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가족부에 대한 오해와 진실

2019.03.08 페이스북 트위터
3월 8일은 세계 여성의 날이다. 이는 세계 여성의 지위 향상을 위하여 UN에서 공식 지정한 기념일로, 여성의 위치와 권리에 생각해볼 수 있는 날이기도 하다. 최근 한국에서는 젠더이슈와 관련해 성별 대립이 뜨겁고, 이로 인해 여성의 삶과 가장 밀접한 관련이 있는 정부 부처인 여성가족부가 쉽게 논란의 대상이 되기도 한다. 과연 무엇이 진실일까. 이는 한국 여성들의 현재에 대한 설명이 될 수도 있을 것이다.



여성가족부의 예산은 지나치게 많다?

지난 2월 여명숙 전 게임물관리위원회 위원장은 자신의 유튜브 채널 ‘개수작 TV’에서 여성가족부의 2019년 예산과 그 사용처에 대한 의문을 제시했다. 예산에 관한 의혹은 여 위원장 뿐 아니라 여성가족부에 적대적인 사람들이 흔히 거론하는 것 중 하나다. 특히 2019년도 여성가족부 예산이 지난해 7641억 원보다 41.2% 늘어난 1조 788억 원으로 편성된 사실이 보도되며, 이러한 목소리는 더욱 거세졌다. 하지만 이 예산이 어디에 쓰일지는 의외로 누구나 손쉽게 확인할 수 있다. 다른 정부 부처와 마찬가지로 여성가족부도 공식 채널을 통해 이를 공개하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해 말 예산 편성이 끝난 후 여성가족부 공식 블로그에는 ‘2019년 여성가족부 예산 및 기금운용계획 확정’을 알리는 게시물이 올라왔다. 이 글에서는 여성가족부의 2019년 정책방향도 확인할 수 있는데, ‘다양한 가족의 안정적인 삶 지원과 여성안전 강화’에 중점을 두겠다는 것이 그 골자다. 여기에는 한부모가족자녀 양육비 지원연령을 만 14세 미만에서 만 18세 미만으로 상향하고 지원 금액을 월 13만원에서 월 20만으로 인상, 디지털 성범죄 피해자 지원 인력을 16명에서 26명으로 확대, 폭력피해 이주여성 보호시설 퇴소자 자립 지원금 1인당 5백만 원 확보, 성평등 일자리 환경구축예산 5억 원 확보 등 예산 사용계획이 비교적 자세하게 나와 있다. 사실 여성가족부 예산이 1조원을 넘어선 것은 이번이 처음으로, 다른 정부 부처의 예산이 대부분 수십조 단위를 넘어서는 것과 비교해볼 때 딱히 많다고도 하기 어렵다.

여성가족부는 남성 1인 가구만 지원할까?
지난 2월 14일 여성가족부는 ‘진선미 장관, 남성 1인 가구 대화의 장’을 진행했다. 이 자리에 참석한 3040대 남성 7명은 1인 가구로 살아가며 겪은 다양한 어려움을 토로했고, 그 중 특히 ‘육체적 외로움’에 관한 발언이 화제가 되면서 일부 여성들의 반발을 사기도 했다. 진선미 장관이 남성 1인 가구를 직접 만난 이유는 2019년 여성가족부의 중요 정책 중 하나인 ‘다양한 가족의 안정적인 삶 지원’과 관련이 있다고 볼 수 있다. 최근 인터뷰에서 진 장관은 “다양성이 존중되는 공동체가 성숙된 사회라고 본다면 우리가 통상 생각하는 ‘정상 가족’은 없다. 이런 통념에서 벗어난 사람들이 마치 정상이 아닌 것처럼 소외되고 배제되는 현상들을 정부가 살펴봐야 한다고 생각한다”라는 생각을 밝힌 바 있다(‘내일신문’). 앞서 여성가족부는 건강가정기본법을 전면 개정, 보다 넓은 범위의 가족을 지원하는 정책을 시행하겠다는 방침을 밝히기도 했다. 즉 1인 가구를 포함해 다양한 가족의 실태를 들여다보겠다는 것이고, 이는 본래 여성가족부가 해야 하는 일이기도 하다. 또한 여성가족부는 남성 1인 가구를 시작으로 성별, 세대에 따른 연속 간담회를 진행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앞으로 여성가족부가 어떤 식으로 다양한 가족의 삶을 지원할지 지켜볼 일이다.

여성가족부가 아이돌 외모를 규제한다?
최근 여성가족부를 둘러싼 논란 중 하나는 ‘성평등 방송 프로그램 제작 안내서’에 관한 것이다. 지난 2월 12일 발표한 이 안내서에는 ‘비슷한 외모의 출연자가 과도한 비율로 출연하지 않도록 한다’는 내용이 포함되어 있었고, 일부 언론과 정치인이 이를 ‘여성가족부가 연예인의 외모를 규제한다’고 해석하며 문제가 됐다. 특히 바른미래당 하태경 의원은 이에 대해 “여가부 장관은 여자 전두환입니까? 음악 방송에 마른 몸매, 하얀 피부, 예쁜 아이돌의 동시 출연은 안 된답니다. 군사독재 시대 때 두발 단속, 스커트 단속과 뭐가 다릅니까?”라고 비판의 목소리를 높였다. 하지만 ‘성평등 방송 프로그램 제작 안내서’의 전체적인 맥락을 살펴보면, 이는 지나친 오독이다. 해당 내용은 ‘획일적인 외모 기준을 제시하는 연출 및 표현’을 자제하라는 항목에 포함되어 있고, 이는 ‘마른 몸매, 하얀 피부, 예쁜 아이돌의 출연을 막는 것’이 목적이 아니라 제목 그대로 ‘획일적인 외모 기준을 제시’하는 것을 막기 위한 목적이다. 획일적인 외모 기준은 성별에 따라 특정 외모가 보편적이거나 바람직하다고 여겨지도록 만들고, 이는 성평등 인식을 저해하는 결과를 가져온다. 바로 이러한 문제를 막기 위해 존재하는 가이드라인이다. 논란이 불거지자 여성가족부는 “불필요한 오해를 야기한 일부 표현, 인용 사례는 수정 또는 삭제하겠지만 내용 자체에는 문제가 없다”고 밝혔다.

여성가족부는 특정 페미니즘을 지지하지 않는다?
지난 11월 진선미 여성가족부 장관은 tbs라디오 ‘김어준의 뉴스공장’에 출연해 페미니즘에 대한 생각을 밝힌 바 있다. 그는 진행자 김어준의 ‘일부 페미니스트들이 선을 넘는 지점이 보이기 시작한다’는 발언에 동의했고, 이는 여성가족부 장관이 특정 페미니즘을 지지하지 않는다는 방향으로 해석되기도 했다. 하지만 이날 진 장관은 “(이들이) 미러링으로 문제를 제기하지 않았으면 소라넷이 폐지되지 않았을 것”이라고 지적하며 “모두를 다독일 수 있는 균형 잡힌 정책들을 내 놓겠다”고 덧붙였다. 소위 래디컬 페미니즘에 대해 조심스러운 입장을 보였지만, 여성가족부의 수장으로서 최선의 대답을 내놓았다고 할 수 있다. 이에 대해 일부 래디컬 페미니스트들은 진 장관을 미온적이라고 비판했고, 반면 안티 페미니즘 진영에서는 똑같은 발언을 놓고 ‘페미니즘 감싸기’로 해석하기도 했다. 이는 여성가족부 뿐 아니라 현재 한국의 정치세력들에게 주어진 페미니즘에의 기로라고 할 수 있다. 뛰어들지도, 아예 등을 돌리지도 않는.

여성가족부가 미투 피해자 지원금을 깎았다?
지난 해 말, 여성가족부가 ‘미투 피해자 지원금을 절반으로 깎았다’는 보도가 나왔다. 이에 대해 여성가족부는 공식채널을 통해 ‘여성가족부의 성희롱, 성폭력 관련 예산은 2019년 총 388억 원으로 금년 296억 원에 비해 31% 증가하였으며, 그 중 성폭력 피해자에 대한 지원 예산은 금년 대비 68억 원 증액되었다’고 밝혔다. 이는 작년 초 미투 운동이 확대되며, 여성가족부에게 ‘대응 부실’로 비난이 돌아갔던 일과도 무관하지 않다. 미투 피해자들을 지원하는 일은 여성가족부의 중요한 정책 중 하나로, 이를 위해 여성가족부가 무엇을 하고 있는지는 약간의 검색을 통해서도 쉽게 관련 뉴스 등을 찾아볼 수 있다. 예를 들어 최근 불거진 체육계 미투에 대해 여성가족부는 100여 개 기관을 대상으로 전년도 폭력예방교육 운영실태 등에 대한 현장점검을 실시하고, 스포츠 비리 신고센터를 운영하는 등 실질적인 대책을 내놓고 있다. 또한 진선미 장관이 국회의원이던 시절부터 디지털 성범죄 피해방지 종합대책을 위한 법률을 마련해온 만큼, 여성가족부 차원에서 이에 대한 개정 추진에 적극적이기도 하다. 그러나 이러한 노력과 상관없이 여성가족부에게는 항상 ‘무엇을 하느냐’는 추궁이 따라다니며, 입버릇처럼 폐지를 요구하는 사람들도 적지 않다. 유독 여성가족부가 이런 공격의 대상이 되는 이유에 대해 생각해볼 시점이다.


CREDIT 글 | 서지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