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니엘 헤니가 보여주는 ‘좋은 친구’

2019.06.03 페이스북 트위터


국코카콜라는 지난 5월 1일 공식 유튜브 채널에 다니엘 헤니와 박나래가 출연한 조지아 크래프트 광고를 공개했다. 영화 ‘로마의 휴일’을 패러디한 광고에서 다니엘 헤니와 박나래는 각각 그레고리 팩과 오드리 햅번의 역할을 맡았다. 두 사람은 광장을 거닐고 춤을 추며 낭만적인 휴일을 만끽하지만, 사실 이들의 데이트는 나른한 오후 사무실에서 깜빡 잠이 든 박나래의 꿈이었다. 직장 동료 다니엘 헤니는 파티션을 톡톡 두드려 그를 깨우고, 환한 미소와 함께 커피를 마시자고 제안한다.

박나래의 꿈은 현실과 아주 멀지는 않았다. CF 비하인드 영상에서 현실의 다니엘 헤니는 박나래에 대해 “너무 좋았어요. 많이 친하니까. 정말 좋은 친구 같아요. 우리는 즐거운 시간을 보냈고, 또 촬영은 수월했어요. 아주 재밌었어요.”라고 말한다. 또한 촬영이 끝난 뒤 박나래에게 무릎을 꿇고 꽃다발을 건네고, “고마워요. 재밌었어요, 오늘”이라며 감사를 전했고, 인스타그램에는 박나래의 계정을 태그하며 “‘로마의 휴일’은 제가 가장 좋아하는 영화 중 하나입니다. 오드리와 함께 패러디 버전을 촬영할 때 너무 재미있었던 기억들뿐이네요.”라는 메시지를 남겼다.

다니엘 헤니가 정말 어떤 사람인지 일반 대중이 알기는 어렵다. 다만 적어도 카메라에 비친 그는 매번 동료들에게 예의를 지키고, 다정한 말과 눈빛을 보내며, 가끔은 꽃을 선물한다. 외모와 재력을 떠나, 친구로서든 호감을 표하는 이성으로서든 적어도 상대방을 대할 때 ‘노력’을 기울인다는 의미다. 연예인의 가식이라고 치부할 수도 있겠다. 하지만 다니엘 헤니가 박나래를 언급한 인스타그램 게시물에, MBC ‘나 혼자 산다’를 통해 두 사람을 모두 알고 있는 이시언은 “아..ㅋ”라는 댓글을 남겼다. 다니엘 헤니와 박나래가 광고를 찍게 된 계기라고 할 수 있는 ‘나 혼자 산다’ LA 촬영 당시, 다니엘 헤니가 박나래와 한혜진에게 꽃을 선물하자 전현무는 그에게 “전형적인 선수”라 말하기도 했다. 한국에서 남자가 여성에게 매너있는 모습을 보일 때, 예능 프로그램 등에서는 그런 모습을 희화화 하거나 여성의 환심을 사기 위한 행동으로 바라보곤 한다. 그러나 다니엘 헤니는 ‘나 혼자 산다’ 방영 당시 이시언에게도 출연 중인 드라마 ‘크리미널 마인드’ 대본을 선물하며 친필 메시지를 남겼다. 자신의 이름이 틀리게 적힌 기안84의 초상화에 대해서도 “내가 무슨 의미인지 아니까 괜찮다”라며 가장 인상적인 선물이라고 말했다. 그는 같이 일하는 사람 모두에게 친절하고, 매너를 지킨다.

매너 있는 동료 또는 친구. 다니엘 헤니가 1년 전 단 한번 함께 ‘나 혼자 산다’를 촬영한 박나래와 광고를 찍을 수 있는 이유다. 직장 동료에게 이른바 ‘사심’이 없어도 웃으며 커피를 마시자고 제안할 수 있는 남자 동료를 캐스팅할 때, 그 이미지를 충족할 수 있는 연예인은 정말 많지 않다. 박나래 같은 여자 예능인과 접점이 있으면서도 미디어 상에서 그를 동료로서 매너있게 대하는 남자 연예인이라면 더욱 찾기 어렵다.

최근 KT는 5월 9일 유튜브 공식 계정에 유튜버 보겸을 모델로 한 10GiGA 광고를 공개했다가 소비자들의 항의에 하루만에 삭제했다. 보겸은 현재 312만 구독자를 보유한 인기 유튜버다. KT는 성공한 BJ, 스트리머, 유튜버인 보겸을 통해 ‘스트리머 전용 인터넷’을 홍보하고자 했다. 그러나 보겸은 지난해 전 연인에 대한 폭행 의혹이 불거지자 이를 인정하고 공개 사과한 바 있다. 또한 지난 1월 게시한 ‘오늘은 진짜 19세 이상만 봐라’ 영상 속에서는 실시간 방송에서 “너희들 핸드폰에 있는 필살기 다 올려 빨리”라며 시청자들이 ‘야짤(야한 사진)’을 올리도록 종용하기도 했다. 당시 보겸은 시청자들이 실제 음란물 캡쳐 이미지를 올리자 “진짜 야동을 올리면 어떡하냐”라며 그들을 다그치면서도 이 방송을 음란사이트를 모방한 썸네일과 함께 유튜브 콘텐츠로 재생산했다. 남자 연예인들이 단톡방에서 여성을 불법촬영한 영상들을 유포한 일이 발각된 것이 불과 몇 개월 전이다. 하지만 한편에서는 보겸 같은 유튜버가 여전히 이런 언행을 하고, KT 같은 통신회사가 그를 캐스팅한다.

한편에서는 동료나 친구로서 보여줄 수 있는 친절과 매너도 연애를 위한 수단으로 몰고 가고, 다른 한편에서는 여성이 고통 받는 것에 완전히 무지하거나 악의적이다. 한국에서, 특히 승리로 비롯된 ‘버닝선 게이트’ 이후 좋은 남자 동료나 친구는 환상의 영역에 있는 것처럼 보인다. 단톡방에서 불법 촬영물을 유포했다는 기자들, 학교나 직장에서 흔히 있을 수 있는 작은 호의를 애정 표시로 몰아가는 동기들 같은 이들과 좋은 친구가 되기는 불가능하다. 최근 20~30대 사이에는 ‘Friends With Benefits(이하 FWB)’라는 개념이 퍼지고 있다. 직역하자면 ‘득이 되는 친구’로, ‘연인은 아니지만 성적 관계를 맺는 사이’라는 의미로 통용된다. 그러나 FWB가 오직 성관계만을 목적으로 하는 ‘Sex Partner’나 ‘Fuck Buddy’와 다른 개념이 될 수 있으려면 서로에게 ‘Benefit’이 있어야 한다. 여기에는 성적 쾌감부터 정서적 위안까지 넓은 범위를 포괄한다. 보다 정확하게는, 일단 정서적으로 ‘Benefit’이 있는 친구여야 성관계도 생각할 수 있다. 하지만 그 남자인 친구가 남자들끼리 모인 곳에서 불법 촬영물을 보며 낄낄거린다면, 사귀고 싶은 사람 외에는 어떤 친절과 매너도 발휘하지 않는다면, 여성이 얻을 ‘Benefit’은 무엇일까. 우선 친구부터 될 수 있는지부터 따져야 할 판이다.


CREDIT 글 | 임현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