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이 방탄소년단에 마련한 자리

2019.04.25 페이스북 트위터


방탄소년단은 4월 12일 ‘Map of the Soul: Persona’를 공개했다. ‘작은 것들을 위한 시(Boy With Luv)’의 첫 무대는 미국의 ‘새터데이 나이트 라이브(SNL)’에서 공개했다. K-POP 아티스트 최초다. 호스트는 엠마 스톤이었다. 그가 과거 ‘코난 쇼’에서 K-POP에 대한 애호를 밝힌 것을 감안하면 다분히 의도적인 매칭이었고, 실제 예고편에서도 방탄소년단은 단순한 뮤지컬 게스트 이상으로 활용되었다. 그전에 ‘작은 것들을 위한 시’의 뮤직비디오는 첫 24시간 유튜브 조회수 7천 5백만회로 역대 신기록을 달성했다. 1억 회 돌파에는 이틀이 걸리지 않았다. 스포티파이는 유튜브처럼 24시간을 기다릴 필요가 없었다. 방탄소년단이 아시아 뮤지션으로는 최초로 스포티파이 재생 50억 회를 돌파했다는 뉴스가 나왔다. 일주일이 지난 현재 '작은 것들을 위한 시’는 스포티파이에서 가장 인기있는 재생목록인 ‘Today’s Top Hits’ 맨 위에 있다.

이제 위와 같은 사실은 방탄소년단의 인기를 설명하거나 강조하는 것과는 다른 맥락을 보여준다. 다시 말해 '최초' 같은 수식은 이제 '한국 아티스트가 여기까지 왔다'라는 지표로 보이지 않는다. 미국 팝시장에서도 이들은 시장 내의 주요한 액트 중 하나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SNL’이나 비츠1 라디오쇼 출연은 그 자체로 뉴스가 아니라 일종의 출발점이다. 그리고 비슷하게 출발하는 다양한 장르의 아티스트는 저마다 다른 성공의 기준과 전략을 가진다. 스트리밍 시대에 힙합은 압도적인 성적으로 차트를 지배한다. 한편 팝 계열은 스트리밍에서 약세를 보이는 만큼 라디오 성적을 바탕으로 기회를 만들 수 있다.

보이 밴드를 보는 시각은 또 다르다. 2000년대 이후 보이밴드의 성공 여부는 차트로 설명하기 힘들다. 음원 판매와 스트리밍, 라디오 성적 중 어느 것도 전체 성적을 견인할 정도는 아니면서, 각각이 상승하는 시기도 다르다. 사실 특정한 세대나 취향에 호소하는 대부분의 장르는 비슷한 일을 겪는다. 다만 보이밴드의 대중적 인지도 때문에 대조가 생겨나고, 그에 대한 전통적인 폄하도 쉬워진다. 지금 K-POP의 차트 성적을 변명하는 것이 아니다. 미안하지만 방탄소년단의 이전에 누구도 그만한 것을 따져볼 정도에 이른 적도 없다. 방탄소년단이 처음이고, 그래서 많은 사람들이 이 팀을 지켜보는 것이다.

그렇다면 ‘작은 것들을 위한 시’는 보이밴드 차트 이론에 균열을 가져올 가능성이 있는가? 확언할 방법은 없지만, 미국 시장이라는 배경에서는 흥미로운 면을 보여준다. 한때 K-POP은 최신 팝의 경향을 위화감 없이 구현하는 것을 일종의 목표로 보았다. 그러나 K-POP의 멜로디는 일종의 선천적 한계로 작용했고, 케이팝은 해외 작곡이라는 우회로를 찾기도 했다. 그런데 '작은 것들을 위한 시’의 코러스는 의도적으로 K-POP도 아니고 영미권 팝도 아닌, ‘아시안 아이돌’이라는 미묘한 정서를 겨냥한 것처럼 보인다. 미국 대중의 입장에서 이는 이해 가능하면서 여전히 신선한 틈새가 된다. 이 틈새는 방탄소년단의 기존 팬덤을 놀라게 하지 않으면서, 이미 문화적 코드가 된 K-POP의 구성 요소를 좀 더 쉽게 받아들일 수 있게 해준다. 할시의 피처링도 유명 아티스트가 리믹스가 아닌 최초 버전부터 참여한다는 측면과 별개로, 전체적인 의도를 위협하지 않는 선에서 조화롭게 마무리된다. 뮤직비디오가 전형적인 K-POP의 무드로 시작해서, 할시의 등장과 함께 좀 더 자유로운 파티 분위기와 단체 댄스로 넘어가는 종반부는 상징적이다.

이 시도는 진행 중이고, 그 성과는 좀 더 지켜볼 가치가 있다. 지금까지의 상황을 보자. 앨범 ‘Map of the Soul: Persona’는 4월 27일자 ‘빌보드 200’에서 1위를 차지했고, ‘작은 것들을 위한 시’는 ‘핫 100’에서 8위다. 트랙 7개에 불과한 앨범이 1위를 하는 건 쉽지 않다. 실물 음반 판매량이 상당하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다. 이 팬덤이 스트리밍과 음원 판매에서 장기적으로 어떤 역할을 할 수 있는지 아직 알지 못한다. 그 사이 라디오 성적은 나아지는 중이다. 4월 20일자 ‘Pop Songs’ 차트에서 ‘Boy With Luv’는 35위로 시작했다. ‘Pop Songs’ 차트는 라디오 방송 횟수를 기본으로 삼는다. 35위는 방탄소년단으로서는 가장 높은 순위 진입이다. 이 다음에 무엇이 올까?



CREDIT 글 | 서성덕(음악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