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은 미스트롯’, 트로트의 내일이 안 보인다

2019.04.08 페이스북 트위터


TV조선 ‘내일은 미스트롯’은 미인대회를 콘셉트로 한다. 100인의 출연자들은 몸에 달라붙는 붉은색의 드레스 의상을 입고 ‘미스트롯’이 새겨진 휘장을 두른 채 워킹을 선보이고, 카메라를 바라보며 몸의 특정 부분을 부각시키는 포즈를 취한다. 매 미션이 끝날 때마다 합격한 출연자들은 미인대회 형식의 오프닝을 거쳐야 하고, 가장 우수한 성적을 거둔 출연자는 ‘진’으로 불리며 왕관을 쓴다. ‘100억’의 가치를 가진 트로트 가수를 선발한다는 명목의 오디션 프로그램이지만, ‘내일은 미스트롯’은 미인대회의 포맷 안에서 출연자들의 외모를 평가한다. 그리고 출연자들은 보는 이들의 호감을 사기 위해 윙크나 입맞춤 같은 동작으로 자신의 가치를 높여야 하는 위치에 놓인다. 현역 트로트 가수인 장윤정이나 작곡가 조영수는 전문가로서 출연자들의 가창력에 대해 세밀한 분석을 보여주기도 하지만, 붐이나 이무송 같은 일부 남성 패널들은 종종 출연자의 매력에 호감을 표시하며 노래가 시작되자마자 합격을 표시하는 하트를 누르기도 했다.

이런 분위기 때문에 출연자들은 자신의 매력이나 외모를 어필하며 표를 유도하거나 선정적인 콘셉트까지도 감수해야 한다. 한가빈은 첫 개인 미션에서 치마를 벗어던지며 수트 의상으로 각선미를 드러내는 퍼포먼스로 이목을 끌며 합격했고, 이후 팀 미션에서야 현역 가수로서의 가창력을 인정받았다. 춤을 춰 본 경험이 없었던 송가인은 팀 미션에서 노출이 많은 의상을 입고 섹시한 콘셉트의 퍼포먼스를 연습해야 했다. 가창력으로 이미 진을 차지했던 참가자조차도 프로그램에서 요구하는 기준에 적응하지 못하면 탈락할 수 있다.

스타를 선발하는 오디션 프로그램에서 가창력 이외의 요소를 평가하는 것 자체를 비판하기는 어렵다. 하지만 ‘내일은 미스트롯’에서 가창력 의외의 스타성은 모두 여성 출연자의 몸에 대한 성적 대상화와 평가에 집중된다. “몸매가 어쩜 저래?”, “허리가 진짜 가늘다”라며 출연자들의 외모에 대해 지속적으로 언급하는 패널들의 발언은 전혀 편집되지 않는다. 기혼 여성 출연자가 모인 ‘마미부’에게 일부 패널들은 “마미부인데 왜 이렇게 몸매들이 훌륭한가”라 발언했고, 마미부의 출연자 중 한 명인 하유비는 “아이를 둘 낳은 골반이 맞냐”라는 질문을 받았다. 출연 2개월 전에 세 번째 출산을 한 정미애는 산후조리조차 제대로 하지 못한 상태였지만, 팀 미션을 위해 퍼포먼스를 연습해야 했고 부상에도 불구하고 무대에서 다리를 찢는 동작까지 감수해야 했다. ‘내일은 미스트롯’은 ‘마미부’처럼 출산으로 경력 단절을 겪고 있는 여성들에게 기회를 주지만, 그들이 기회를 잡기 위해서는 그들의 몸을 ‘내일은 미스트롯’에서 원하는 대로 만들고 표현해야 한다. 이 프로그램은 ‘미스’로 상징되는 특정한 신체 상태를 마치 여성의 이상인 것처럼 묘사하고, 이를 충족하지 못하는 출연자가 노력으로 신체적 악조건을 극복하는 고통을 ‘마미’들의 도전을 위해 반드시 필요한 과정인 것처럼 포장한다.


물론 이런 과정을 통해 누군가는 성공할 수 있다. ‘내일은 미스트롯’에서 출연자들에게 강조하는 성공의 조건은 홍진영을 연상시킨다. 홍진영은 행사에서 몸의 선을 강조한 원피스를 입고 노래를 부른 직캠이 화제가 되기도 했고, 방송에서는 애교를 잘 부리는 성격이 부각되며 인기를 모았다. 하지만 모든 여성 트로트 가수가 홍진영처럼 되기는 어렵다. 홍진영이 인기를 얻은 데에는 그가 트로트 가수일뿐만 아니라 예능인으로서도 뛰어난 능력을 가진 것이 크게 작용했다. 무엇보다 트로트 시장에서 모두가 홍진영 같은 방식으로만 성공하는 것은 아니다. 당장 ‘내일은 미스트롯’에서 심사위원을 맡고 있는 장윤정의 최고 히트곡 ‘어머나’는 그의 얼굴도 잘 알려지지 않은 상태에서 드라마에 등장하며 인기를 얻기 시작했다. 또한 데뷔 당시 그가 매력적인 젊은 여성이라는 점도 인기를 얻게 된 중요한 이유였지만, 그가 ‘내일은 미스트롯’ 제작진이 출연자들에게 요구하는 것처럼 신체 일부를 과하게 부각하거나 못 추는 춤을 춰야 하는 일은 없었다. 현재 트로트를 주로 소비하는 장년 및 노년층에게 가장 인기 있는 뮤지션 중 하나는 나훈아로, 그의 ‘2019 나훈아 청춘어게인’ 콘서트는 티켓 오픈 때마다 순식간에 매진을 기록했다. 한편에서는 ‘내일은 미스트롯’의 첫 회에 쓰인 ‘아모르파티’가 EDM과 트로트를 결합, 김연자에게 새로운 전성기를 맞이하게 했다. ‘내일은 미스트롯’이 미인대회의 형식을 빌려 부각시키는 여성 트로트 가수의 모습은 트로트 시장의 일부일 뿐이다. Mnet ‘쇼미더머니’ 같은 프로그램이 힙합을 오디션 프로그램의 형식에 맞춰 단순화시켜 시청자에게 전달한다는 비판을 받고 있는 것과 비교해보면, ‘내일은 미스트롯’은 아예 트로트 씬 전체를 가수 한명의 이미지로 축소시킨다.

‘내일은 미스트롯’을 기획한 서예진 국장은 선정성에 대한 비판에 대해 “참가자들이 예선을 치를 때 자기 옷을 입고 왔는데, 그 옷들이 더 야했다. 우린 그 의상이 그분들이 딛고 선 현실이라고 생각했다. 미스코리아 콘셉트를 이용하는 것이 선정적일 수는 있지만, 무명의 현실과 무대와 생계에 대한 절박함을 보여주는 위악의 표현이라고 생각한다.”(‘뉴스1’)라고 말했다. 그의 말처럼 출연자들이 성공을 위해 섹시함을 어필하며 무대에 서려고 할 수도 있다. 하지만 기회를 잡지 못한 절박한 개인의 선택과 종편 채널 리얼리티쇼의 선택이 같아야 할 이유는 없다. 그것이 절박한 여성에게 제작진이 원하는대로 몸을 바꾸고 어필할 것을 요구하는 것이라면 더욱 그렇다.

지난 4일, ‘내일은 미스트롯’은 전국 시청률 11.2%로 종합편성채널 예능 프로그램 역대 최고 시청률을 기록했다. 성 상품화라는 문제점에도 불구하고, 프로그램이 화제를 끌면서 출연자들은 자신의 인지도를 높이거나 더 다양한 무대를 보여줄 수 있는 기회를 얻었다. ‘우지마라’ 이후 10년 동안 히트곡 없이 활동해야 했던 현역 가수 김양은 ‘내일은 미스트롯’에 출연하면서 검색어 순위에 올랐다. 섹시한 콘셉트로 ‘군통령’으로 불리며 활동했던 가수 지원이는 1:1 데스매치에서 ‘보릿고개’로 가창력에 집중한 무대를 보여주며 합격 휘장을 받았다. “6년 동안 정말 힘들게 왔다”라며 눈물을 흘렸던 그와 같은 출연자들에게 ‘내일은 미스트롯’은 분명히 절실한 기회다. 하지만 그 기회는 여성 출연자의 몸을 선정적으로 표현하고, 품평을 받게 하고, 그들의 사연까지 소비하도록 해서 만든 결과다. 그리고 그 결과 젊고 예쁜 여성이 트로트 가수의 이상적인 이미지인 것처럼 왜곡된다. 지금도 다양한 삶을 가진 트로트 가수들이 수많은 행사에서 노래하고 있음을 감안하면, ‘내일은 미스트롯’이 정말 트로트에 무엇을 하고 있는지는 의문이다. ‘내일은 미스트롯’은 확실히 오늘의 시청률을 얻었다. 출연자들은 오늘의 기회를 얻었다. 그러나 내일의 트로트는, 여전히 보이지 않는다.


CREDIT 글 | 김리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