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일’, 2014년 4월 16일 이후의 이야기

2019.04.04 페이스북 트위터


‘샤잠!’ 보세
제커리 레비, 애셔 엔젤, 잭 딜런 그레이저
박희아
: 마지막 남은 정의로운 마법사 ‘샤잠’에게 우연히 슈퍼 파워를 물려받게 된 소년 빌리 뱃슨(애셔 엔젤)은 과거에 영웅의 자격이 없다고 거부당한 뒤에 7개의 악을 흡수한 새디어스 시바나 박사(마크 스트롱)에 맞서 사람들을 구해야 하는 상황에 놓인다. 대다수 소년들이 만화를 보면서 한 번쯤 꿈꿨을 법한 상황이 눈앞에 화려하게 펼쳐진다. 메시지나 스토리에나 특별한 무게는 없지만, 킬링 타임용으로 관람하기에는 딱 적절한 작품이다. ‘독수리 5형제’, ‘후레쉬맨’, ‘벡터맨’ 등을 떠올리게 하는 마법사들이 웃음을 자아내는 가벼운 유머를 좋아한다면 큰 거부감 없이 볼 수 있기도 하다. 다만 요즘 슈퍼 히어로 영화들의 감성과 다른 부분이 많아서 촌스럽게 느껴질 부분들이 있다는 점은 유의할 필요가 있다.

‘나의 작은 시인에게’ 보세
매기 질렌할, 파커 세박, 기엘 가르시아 베르날, 로사 살라자라, 마이클 체너스
김리은
: 유치원 교사 리사(매기 질렌할)가 평생교육원에서 듣는 시 작문 수업은 일상 속 유일한 즐거움이다. 그러나 리사가 쓰는 시들은 좋은 평가를 받지 못하고, 남편과 아이들 역시 예술에 대한 그의 갈증을 이해하지 못한다. 그러던 중 리사는 자신이 가르치는 다섯 살 지미(파커 세박)의 시적 재능을 알아보고 그를 통해 자신의 결핍을 채우려 한다. 이스라엘 영화 ‘시인 요아브’를 재해석한 작품으로 제34회 선댄스영화제 감독상 수상작이다. 소외된 여성의 욕망이 굴절되는 과정을 섬세하게 따라가며 후반부로 갈수록 스릴러로 장르가 전환된다. 시와 예술혼이라는 소재가 다소 지루하거나 낯설게 느껴질수도 있으나, 인간의 욕망과 결핍으로 이를 풀어내며 보편성을 획득한다. 특히 선악으로 구별할 수 없는 리사의 복합적인 심리와 행동을 표현한 매기 질렌할의 연기는 그의 필모그래피 중에서도 독보적이라 할 만하다. 세상과 불화하는 시의 속성을 통해, 사회화된 인간과 예술가의 경계에 대한 질문을 아름답고도 섬뜩하게 던지는 작품.

생일, 보세
설경구, 전도연, 김보민, 윤찬영
임현경
: 2014년 4월 16일 아들 수호(윤찬영)를 떠나보낸 순남(전도연)은 하루하루를 힘겹게 버텨낸다. 오랜 외국 생활 끝에 돌아온 정일(설경구)은 그간의 부재를 만회하려 애쓰지만, 순남의 반응은 냉랭하기만 하다. 세월호 참사 2년 뒤 어느 날을 담은 영화는 한 발짝 떨어져 남은 자들의 슬픔을 바라본다. 상실을 안고 살아가는 유족뿐 아니라, 일부가 특혜를 누린다고 생각하는, 이젠 우는 소리를 듣고 싶지 않다고 화를 내는, 살아있음에 죄책감을 느끼는, 상처 입은 모두의 모습을 비춘다. 30분 이상 롱테이크로 촬영된 수호의 생일 장면은 영화 속 인물들과 둘러앉아 이야기를 나누는 듯한 느낌을 주며, 감정을 강요하지 않되 마음껏 슬퍼할 수 있도록 한다. 그들과 함께 아이처럼 엉엉 울 수 있으니 반드시 손수건을 챙길 것.

CREDIT 글 | 박희아, 김리은, 임현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