한국 25~34세 성인 대졸자 취업률은 남성 84%, 여성 69%이다. 고졸자는 각각 71%와 54%, 고졸 미만은 50%, 58%였다. 여성들에게 열린 노동 시장의 문은 유독 좁다. 힘들게 ‘취업 뽀개기’에 성공했다고 해도 임금, 업무 강도, 근무 환경 등 저마다의 기준에 따라 그만두고 싶다는 생각이 들기 마련이다. 커리어의 전환점에 선 여성들을 위해 퇴사, 이직, 창업을 앞두고 알아두면 좋을 항목들을 정리해봤다.



지금 일을 그냥 때려치우면 안 된다 
퇴사 전 챙겨야 할 것들을 잊지 말자. 현 직장에서 마음이 떠나면 사람들을 대할 때나 맡은 업무를 수행할 때 소홀해지기 십상이다. 그러나 이직을 염두에 두고 있을 경우 ‘다 때려치우고’ 퇴사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무모한 일이다. 창업을 하더라도 경력을 이어갈 경우엔 관련 인맥이 도움이 된다. “현업에서 잘하면 어떤 식으로든 외부에서 제안이 와요.” 언론계 종사자 K는 “전 직장의 이름, 소위 ‘간판’보다 더 중요한 것은 그곳에서 어떤 사람으로 ‘기억’되느냐이다”라고 말했다. 타인에게 보이는 퍼포먼스를 무시할 수 없다는 것이다. 그는 채용을 앞두고 거창한 평판 조회까지는 아니더라도 주변 지인을 통해서 ‘걔 어떤 것 같아?’라고 물어보는 것이 관행이라고 부연했다. 대충 시간만 때우거나 그때그때 주어진 일을 처리하기에 바빴던 사람과 무엇이든 성과를 내려고 능동적으로 움직였던 사람은 분명히 다른 평가를 받는다. 출판업 관계자 C는 “사직서를 내기 전에 이 회사에서 ‘본전을 뽑겠다’는 마음으로 좋은 결과를 내야 이력서에 한줄이라도 더 쓸 거리가 생기더라”라고 회상했다. 재직증명서, 연말정산 관련 서류 등은 퇴사 전 미리 준비해놓는 게 좋다. 그렇지 않으면 서류 발급을 위해 전 직장에 방문해 전 동료들과 민망한 인사를 주고받아야 하는 일이 생긴다.

이력서를 쓸 땐 ‘투머치토커’가 되지 말라
경력 채용은 성장과정부터 10년 후의 미래까지 구구절절 써야 했던 신입 채용 때와는 달리, ‘자기소개서’라는 지면이 따로 주어지는 경우가 드물다. 대부분 이력서, 포트폴리오만을 접수받고 이 서류들이 곧 자기 자신을 소개하는 콘텐츠가 된다. “이력서에 비대한 자아를 투영하려고 하지 말아야 해요. 어쨌든 이력서는 뽑는 사람이 읽도록 쓰는 것이니까요.” 투자 심사에서 전략기획으로 업종을 변경한 P는 “편집을 거치고 나면 내 이력서가 너무 납작하게 보이고 ‘뭐하고 살았나’ 싶을 것”이라면서도 이력서 작성이 ‘이력서를 보는 사람, 내가 하고 싶은 일에 맞춰서 나를 편집하는 일’이라고 설명했다. 이력서를 쓰다 보면 그간 해온 것들과 잘하는 일들을 과시하고 싶기 마련이지만, 여러 가지 경력을 줄줄이 늘어놓으며 분량을 채운다 해도 누군가에겐 ‘고민없이 수박 겉핥기만 한’ 지원자로 읽힐 수 있다. 업무 이해도, 능력, 능동성을 고루 보여줄 수 있도록 지망하는 회사와 직무에 맞게 나의 행적을 재배열해야 읽는 사람을 설득할 수 있다. 그 전 일이 어땠고, 그 사람과는 잘 맞지 않았고 등의 전후사정을 쓸 자리는 없기 때문에 전직에서의 커리어 관리가 중요하다. 이력서를 쓴 뒤에는 관련 분야 또는 인사 담당 경험이 있는 현직자의 피드백을 받아보는 게 좋다. 나의 언어가 읽는 사람에게는 어떻게 받아들여지는지, 더하거나 뺄 것은 무엇인지 알아두면 이력서를 매끄럽게 다듬는 데에 유용하다.

온라인 플랫폼을 적극 이용하라
많은 정보를 제공해주는 온라인 플랫폼은 여러모로 유용하다. 블라인드, 잡플래닛을 통해 실제로 해당 기업에 재직했던 사람들의 후기를 볼 수 있다. 관심 있는 기업이 있다면 검색해보고, ‘부모님의 원수가 간다고 해도 한 번쯤 말릴 만한 회사’ 같은 평이 있다면 한 번 더 고민해보자. 크레딧잡에서는 대략적인 연봉을 확인해볼 수 있다. 다만 이런 사이트들은 기업 평판 관리 차원에서 쓴 후기와 정확하지 않은 통계도 다수 있기 때문에 참고 자료 정도로만 활용하는 것이 좋다. 크몽, 숨고 등의 프리랜서 마켓을 통하면 현직자와 직접 만나 직무에 대한 이야기를 듣거나 관련 기술을 배울 수도 있다. 마케팅 기획을 담당하던 B는 인터넷 커뮤니티를 통해 만난 실무자에게 과외를 받으며 웹 퍼블리싱을 익힌 덕에 플랫폼 개발 엔지니어로 이직할 수 있었다. 그는 “제가 이직을 준비할 때만 해도 다음, 네이버 카페가 전부였지만 요샌 플랫폼이 많이 좋아졌다. 여러 창구를 통해 실무 기술을 전수해 줄 과외 선생님을 구할 수 있고, 반대로 프리랜서는 자신의 재능을 필요로 하는 사람들과 연결돼 구직 활동이 가능하다”라고 설명했다. 잡인덱스, 링크드인 등 비즈니스용 SNS로 인맥을 이어두면 알음알음 일자리 제안이 들어오기도 한다. 그러나 여성 이용자들은 비즈니스를 가장해 추파를 던지거나 성희롱적인 내용이 담긴 메시지를 받는 일도 있기 때문에 신상 공개에 유의해야 한다.


선택받길 기다리지 말고 직접 선택하라
경험자들은 커리어의 전환점에서 가장 경계해야 할 적으로 ‘자신감 결여’를 꼽았다. 언론인 S는 “나와 일이 서로 알아가는 단계를 거친 뒤에 서로 맞지 않는 걸 알았다면, 내 탓을 하며 괴로워할 필요가 없다. 나와 맞는 일을 다시 찾아보면 된다”라고 말했다. “채용 플랫폼에 들어가 보니 저는 어디서든 부적격자였어요. 그래서 직접 저와 맞는 회사를 찾아 나서야겠다고 생각했죠.” P는 타 업계로의 이직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계속 작아지는 경험을 했지만, 성공적인 이직 후에는 ‘더 멀리 갈 수 있는’ 원동력을 얻었다고 했다. 후회 없는 선택을 위해서는 가치 판단이 중요하다. 매일 정장을 입고 출근할 수 있는지, 타협할 수 없는 최저임금은 어느 정도인지, 평생 직장과 구름판 중 어느 쪽을 선택할 것인지 등을 정리한 뒤, 포기할 것과 지킬 것을 구별하고 이에 적합한 회사 또는 직업을 찾아보자. 기준을 정립해놓으면 타인에게 일자리 소개를 부탁할 때에도 명료하게 설명할 수 있게 된다. 동종업계 내에서 직장을 옮긴 의료인 L은 “일단 선택을 하고 나면 절대 후회하지 않을 거라는 확신을 갖는 게 중요하다”라고 말했다. 그는 자신의 선택이 틀렸다는 데에서 오는 자괴감과 무력감으로 힘들어하다가 얼마 지나지 않아 퇴직한 동료들이 더러 있었다고 회상했다. “내게100% 맞는 회사는 없을 거예요. 하지만 내 선택으로 인해 한 가지라도 더 나아진 것이 있고, 그게 나에게 너무도 중요한 가치라면 성공한 거라고 생각해요.”

관련 기관, 변호사, 세무사와 친해져라
“나라에서 지원하는 제도가 생각보다 많은데 몰라서 도움을 받지 못하는 사람들이 많아요. 경력자를 위한 헤드헌터 강좌나 해외 취업을 대비한 영어 이력서 첨삭, 창업에 필요한 기술 교육 등 정말 좋은 게 많거든요.” B는 고용노동부, 지방자치단체 지원센터 등 관련 기관에서 제공하는 복지를 적극적으로 이용해야 한다고 말했다. 내일배움카드를 발급받으면 구직자와 재직자의 업무 향상을 위한 교육비 일부 또는 전액에 대해 국비 지원 혜택을 누릴 수 있다. 서울시창업지원센터는 창업자에게 사무 공간을 제공하고 기술경영 컨설팅, 투자 유치, 홍보 마케팅 등을 지원한다. 경력단절 또는 저소득층 여성들을 위한 여성새로일하기센터, 여성창업플라자, 여성대체인력센터 등의 기관도 있으니 관심을 갖고 전화 상담이나 인터넷 홈페이지를 통해 꾸준히 정보를 수집하는 것이좋다. 창업을 고려한다면 변호사, 세무사와 친해져야 한다. 직접 사업자 또는 법인 등록을 하고, 수익을 내려면 관련 법률을 알아야 한다. 자칫하면 나도 모르는 사이 위법을 저지르거나 추후에 세금 폭탄을 맞게 될 수도 있다. 변호사와 세무사를 찾아가 무료상담을 적극 활용해보자. 각 지자체에서도 무료상담 프로그램을 마련하고 있으며, 국번없이 126으로 전화하면 국세청의 무료 세무상담 서비스를 받을 수 있다.

‘나’ 자신을 알라
소크라테스가 “너 자신을 알라”라는 격언을 남겼듯 커리어우먼들은 하나같이 ‘나 자신에 대해 알아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이직, 전직, 창업 전 자아를 들여다보는 일이 선행돼야 한다. 그러고 나면 자연스럽게 직장을 옮길 것인가, 직업 자체를 바꿀 것인가, 직접 창업을 할 것인가에 대한 가닥이 잡힌다. “어떤 일을 하고 싶은지를 아는 게 중요하다. 이 일을 계속 하고 싶지 않은 것인지, 환경 때문에 일이 싫어진 것인지 고민해봐야 한다.” L은 이직을 한다 해도 기본적인 직업의 특성은 변하지 않기 때문에, 이직만으로는 개선되지 않는 것들이 있음을 인지하는 게 필요하다고 말했다. ‘일에서의 나’와 ‘삶에서의 나’를 적절히 구분 짓는 것도 중요하다. 일과 나를 지나치게 동일시하면 자아가 훼손되는 아픔을 겪었을 때에 타격이 크다. P는 “예전엔 세상을 바꾸고 싶은 나와 일하는 나를 분리할 수 없었지만, ‘어떻게’를 계속해서 성장시키는 단계, 미래에 더 많은 일을 하기 위한 준비단계라고 생각하니 분리가 가능해졌다”라고 전했다. 나만의 명확한 정체성을 마주한 뒤엔 고민을 멈추고 움직여야 한다. 망설이기 시작하면 이런 저런 핑계를 대며 현재 일에 머무르게 된다. 마음 속 결정을 마쳤다면 이제 새롭게 출발할 차례다.


CREDIT 글 | 임현경
디자인 | 전유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