억울한 남자들│② 당신이 쉽게 해선 안 되는 말들

2019.04.16 페이스북 트위터
표현의 자유는 중요하다. 하지만 그것이 타인의 인격을 짓밟고 권리를 침해해도 된다는 의미는 아니다. 승리, 정준영 등 연예인들이 단톡방에서 했던 범죄 중에는 여성에 대한 폭력적인 발언들도 포함 돼 있고, 이것은 단지 말한마디일 뿐이라거나 남자들이라면 다 흔하게 하는 말 같은 것으로 치부할 수 없다. 누군가는 마치 아무 것도 아닌 일처럼 말하지만, 사실은 법적으로도 처벌 가능성이 있는, 그렇기에 SNS, 메신저, 학교나 직장 등에서 쉽게 해선 안 되는 말들을 이은의 변호사의 자문을 받아 정리했다.


“OO? 걔는 XX이잖아.”
단체 카톡방에서 이야기를 나누던 당신, 아끼는 친구가 동기인 OO을 마음에 두고 있다며 조언을 구했다. OO와 깊게 아는 사이는 아니지만, 자신이 판단하기에 왠지 나쁜 얘기가 많은 것 같았다. 독단적으로 친구가 ‘나쁜 OO’을 사랑했다가 상처받을 게 뻔하다고 판단한 당신은 OO에 관한 소문들을 언급하며 그를 만류했다.


당연하게도, 당신이 누군가에 대해 소문만 듣고 판단할 권한은 없다. 자신이 마음대로 선의라 생각한 행동이라 해도, 당신은 그저 법률상 ‘명예훼손’을 저질렀을 뿐이다. 정보통신망법 제44조와 제70조에 따라 ‘사람을 비방할 목적으로 공공연하게 사실이나 거짓의 사실을 드러내어 타인의 명예를 훼손하는 내용의 정보’를 유통한 자는 처벌받을 수 있다. 형법상 명예훼손의 경우 2년 이하의 징역이나 500만 원 이하의 벌금(사실 적시)또는 5년 이하의 징역이나 1천만 원 이하의 벌금(허위사실 적시)에 처한다. 반면 정보통신망법상 명예훼손은 3년 이하의 징역이나 2천만 원 이하의 벌금 또는 7년 이하의 징역이나 5천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 처벌의 강도를 비교해보면 현행법이 인지하고 있는 사이버 명예훼손의 심각성을 알 수 있다. 직접 대면하지 않는 온라인상이라고 타인의 사생활이나 거짓된 정보를 함부로 이야기해선 안 된다. 흔히 사용하는 ‘관종(‘관심종자’의 준말)’ 같은 단어도 상황과 맥락을 고려해 처벌받은 판례가 있다.

“몰카 말고 그냥 야동 돌려보는 게 잘못이야?”
그렇다. 잘못이다. 일단 ‘몰카’가 아니라 ‘불법촬영’이며, 설사 불법 촬영되지 않은 음란물이라 하더라도 돌려본다면 처벌받을 수 있다. 현행법상 음란물을 보는 것만으로는 처벌 대상이 되지 않는다. 자기 의사와 상관없이 스팸메일을 받았거나 불특정다수가 있는 곳에 게시된 글을 우연히 보게 되는 경우 등 자칫 억울한 피해자가 발생할 수 있음을 고려해야 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만약 음란물을 보는 것에 그치지 않고 다른 이와 공유했다면 성폭력처벌법 제13조에 따라 2년 이하의 징역 또는 500만 원 이하의 벌금형을 받을 수 있다. 대상자의 의사에 반하여 촬영된 불법촬영물의 경우 처벌 수위는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3천만 원 이하의 벌금으로 처벌이 강해진다. 촬영 당시 대상자와 합의했지만, 사후에 합의 없이 유포한 경우 역시, 당연하게도 같은 처벌을 받는다. 직접 유포하지 않았더라도 ‘더 올려보라’고 부추기는 등 적극적으로 가담했다면 정도에 따라 동조행위로 처벌 받을 가능성도 있다.

“아닌데 아닌데. 무혐의 받았는데. 아무 잘못 없는데?”
당신은 모 연예인이 성폭행 사건에서 무혐의 판결을 받았음에도 비판을 받는 것을 이해할 수 없었다. 아무런 죄 없는 사람을 향해 손가락질을 하다니. 분노한 당신은 ‘무혐의는 죄가 없다는 것’이라며 ‘그에게 손가락질하는 사람들이야 말로 명예훼손’이라고 외쳤다. 반은 맞고 반은 틀렸다. 무혐의는 검찰이, 무죄는 법원이 내리는 판단으로 둘다 ‘잘못된 행위를 하지 않았음’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물론 사안에 따라 결백했기 때문에 무혐의나 무죄가 될 수도 있다. 반면 특정 행위를 한 것은 사실이지만, 그것이 법에 따라 ‘범죄’에 해당하지 않는 경우에도 무죄가 선고될 확률이 높다. 또한 수사과정에서 증거를 충분히 확보하지 못했을 때에도 무혐의가 나올 수 있다. 일사부재리의 원칙에 따라 어떤 재판에서든 한번 무죄를 선고 받았다면 추후 법원이 해당 사건을 다시 판결하기는 어렵다. 다만 무혐의 사건에 대해 재수사 및 기소는 가능하다. 예를 들면, 정준영은 2016년 불법 촬영 및 유포 혐의로 입건됐으나 무혐의 처분을 받았다. 그러나 ‘승리 게이트’가 불거진 이후인 지난 3월 21일, 서울경찰청 광역수사대는 당시 수사를 받았던 경찰을 직무유기 혐의로, 담당 변호인을 증거인멸 혐의로 입건했다. 만약 누군가 무혐의라는 이유로 아무 잘못이 없다고 주장하려면, 무혐의를 받은 이유에 대해 정확히 알아야할 필요가 있다.

“가짜 미투가 횡행하는데, 강력 처벌 안 하고 뭐하는 거야!”
어느 날 뉴스를 보던 당신은 스스로 ‘미투 피해자’라며 눈물을 흘리는 여성을 보며 분노했다. 당신이 생각하기에 이건 ‘미투’가 아니라 불륜이었다. 그래서 당신은 억울한 사람의 가정과 사회적 지위를 파괴하는 ‘가짜미투’를 무고죄로 강력히 처벌해야 한다고 외쳤다. 한 온라인 커뮤니티에서도 국내 성범죄 무고율이 40%에 달하며, 다른 범죄보다 무고율이 높다는 주장이 나왔다. 그러나 대검찰청 조사 결과, 2014년 성범죄 발생 건수는 2만9863건이었고, 같은 해 전국 법원이 유죄 판결을 내린 성범죄 관련 무고 사건은 148건이었다. 성범죄의 무고 비율은 여타 범죄의 무고 비율과 비슷한 수준이지 특별히 더 높지 않다. 무고에 의한 피해자가 있을 수는 있으나, 그것이 성범죄와 관련해서만 ‘미투’ 등을 악용해 특별히 더 높은 비중으로 발생하거나 하지는 않는다. 또한 유감스럽게도 무고죄나 앞서 언급한 사실 적시에 의한 명예훼손은 가해자들이 피해자 또는 내부고발자를 협박하는 무기가 되기도 한다. 그래서 이 조항을 두고 표현의 자유를 침해하고 피해자의 고발을 저해한다는 측면에서 폐지해야 한다는 주장도 있다. 물론 ‘진실한 사실로서 오로지 공공의 이익에 관한 때에는 처벌하지 아니한다’는 형법 제310조에 따라 무죄를 받을 가능성이 높지만, 공익을 위한 폭로 자체를 위축시킬 수 있다는 점에서 논의가 필요한 부분이다.

CREDIT 글 | 임현경
자문 | 이은의 변호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