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스’를 보고 나서 알면 좋을 다섯 가지

2019.04.10 페이스북 트위터
지난 27일 개봉한 조던 필 감독의 ‘어스’(Us)에는 두 가지 의미가 있다. ‘우리’ 그리고 ‘미국’(United States). 현재 미국 사회를 겨냥한 메시지가 은유적으로 녹아 있는 ‘어스’는 관객의 적극적인 해석을 요구하고 ‘아는 만큼 보이는’ 지적인 영화다. ‘어스’를 감상하기 전에 알아둘 만한, 혹은 관람 이후 사후적으로 습득해도 좋을 배경지식을 정리했다.



왜 도플갱어일까

‘어스’의 줄거리는 다음과 같다. 1986년 샌타크루즈 해변, 어린 애들레이드는 어린 시절 우연히 자신의 도플갱어를 마주한 후 극심한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를 겪는다. 시간이 흘러 성인이 된 애들레이드(루피타 니옹고)는 남편 게이브(윈스턴 듀크)와 딸 조라(샤하디 라이트 조셉) 그리고 아들 제이슨(에반 알렉스)과 휴가를 보내기 위해 다시 샌타크루즈를 찾았다. 그날 밤, 애들레이드가 마주쳤던 도플갱어를 비롯해 윌슨 가족과 똑같이 생긴 이들이 윌슨 가족이 머무는 별장에 찾아와 다짜고짜 폭력을 행사한다. 이에 대해 조던 필 감독은 “인간은 자신의 결함이나 죄책감, 마음속의 괴로움을 바라보고 싶어 하지 않는다. 오히려 외면하려고 한다. 그 경향은 테러에서 이민에 이르기까지 모든 것에 관한 두려움에 내재한다”라며 기획 의도를 설명했다. 이민자 배척으로 대표되는 트럼프 시대, 우리 바깥의 존재가 결함이라고 생각하지만 실상은 내부에 원인이 있다는 문제의식이 고전적인 도플갱어 신화로 구현됐다고 할 수 있다. 그리고 ‘어스’는 도플갱어에게 독립된 캐릭터성을 부여해 장르적으로도 더 풍부한 결과물을 만들었다. 그들은 원본 그대로의 복사본이 아닌, 자기 주관과 결단력을 가진 주체다. “크리처의 동물적인 움직임과 인간의 공감적인 움직임 사이에 해당하면서 전적으로 이질적인” (무브먼트 컨설턴트 매들린 홀랜더) 안무를 짜서 배우 연기에 반영했고, “한 무리의 사람들을 통일시켜 주면서 개성의 여지는 남겨두고 광신도 집단 같은 면을 보여주기 위해”(의상 디자이너 킴 바렛) 모두 레드 의상을 입혔다. 포스터에서부터 눈길을 끈 놋쇠 가위 역시 ‘도플갱어’와 이미지적으로 일맥상통하는 의미를 담고 있다. 조던 필 감독은 “가위는 다른 영화에서도 사용된 고전적인 공포 이미지다. 문자 그대로나 물리적으로나 이중성을 띤다. 두 개의 부분으로 이루어진 하나의 전체이며, 일상의 영역과 절대적인 공포의 영역 사이에 자리한다”라며 가위를 등장시킨 이유를 전했다.

미국을 가로지르는 손(Hands Across America)
‘어스’의 초입과 말미에는 손에 손을 잡고 긴 띠를 만든 인간들의 모습이 등장한다. 미국을 가로지르는 손(Hands Across America)은 1986년 미국 전역에서 진행된 운동으로, 15분간 손을 잡는 퍼포먼스를 통해 굶주린 사람들을 돕는 기금 모금을 장려했다. 조던 필 감독은 ‘배너티 페어’와의 인터뷰에서 “‘미국을 가로지르는 손’은 미국의 낙관주의와 희망을 보여주는, 손을 잡으면 우리가 해낼 수 있다는 레이건 스타일의 아이디어다. 하지만 그것으로 굶주림이 해결되지는 않는다”라고 비판했다. ‘어스’는 ‘미국을 가로지르는 손’을 소환함으로써 당시 껍데기만 있던 퍼포먼스를 비판하는 동시에, 이를 오히려 섬뜩한 이미지로 탈바꿈하는 재치를 발휘했다. 영화를 면밀히 들여다보면 계급 문제 역시 보다 세밀하게 담아낸 것을 확인할 수 있다. 주인공 윌슨 가족은 해변가 별장에서 휴가를 보낼 수 있을 만큼 아메리칸드림의 수혜자들로 묘사되는데, 그들의 백인 부부 친구들은 그보다 더 부유하다. 흑인과 백인 사이의 갭은 물론, 흑인 내부에서 계급 상승에 성공한 집단과 사회화의 기회를 박탈당한 집단 사이의 균열이 묘사된 것이다.

코미디 배우 출신 감
‘겟 아웃’으로 오스카 각본상을 포함, 전 세계 영화 시상식에서 147개의 상을 휩쓴 조던 필 감독은 원래 코미디 배우 출신이다. 2003년 ‘매드TV’를 통해 만난 마이클 키와 함께 2012년부터 진행 중인 스케치 코미디쇼 ‘키 앤드 필’이 대표작이며, 지금도 코미디언으로서 활발한 활동을 펼치고 있다. 그의 작품에서 공포와 유머를 유기적으로 연결하려는 시도를 자주 찾을 수 있는 것은 당연한 결과. “공포 영화에서 긴장감 팽팽한 순간에 등장하는 코미디는 정서의 미각을 깨끗하게 헹구고 긴장감을 풀어주기 위해 꼭 필요하다”라는 것이 그의 생각이다. “공포와 코미디는 모두 감정을 노출하는 훌륭한 방법이다. 영화를 보면서 느낀 감정 반응에 대해 내가 왜 그렇게 반응했는지 자문하게 되는 것, 그것이 나에게 카타르시스다.” 공포와 유머를 유기적으로 연결하는 감독의 취향은 ‘겟 아웃’보다 ‘어스’에서 더 진화했다. 잔혹한 고어 장면과 코미디가 뒤엉키는데, 특히 음성인식 기능을 장착한 음악 플레이어가 14분 후에 도착한다는 경찰이 오지 않아 분노하는 상황에서 N.W.A.의 ‘경찰 엿먹어’(F**k Tha Police)를 재생하는 신이 압권이다.

이 작품들이 보이나요
아예 ‘어스’ 촬영 전 배우들에게 한국영화 ‘장화, 홍련’을 비롯해 먼저 감상해두면 좋을 작품을 소개하기도 했던 조던 필 감독. ‘어스’는 감독에게 영향을 줬을 법한 작품들을 찾는 재미가 쏠쏠하다. 샌타크루즈의 별장으로 향하는 윌슨 가족의 모습을 찍은 부감숏은 ‘샤이닝’의 도입부와 흡사하며, 타일러 부부 쌍둥이 딸의 이미지도 ‘샤이닝’의 유명한 신을 떠올리게 한다. 도플갱어들이 윌슨 가족의 집에 침투해 난장을 만드는 시퀀스는 노골적으로 ‘퍼니 게임’에서 빌려왔다. 도플갱어와 윌슨 가족의 추격전은 같은 촬영감독이 찍은 ‘팔로우’(2014)의 스타일이 녹아 있다. 샌타크루즈 해변이라는 배경 설정은 감독 스스로 밝혔듯 앨프리드 히치콕의 영향을 깊게 받은 것. “샌타크루즈는 놀이공원과 해변 산책로가 있는 무척 재미있는 곳이고, 나는 목가적 장소를 뒤집는 것을 좋아한다. 샌타크루즈 해변은 히치콕의 ‘새’(1963)를 떠올리게 하는데, 이 장소를 파격적으로 뒤집은 최초의 영화이기도 하다.”

목소리가 악기가 되다
공포심을 불러일으키는 음악을 새롭게 만드는 것이 과연 가능할까. 장르의 역사가 오래된 만큼 이미 반복된 스타일이 있고, 창의성을 강조하다가 정작 호러적 감흥은 떨어뜨리는 결과물이 나올 수도 있다. ‘겟 아웃’에 이어 ‘어스’ 음악에 참여한 작곡가 마이클 아벨스는 그 조율점을 ‘인간들의 합창’에서 찾았다. “인간의 목소리는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놀라운 표현 도구다. 또 목소리는 정말로 무서운 소리를 만들어낼 수 있다. 응원곡은 폭동 같은 전투를 준비하는 사람들의 행진처럼 들리기도 하지만 알아들을 수 있는 언어로 된 소리가 아니다. 이 목소리들이 관객을 다른 곳으로 데려가 매우 불편하게 만드는 신들을 만들었다. 또한 목소리는 그 어떤 말이나 악기로도 불가능한 방법으로 감정을 전달할 수 있다.” 또한 낯설고 잘못된 것 같으면서 이상하게 희망찬 ‘어스’의 스코어들은, 아주 다양한 방법으로 이중성을 다루는 영화의 지향점과도 합치된다.


CREDIT 글 | 임수연(‘씨네21’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