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상파 3사의 유튜브 채널들

2019.06.05 페이스북 트위터
때에 맞춰 TV 앞에 앉아 ‘본방사수’하기가 어려워진 현대인의 일상과 스마트폰 이용률 증가 등 시청자의 미디어 이용 행태가 변화하면서 KBS, MBC, SBS, EBS 등 지상파 방송사의 입지는 점차 좁아지고 있다. 반면 유튜브는 국내 순 이용자 수 2500만 명, 인터넷 동영상 광고 점유율 1위를 기록하며 몸집을 키워가는 중이니, 지상파 방송사의 유튜브 진출은 필연적이었다. 지상파 방송사가 운영하는 유튜브 채널 중 주목할 만한 채널들을 정리해봤다.



SBS의 ‘스브스뉴스’

- 개설일: 2015년 1월 26일
- 구독자 수: 37만 명

‘스브스뉴스’는 페이스북을 중심으로 한 카드뉴스가 유행할 무렵부터 유튜브가 대세가 된 현재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자체 제작 콘텐츠를 선보이고 있다. 기존 방송 내용을 짧게 편집하거나 다시 볼 수 있게 한 여타 방송사들과 달리, 스브스뉴스는 일찍이 별도의 유튜브 콘텐츠를 만들어내면서 지상파 방송사 중 유튜브의 선두주자로 자리매김했다. ‘문명특급’은 홈 카페, 다이어리 꾸미기, 숨어듣는 명곡 등 온라인상에서 화제가 된 ‘신문물’을 체험하며 재미와 정보를 동시에 제공한다. 특히 기획자 겸 진행자인 재재(이은재 PD)는 타인을 비하하거나 약자를 희화화하지 않으면서도 웃음을 이끌어내는, 새로운 예능 문법을 제시하고 있다. ‘제티의 스쿨버스’는 로봇고, 애니고 등 대입에 일원화되지 않는 학교와 학생들의 다채로운 모습을 조명하고, ‘학교 성폭력 OUT’은 아직 끝나지 않은 ‘스쿨미투’를 집중 고발한다. ‘스브스뉴스’ 출범 당시 소개말인 ‘SBS가 자신 있게 내놓은 자식들’은 중의적이다. SBS의 자신감이 담겨 있는 동시에 지상파 방송 안에서는 다루기 어려워 밖으로 내놓았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뉴스에는 위아래가 없다’는 슬로건처럼, 스브스뉴스가 지향하는 평등하고 ‘안 가는 곳 없는’ 뉴스를 지상파에서도 볼 수 있기를 기원한다.


SBS의 ‘그것이 알고 싶다’

-개설일: 2019년 3월 27일
-구독자 수: 1만 6000명

SBS 예능 프로그램은 ‘SBS Entertainment’, 시사교양 프로그램은 ‘SBS Culture’ 채널에 모여 있는데, 그중에서도 특히 인기 있는 ‘런닝맨’, ‘K팝스타’ 등은 개별 채널로 운영된다. 하지만 이런 채널들은 유튜브에서 자체 제작한 콘텐츠가 아닌 다시보기 또는 하이라이트 편집 영상을 게시하는 데에 그치고, 전부 해외 이용자를 대상으로 한 것이라서 국내 이용자는 일부 예고편만을 감상할 수 있다. 그러나 올해 3월 개설된 ‘그것이 알고싶다’ 공식 계정은 ‘그알 비하인드’를 통해 본방송에서 의문점을 해소하지 못한, 그것이 ‘더’ 알고 싶은 시청자들을 위한 취재 뒷이야기를 전한다. 클럽 ‘버닝썬’ 사건을 취재한 박경식 PD는 “예고편에서는 VVIP 정체 깔 것처럼 쇼하더니 도대체 뉘 집 아드님이시기에 그렇게 싸고도는 거냐”라는 누리꾼의 질타에 예고편을 송출한 이후 실제 폭행자의 정체와 신분에 대한 새로운 제보가 들어와 추가 확인을 위해 공개를 미룬 사실을 알렸다. 또 제보를 받았음에도 제보자의 요청에 따라 방송하지 못했던 일화를 언급하며 제보자들을 보호할 수 있는 시스템에 대한 고민을 털어놨다. 카메라 뒤 제작진을 전면에 내세우며 보다 과감한 취재 내용과 제작 과정을 드러낸다는 점에서, SBS는 유튜브를 통해 지상파 방송의 한계를 영리하게 극복해가고 있다.


MBC의 
14F 
-개설일: 2018년 6월 20일
-구독자 수: 10만 명

MBC는 지난해 6월 미디어 엑셀러레이터 메디아티와 협업, ‘MBC 14층 사람들이 만드는 20대를 위한 짧고 똑똑한 뉴스’, ‘14F’ 채널을 공개했다. 2017년 개설된 ‘엠빅뉴스’가 ‘뉴스보다 친절하고 강의보다 알기 쉬운 내 손 안의 세상 물정 가이드북’을 표방한 것과 같은 맥락에서, MBC는 고발적인 성격을 띄기 보다는 시청자가 쉽게 이해할 수 있는 생활 정보 전달에 집중하는 경향을 보인다. 평일 오후 9시 업로드되는 ‘Today’s Pick’은 기존 방송의 뉴스보다 조금 더 청년층의 관심사에 밀접한 키워드 3~4개를 뽑아 3분 내외의 영상으로 소개한다. 스마트폰에 최적화된 세로 영상에, 아나운서가 친근한 설명을 곁들이는 방식이다. 스냅챗 플랫폼을 이용해 10~20대의 호응을 얻었던 NBC 뉴스쇼 ‘Stay Tuned’을 참고한 것이지만, 국내 지상파 방송 중에서는 처음으로 세로 형식 뉴스를 도입했다는 점이 주목할 만하다. 이밖에도 유수진 자산관리사가 청년들에게 유용한 자산관리 노하우를 전수하고 관련 지원 제도를 소개하는 ‘아이돈케어’, 현창윤 변호사가 법률 상식과 함께 무지로 인해 겪을 수 있는 불이익을 알리는 ‘현변의 법률가이드’ 등 청년들의 실생활에 유용한 정보가 가득하다.


EBS의 ‘EBSCulture’

-개설일: 2012년 11월 18일
-구독자 수: 80만 명

‘EBSCulture’ 채널에서는 남녀노소 모두를 위한 EBS의 교양 프로그램을 얼마든지 무료로 감상할 수 있다. ‘세상에 나쁜 개는 없다’와 ‘고양이를 부탁해’는 반려동물과 더불어 살기 위해 필요한 정보를 제공하고, ‘지식채널 e’는 감각적인 연출로 역사부터 문화까지 다분야의 지식을 다룬다. 장르 불문 양질의 공연 실황을 선보이는 ‘EBS 스페이스 공감’도 빼놓을 수 없다. 이 채널 외에도 교육적 성격이 강한 라디오, 다큐멘터리 등 모든 세대를 아우르는 프로그램들이 장르별 채널로 나뉘어 운영된다. KBS, MBC, SBS 3사는 2014년을 기점으로 국내 이용자들을 상대로 한 유튜브 다시보기 서비스를 중단하고, 다음과 네이버에 방송 일부를 편집한 클립만을 공개하고 있다. 오직 해외 접속자만이 유튜브에 게시된 방송 전체를 감상할 수 있고, 국내 접속자는 접근이 차단되어 POOQ과 같은 스트리밍 서비스나 IPTV 콘텐츠를 통해 유료로 이용해야 한다. 하지만 EBS는 국내 이용자에게도 해외 접속자와 마찬가지로 다시보기를 지원한다. 유튜브 자체 콘텐츠 제작이 활발히 이뤄지고 있지는 않지만, 본방송을 무료로 시청할 수 있게 함으로써 보호자 인증 절차상 유료 콘텐츠 구매가 번거로운 14세 미만 이용자들의 접근성을 높였다.


KBS의 
크큭티비와 깔깔티비 
-개설일: 2018년 9월 12일 / 2019년 4월 3일
-구독자 수: 7만 5000명 / 1600명

KBS는 방대한 아카이브를 바탕으로 옛 방송의 하이라이트 편집 영상을 제공한다. ‘깔깔티비’는 ‘공포의 쿵쿵따’, ‘위험한 초대’ 등 지금도 전설의 영상이라 회자되는 예능 프로그램을 선보이고 있다. 이중 가장 눈에 띄는 건 매주 토요일 밤 10시 리마스터링 버전으로 공개되는 ‘이소라의 프로포즈’다. ‘유희열의 스케치북’, ‘윤도현의 러브레터’의 전신이며 1996년~2002년 당시 음악가들과 관객이 소통할 수 있는 장을 마련했던 프로그램은 유튜브라는 플랫폼을 만나 다시 세상에 나왔다. 중장년층에게는 90년대의 추억을, 청년층에게는 아이돌 음악에 집중된 지금과는 또 다른 한국 음악의 면모를 경험할 수 있는 기회를 준다.
KBS는 여느 방송사보다 빠르게 유튜브 시대의 문을 열었다. 특히 2007년 개설된 KBS 'World TV'는 구독자 1004만 3000명을 보유하며 다른 방송사의 월드 채널(SBS- 올해 1월 개설돼 구독자 7만 명, MBC- 2011년 개설돼 구독자 8만 명)보다 월등히 앞섰다. 그러나 유튜브 자체 콘텐츠 제작은 다소 뒤쳐진 상황이다. ‘크큭티비’는 ‘유머 1번지’, ‘개그콘서트’ 등 옛 공개 코미디 다시보기와 ‘갈갈개그대백과사전’과 같은 자체 콘텐츠를 선보이고 있는데, 인종 차별, 지적 장애인 희화화, 외모 비하 등 과거 개그 프로그램이 재미를 유발하는 데 사용했던 편견들을 재생산할 수 있다는 위험성이 있다. 교수가 외모에 따라 여제자들을 차별하고 끊임없이 스킨십을 시도하는 ‘준교수의 은밀한 사생활’만 봐도, 인권 감수성이 부족했던 옛 개그 문법의 문제를 파악할 수 있다. 기존 방송 콘텐츠 의존도가 높은 만큼, KBS의 주의가 필요해 보인다.



CREDIT 글 | 임현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