승리 카르텔│변호사가 본 그들의 사과문

2019.03.27 페이스북 트위터


시작은 ‘버닝썬에서 발생한 마약, 성범죄, 탈세 등 범죄 행위와 수사기관 사이의 유착’ 관련 의혹이었다. 그 과정에서 해당 클럽을 운영했던 연예인 승리가 참여했던 단톡방 대화가 공개되었고, 이중 한 연예인의 불법 영상 촬영 및 유포가 드러났다. 대중이 느낀 당혹감은 명백하게 드러난 범죄와 이를 저지른 당사자에 대한 것만이 아니었다. 상대방의 동의를 받지 않고 촬영한 영상을 공공연하게 전시하고 공유하는 일은 이를 직접 찍고 올린 사람만의 문제가 아니다. 공유란 말 그대로 함께하는 것이다. 이 사건에도 불법 촬영물을 찍거나 올리는 일을 은근슬쩍 부추기거나 묵인한 주변인들이 있었다. 그중 대다수가 동료 연예인이었고, 여성팬들의 사랑을 받아온 젊은 남성들이었다.

이런 일들은 뻔하지만 충격으로 다가왔다. 비난이 쏟아지고 책임 문제가 예상되자 이들은 직접 또는 기획사를 통해 입장을 밝혔다. 이들이 세상에 전한 입장 역시 뻔하지만 새삼 씁쓸했다. 이들은 각기 입장을 밝혔지만, 정리해보면 그 내용은 그들간에도 크게 다르지 않았고 기존의 유사한 사건들에서 나온 것들과도 별반 다르지 않았다.

문제가 불거진 초창기에 가장 먼저 입장을 밝힌 용준형 측은 “용준형은 그 어떠한 불법 동영상 촬영 및 유포와 관련이 없다”라고 하는 한편 “정준영과 친구인 것은 사실이지만 단지 친하다는 이유로 이런 일에 연루된 것”이라면서, 확인되지 않은 허위사실을 유포하거나 악성 게시물과 댓글로 명예를 실추하고 피해를 주는 경우 엄격하게 법적대응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후 이종현은 측은 ‘카카오톡 상에서 영상을 보거나 여성 비하와 성에 관련한 부적절한 대화를 한 것은 비난받아 마땅’하고 ‘제대로 된 성의식을 가졌다면 이를 방관하지 않았을 텐데 그러지 못한 점 뉘우치고 있다’면서, ‘부도덕하고 문란한 대화를 죄의식 없이 나눠 상처를 입은 분들과 큰 실망을 하셨을 분들께 깊은 사죄를 드린다’고 밝혔다.

이종현과 같은 소속사인 최종훈 역시 초반부에는 직접적인 범죄 행위자와 선을 그으며 온라인 상에 회자되는 추측들에 법적 대응을 하겠다는 입장을 표명했다. 최종훈 측은 “경찰의 수사 협조 요청이 있어서 참고인 자격으로 출석한 바가 있었을 뿐”이라며 “현재 사회적 물의를 빚고 있는 해당 연예인들과 친분이 있어 연락을 주고받는 사이일 뿐”이었다고 선을 그었다. 그 역시 온라인 상에 유포되고 있는 내용이 ‘악성 루머’라며 강력하게 법적 대응을 하겠다고 말했다. 최종훈은 그 직후 음주 운전이나 경찰 청탁 등의 혐의가 드러나자 “앞으로 조사 또한 거짓 없이 성실히 받고 그에 응당한 대가를 치르겠다”라고 입장을 번복했다.

이런 대응들을 보면 몇 가지 공통점을 발견할 수가 있다. 우선 확실한 증거가 없을 때에는 언동 자체를 강력히 부인한다. 심지어 자신들이 걸어온 잘못된 족적에 대한 합당한 의혹을 루머나 악성 댓글이라 치부하며 적반하장으로 법적 대응을 하겠다고 경고한다. 그와 함께 범죄 행위자와는 친분이 있었을 뿐이라고 말한다. 그러다가 대화 내용이 드러나자 그 직전까지 없었던 부도덕과 잘못된 성의식에 대해 후회와 반성을 전한다. 요약하면 증거가 없으면 있어도 없다고 하다가, 증거가 드러나면 철이 없어 나쁜 친구와 어울린 것을 후회하는데 어울리는 과정에서 친구가 저지른 잘못에는 책임이 없다는 이야기다. 이들이 표명한 입장들이 이렇게 다른 듯 닮은 결국 같은 이야기들인 이유는, 이것이 결국 법적으론 책임이 없다는 법적 텍스트이기 때문이다.

이들이 불법 촬영을 사전에 공모하거나 다시 어딘가 유포하지 않았다면, 상대방의 의사에 반하는 촬영이나 그 유포 관련 범죄 혐의에 대해서는 이들에게 법적 책임을 지우기 어렵다. 이들은 후회와 반성을 전하지만 중요한 것은 정준영을 만류하지 못했고 잘못된 성의식을 가지고 공인으로서의 언동에 부주의했다는 것이다. 이들은 모두 불법 촬영물에 대해서는 도덕적 책임조차 인정하고 있지 않다. 더 많은 비난을 피하기 위해, 혹시라도 공범이나 방조로 책임을 지게 될 것을 방어하기 위한 것 같아 씁쓸한데, 더 우려스러운 것은 ‘정말 이렇게 생각하는 게 아닐까’라는 것이다.

정준영이 마지막으로 밝힌 소회는 용서 받을 수 없는 짓을 저질렀으니 모든 혐의를 인정하고 평생 반성하겠다는 것이었다. 궁금하다. 만약 증거물이 확보되지 않았다면 혐의를 모두 인정했을까? 범죄 행위를 하면서는 용서 받지 못할 짓을 하고 있다고 생각했을까? 밝혀져서 비난하니 반성하고 싶은 걸까, 아니면 그 행위를 정말로 반성하고 싶은 걸까? 변호사로서, 여성으로서 화가 나는 것을 넘어 안타까운데, 이런 소회는 정준영만이 아니라 범법 행위인 것을 알면서도 그와 함께 불법 촬영물을 유희로 즐긴)그 주변 연예인들에 대해서도 마찬가지다. 법적으로 공범으로서의 책임을 묻지 않는다고 잘못이 없는 것이 아니다. 법이 아직 질책하지 않는다고 앞으로도 질책하지 않을 일도 아니다. 이 사건 관련자들에게, 실은 이와 비슷하게 누군가의 범죄를 함께 구축하고 있는 이들에게 전하고 싶은 말이다.


CREDIT 글 | 이은의 (변호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