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돌 연습생│② 팬도 기획사도 ‘인성’을 따진다

2019.05.21 페이스북 트위터


최근, 아이돌 팬들 사이에서도 ‘인성’을 중요한 기준으로 삼는 사람들이 늘었다. 이런 경향은 ‘프로듀스’ 시리즈가 활발해진 뒤에 아이돌 그룹을 좋아하기 시작한 팬들에게서 더욱 두드러진다. ‘프로듀스 101 시즌 2’부터 한 아이돌 그룹 멤버의 팬이 된 D씨는 현재 중학생 아이를 둔 엄마다. 그는 열심히 하는 모습이 보기 좋았고, 말을 상냥하게 하는 모습을 보고 ‘바른 친구’라는 생각을 하게 됐다며 "물론 사람마다 다를 수는 있지만 개인적으로는 나도 자녀가 있는 입장이기 때문에 인성이 어떤지 중요하게 보게 된다"라고 말했다. D씨가 활동 중인 팬 모임은 40대 이상의 학부모들이 결성했다. 이들에게는 ‘프로듀스 101’에서 자신들이 좋아하는 아이돌이 보여준 책임감 있는 모습, 상냥한 모습 등이 외모에 대한 호감도와는 별개로 해당 멤버를 응원하는 가장 중요한 이유 중 하나다.

반면에 10대 때부터 아이돌을 좋아했던 30대 여성 팬 E씨는 “솔직히 예전에는 연예인이 나와 친구도 아니니까 인성은 거의 상관없었다.”라고 말한다. 그는 “몇 년 사이에 팬들이 연예인을 좋아할 때 인성을 보는 경우가 많아졌는데, ‘프로듀스’ 시리즈나 아이돌 리얼리티 프로그램이 많이 나오면서 전보다 가깝게 느껴서 그런 것 같다.”라고 설명했다. E씨와 비슷하게 오랫동안 팬덤 활동을 했던 사람들 중에는 “실제 성격이 어떻든 보이는 데에서만 잘하면 된다.”라고 말하는 사람이 대부분이다. 하지만 팬덤에 새롭게 유입된 팬들 중에서는 해당 아이돌이 보여주는 성실함에 점수를 주는 사람이 적지 않다는 게 E씨의 생각이다. “내 ‘최애’ 아이돌이 열심히 하는 모습을 보면 앨범, 굿즈 등을 사는 데에 돈을 많이 쓰더라도 뿌듯하다.”

최근 들어 팬들이 아이돌의 인성을 평가하는 일은 자구책에 가깝다. ‘프로듀스 X 101’이 정규 방송을 시작하기 전에 연습생을 공개하자, 여러 온라인 커뮤니티와 SNS에 출연하는 연습생들의 과거에 관한 이야기가 떠돌았다. 이런 자료들은 "입덕하기 전에 반드시 살펴봐야 할 필수적인 것"이다. F씨는 “나는 동방신기 팬이었고, JYJ의 팬이었다.”라며 팀이 갈라서게 되고 박유천이 여러 가지 문제에 휘말린 걸 보면서 회의감을 많이 느꼈다고 말했다. 그는 “SNS가 발달하지 않았던 옛날에는 좋아하는 아이돌이 뭘 하고 사는지, 어떤 성격인지 마음만 먹으면 모른 척 할 수 있었는데, 요즘에는 SNS 때문에 무조건 알게 되니까 새로운 아이돌을 좋아할 때는 찾아보게 된다.”라고 설명했다. 과거에 Mnet ‘펜타곤메이커’와 같은 아이돌 서바이벌 프로그램에서 인성을 평가요소로 넣자 여기에 반발하던 팬들이 있었다. 하지만 그들 중에는 이제 “인성은 점수화하기 어려운 영역”이라면서도, 문제가 없는 아이돌들도 있는데 굳이 모르고 좋아했다가 상처를 받을 필요는 없다고 말하는 이들이 늘어났다. 연이어 유명 아이돌들의 인격과 관련한 문제가 불거진 것도 팬들이 변한 중요한 이유 중 하나다. F씨도 “나중에 나 자신이 한심해질까봐” 그들의 말투나 행동 하나하나를 유심히 들여다보게 된 것은 물론이다.

과거에는 “노는 애들을 데려오라”라던 기획사에서도, “어차피 내 친구도 아니니까” 외모와 화려한 무대만 보고 좋아하던 팬들도 아이돌들을 평가하는 기준에 커다란 변화가 생겼다는 점을 느끼고 있다. 기획사에서 신인개발팀의 역할을 보다 중요하게 생각하게 된 까닭도 여기에 있다. 신인개발팀은 계약 이후의 단계부터 데뷔 직전까지의 연습생들을 관리하는 부서다. 많은 기획사 관계자들이 ‘인성’은 캐스팅 디렉터의 영역이 아니고, 계약 후에 연습생들을 트레이닝시키는 신인개발팀에서 꾸준히 확인을 해야만 하는 부분이라고 입을 모았다. 캐스팅 디렉터 A씨는 “그전까지는 회사에서 알더라도 유야무야 넘어갈 수 있는 부분이 있었지만, 방송에 출연하는 경우에는 회사에서 모르다가 문제가 되는 경우도 있어서 더욱 신중해야 한다.”라고 말했다. 그는 계약을 할 때는 몰랐던 것도 트레이닝을 하다 보면 점점 드러난다고 설명하면서, 또래가 모여서 트레이닝을 받다 보면 해당 연습생이 어떤 성향을 갖고 있는지 대부분 나타나기 때문에 꾸준히 지켜보면서 장기적으로 문제가 생기지 않도록 담당자들이 계속 확인을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다만, 어떤 사람의 인성을 ‘좋다’, ‘나쁘다’로 구분지어 말할 수 있는 기준은 어디에도 없다. 인성과 인격을 논하는 일이 자칫하면 평가자의 자의적인 기준으로 부정하게 이용될 수도 있다는 비판을 피해가기 어려운 까닭이기도 하다. 한 아이돌 그룹의 관계자 G씨는 “최근에 한 신인 걸그룹 데뷔조에서 멤버 한 명이 탈락했는데, ‘남자관계가 문란하다’는 이유를 들더라.”며 “오랫동안 연습생 생활을 했는데 데뷔 준비를 마친 상황에서야 그걸 알고 갑자기 떨어뜨렸다는 게 의아했다.”고 털어놓기도 했다. B씨는 “‘프로듀스101’에 나오는 연습생들은 간절하고, 프로그램에서 연습을 하는 과정에서 여기서라도 자기주장을 강하게 해야 한다는 압박을 받는 사람이 많기 때문에 화면상의 모습만으로 무조건 ‘성격이 못됐다’며 비난하지 않았으면 좋겠다.”라고 말했다.

외모나 춤 실력처럼 눈에 보이거나 노래 실력처럼 귀로 들을 수 없는 추상적인 키워드 하나가 아이돌 팬덤의 크기를 결정하는 중요한 요소가 됐다. 누구도 명확한 기준을 제시할 수 없는 모호한 요소가 사람의 마음을 단번에 휘어잡기도 하고, 매몰차게 뒤돌아서게도 만든다는 점은 때때로 섬뜩하기까지 하다. “무조건 리얼리티에서 상냥한 연기를 하라는 게 아니다. 열심히 하는 모습이라도 꾸준히 보여주면 된다.” 어떤 팬의 탄식이, 그나마 지금 상황에 대한 해답에 가장 가까워 보이는 이유이기도 하다.


CREDIT 글 | 박희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