빅히트 엔터테인먼트│① K-POP의 어느 미래를 가져온 새로운 ‘1대’

2019.03.05 페이스북 트위터


어제 데뷔한 빅히트엔터테인먼트 소속의 신인 보이그룹 투모로우바이투게더(이하 TxT)는 데뷔 전까지 대외 활동이 전혀 없었다. 멤버가 오디션 프로그램을 비롯한 TV 예능 프로그램에 출연해 유명세를 쌓기는 커녕, 멤버의 목소리조차 제대로 공개 되지 않았다. 지난 1월 10일 이 팀의 첫 티저 영상이 공개된 이후, 빅히트 엔터테인먼트가 대외적으로 한 일은 티저 콘텐츠를 회사 SNS 계정및 네이버 V앱 등에 올리는 것 뿐이었다. 하지만 첫 티저 영상 조회수는 유튜브상의 어떤 프로모션 없이 현재 1,500만을 넘겼다.

3월 3일 기준 빅히트엔터테인먼트의 유튜브 계정 구독자수는 2150만 이상이다. TxT의 첫 티저 조회수는 어느 정도 예상된 결과다. 하지만 데뷔 1주일을 앞두고 지난 2월 25일과 26일, 3월 1일 올린 티저와 프리뷰 영상 조회수 또한 3일 기준 각각 470만, 450만, 397만 이상이다. 공개 시점을 고려하면 후반에 공개되는 콘텐츠일수록 조회수 추이가 더 좋다. 일반적으로 첫 티저 영상이 가장 큰 반응을 얻는 아이돌 티저의 속성과 정반대 양상이다. TxT의 첫 티저 이후, 보다 구체적인 콘텐츠에 관심을 갖는 사람들이 그만큼 많다고 볼 수 있다. 보다 상업적인 의미로는 이렇다. TxT의 데뷔 앨범 ‘꿈의 장 STAR’는 2주전 이미 선주문 10만장을 넘겼고, 판매 첫 날 판매량은 3만장 이상이다. 어지간한 신인 보이그룹 첫주 음반 판매량을 넘어서는 수치다. TV 출연도, 자체 제작 리얼리티 쇼도, 네이버 브이앱도 하지 않은 채 유튜브에 올린 15개의 영상으로 얻은 결과다. 빅히트 엔터테인먼트는 SNS를 통해 관심을 모으고, 그 관심을 매출로 바꿀 방법을 안다.

TxT가 데뷔를 준비하는 사이, 빅히트엔터테인먼트는 방탄소년단의 팬덤 아미(ARMY)를 상대로 이벤트 ‘아미피디아’를 시작했다. 온라인과 세계 7개 도시에 뿌려진 QR코드를 찾는 이 이벤트는 방탄소년단의 데뷔부터 지금까지, 빅히트 엔터테인먼트가 지정한 2080일의 에피소드에 대한 추억을 팬들이 공유하도록 구성돼 있다. 이벤트가 공개된 뒤, 아미는 전세계에 뿌려진 QR코드를 수집하고 방탄소년단에 대한 기억을 되살리느라 분주했다. YG엔터테인먼트는 보이그룹 아이콘과 위너의 데뷔를 위해 리얼리티 쇼를 만들었고, 소속 보이그룹 빅뱅의 멤버 지 드래곤과 태양을 출연시켰다. 가장 인기있는 팀을 데뷔 팀에 적극 활용하는 것은 대형 기획사의 영향력을 활용하는 대표적인 방법 중 하나다. 그런데 빅히트엔터테인먼트는 신인 그룹의 데뷔를 앞둔 시점에서 소속사 스스로 지구에서 가장 인기있는 보이 그룹의 대형 이벤트를 열었다. 심지어 TxT의 데뷔 전까지 이 팀과 BTS가 같이 있는 사진 한 장 공개하지 않았다. 빅히트 엔터테인먼트가 보낸 보도자료에는 ‘제 2의 방탄소년단’이나 ‘방탄소년단을 꿈꾸는' 같은 표현도 전혀 없다. 매스미디어 노출부터 소속 그룹 인기아티스트 활용까지, 빅히트 엔터테인먼트의 TxT 데뷔 과정은 일관적인 경향을 보여준다. 그들은 ‘3대’로 불리는 기존 대형 기획사, 더 나아가 기존 한국 대중음악산업의 방식과 다른 것을 택한다.

TxT의 첫 티저 공개 이후, 방탄소년단의 팬들 중 일부는 이 팀에 대한 ‘서포트’ 또는 ‘배척’ 여부를 두고 논쟁했다. 빅히트 엔터테인먼트가 TxT의 홍보에 방탄소년단을 무리하게 이용하거나, 신인그룹 지원으로 인해 방탄소년단에 소홀히하는 것에 대한 우려의 표현이었다. 상당한 자본과 인력이 투입될 수 밖에 없는 ‘아미피디아’는 빅히트엔터테인먼트가 아미에게 주는 명확한 신호다. 방탄소년단을 통해 모은 회사의 SNS 구독자는 TxT 홍보의 기반이 된다. 하지만 TxT 때문에 방탄소년단의 행보에 지장이 가거나, TxT 때문에 방탄소년단을 지원할 자원이 부족할 일은 없다. 또한 TxT의 데뷔 타이틀 곡 ‘어느날 머리에서 뿔이 자랐다’는 데뷔 시절 어두운 반항아의 캐릭터를 가졌던 방탄소년단과 상반된 청량한 분위기를 내세운다. 방탄소년단의 팬에게 TxT가 방탄소년단의 아류나 경쟁대상으로 느껴질 가능성이 적다. 빅히트엔터테인먼트의 결정이 어떤 의도에서 이뤄지는 것인지는 정확히 알 수 없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현재 방탄소년단의 팬덤 다수가 TxT를 ‘배척’하거나 하는 일은 생기지 않았다.

아미뿐만 아니라, K-POP팬덤은 격렬한 변화를 겪고 있다. 좋아하는 팀의 소속사가 제작한 다른 팀은 관심 대상이기도 하지만, 더 이상 같은 소속사란 이유로 ‘내리사랑’을 줄 필요는 없다. 여러 엔터테인먼트 회사의 소속 팀 팬덤끼리 갈등을 겪는 것은 흔한 풍경이다. 팬덤은 좋아하는 팀과 소속사의 다른 팀이 어떤 옷을 입고, 어떤 스태프와 일하는지 따진다. 팬덤의 아티스트에 대한 열광적인 몰입을 통해 소비자 개인당 매출을 극대화하는 한국의 아이돌 산업은 그만큼 아티스트의 모든 것에 관심을 가진다. 이 에너지를 어떤 방향으로 유도하느냐는 지금 많은 제작사들의 과제다. 최근 인기 아이돌 그룹의 소속사와 팬덤이 상당수 갈등을 겪는 것은 우연이 아니다. YG엔터테인먼트의 위기는 단지 빅뱅의 멤버 승리의 각종 범죄 혐의 때문만은 아니다. YG엔터테인먼트의 신인 데뷔를 위한 리얼리티쇼 ‘보석함'을 통해 데뷔 멤버가 결정된 이후, 관련 팀의 팬들은 회사의 오너인 프로듀서 양현석의 인스타그램에 각종 요구 및 항의를 진행 중이다. 멤버 구성, 외모, 콘셉트, 투자, 프로모션 계획 등 팬들의 불만사항은 끝이 없다. SM엔터테인먼트 소속 보이그룹 NCT드림의 팬덤은 멤버 마크가 팀의 ‘졸업’ 제도로 인해 더 이상 NCT드림에서 활동할 수 없는 것에 대해 항의하는 시위를 했다. 최근 데뷔한 JYP엔터테인먼트의 걸그룹 ITZY 의 일부 팬덤은 팀의 데뷔 전 멤버 구성에 불만을 제기하며 특정 멤버를 반대했다. K-POP 팬덤, 그 중에서도 열성적인 코어 팬덤은 단지 소비자를 넘어 소속사에 그들의 요구를 관철시키려는 일종의 이익단체, 또는 주주처럼 행동한다. 과거라면 온전히 회사의 영역이었던 문제들이 이제는 팬덤과 갈등, 협상, 타협을 하는 것들이 됐다.

옳은가 그른가를 떠나, 시장의 요구는 완전히 바뀌었다. 사실상 과거와 완전히 다른 산업이라고 해도 틀린 말은 아닐 것이다. 빅히트엔터테인먼트는 기존과 다른 방식의 운영을 통해 그 변화에 대응한다. 빅히트엔터테인먼트가 방탄소년단과 TxT를 운영하는 방식이 기존 엔터테인먼트 회사보다 IT회사와 더 가까워 보이는 것은 중요하다. 빅히트엔터테인먼트의 다양한 SNS채널 및 홈페이지는 그들의 플랫폼이 되고, 이 회사는 플랫폼을 통해 팬들에게 다양한 콘텐츠와 이벤트를 제공해 팬의 플랫폼 이용시간을 늘린다. ‘아미피디아’는 세계 7개 도시에 야외 광고까지 하는 큰 이벤트지만, 모두 공짜다. 팬들이 서비스에 대해 큰 불만을 가질 이유가 없고, 이벤트에 참여하다보면 방탄소년단에 많은 시간을 쏟게 된다. 브이앱, 유튜브, 믹스테잎, 브이로그 등 지금까지 방탄소년단에 대한 그 모든 무료 콘텐츠가 증명하듯, 그것은 결국 돈으로 바뀐다. TxT처럼 빅히트엔터테인먼트의 새로운 팀을 2150만명 이상의 구독자가 있는 플랫폼에 일종의 추천목록으로 올릴 수도 있다. 좋아하는 아티스트에 엄청난 몰입도를 보여주는 아이돌의 팬덤이 최대한 많은 시간을, 회사의 플랫폼 안에서 기분 좋게 ‘달리게’(팬들이 팬 활동을 열심히할 때를 뜻하는 말)하면 팬들은 소속사의 메시지에 긍정적인 입장을 보일 수 있다.

데뷔 시절부터 시작된 방탄소년단의 적극적인 SNS 활용은 그들의 성공 원인 중 하나로 꼽힌다. 하지만 지금 K-POP 산업의 핵심이 팬덤이라는 관점에서 보면, 아이돌 그룹의 SNS 활용은 결국 2019년 현재의 팬덤에 대한 이해의 결과다. 팬덤은 더 이상 좋아하는 팀의 콘텐츠와 정보를 매스미디어에서 찾지 않는다. 정보는 포털사이트 메인 페이지에 걸리기 전에 이미 트위터를 통해 퍼져 나간다. 누군가는 곧바로 다른 나라의 언어로 그것들을 번역한다. 빅히트엔터테인먼트는 방탄소년단을 통해 매스미디어가 도저히 팬덤을 만족시킬 수 없는 부분을 파고들었다. 반대로 TxT는 전세계에 걸쳐 영향력을 발휘하는 플랫폼을 통해 방탄소년단과 큰 연관성이 보이지 않는 팀의 성격을 홍보하는데 집중했다. 팬덤의 반응은 팀마다, 상황마다 변하고 그에 맞춰 다른 콘텐츠와 서비스, 프로모션을 해야 한다. ‘아미피디아’ 같은 이벤트는 세계 7개 도시에서, 좋아하는 팀의 역사를 열성적으로 기록할 열성적인 팬덤이 존재해야 해야할 의미가 생긴다. 이 과정에서 빅히트엔터테인먼트는 아미를 방탄소년단의 역사에 공식적으로 참여시켰다. 회사는 그들의 플랫폼에서 팀과 팬덤을 연결시키면서 팬덤이 그들을 소비할 이유를 제시한다. 이것은 단편적인 아이디어를 내거나 콘텐츠를 잘 만드는 것과 다른 차원의 문제다. 근본적으로 경영 비젼에 관한 질문이다. 지금 하는 일은 무엇이고, 누구를 위해 하는가.

지금까지 엔터테인먼트 산업은 장르나 콘텐츠의 제작 방식 변화에 주목했다. K-POP에서는 보이그룹 EXO처럼 한-중 동시 활동에 최적화 시켜 팀을 제작하거나, Mnet ‘프로듀스’ 시리즈처럼 투표를 통해 멤버를 선발하는 방식이 변화의 일부를 보여주기도 했다. 하지만 정말로 달라진 것은 소비자다. 방탄소년단이 보여주듯 전세계에 걸친 팬덤의 소비력은 기존 K-POP의 범위를 뛰어넘고, 팬덤의 행동방식과 활동지역은 과거와 완전히 달라졌다. 빅히트엔터테인먼트는 그 변화를 운영 플랫폼을 비롯한 경영방식을 통해 반영했다. 방탄소년단과 TxT는 각각 7인조와 5인조로, 기존 K-POP 그룹의 형태와 크게 다르지 않다. 아예 새로운 음악과 춤의 장르를 만들어 나온 것도 아니다. 하지만 빅히트엔터테인먼트가 내놓는 결과물들은 어느새 업계 표준의 자리를 차지했다. 이제 누구나 방탄소년단처럼 트위터, 유튜브, 브이앱을 중심으로 SNS를 운영한다. 아이돌이 하는 일이 가수와 유튜버의 어느 사이 쯤에 있게 된 것도 이미 오래 된 일이다. 한 때 모두 일본을 말하던 회사들은 끊임없이 미국에서의 반응을 보도자료로 낸다. JYP엔터테인먼트의 보이그룹 스트레이키즈처럼 힙합, 자체제작, 청춘, 반항, 연작 앨범 구성 등 콘텐츠 단위에서 방탄소년단의 요소들이 보이는 팀들도 등장했다. 빅히트엔터테인먼트의 현재는 기어코 다가온 K-POP산업의 미래다. 다만 그것이 미래인지 모르고 있을 뿐이다.

미래는 과거에 시작되고 있었다. 방탄소년단이 TV예능 프로그램 출연을 많이 하지 않고도 팬덤을 늘려나가고 있을 때, 그들의 뮤직비디오 리액션 영상이 유행할 때, 앨범 판매량 추이가 기존 아이돌 그룹의 경향에서 벗어나고 있을 때, 이미 모든 것이 달라지고 있었다. 빌보드어워드는 2년 전 방탄소년단을 ‘톱 소셜 아티스트’ 부문 수상자로 선정했다. 미국 음악산업은 이미 그 때 SNS상의 언급량, 특히 아미와 같은 열성적인 팬덤이 시장에 미치는 영향에 주목하고 있었다. 하지만 정작 한국의 제작사와 매스미디어는 아직도 이 현상을 평가할 기준조차 제시하지 못한다. 사실상 한정판처럼 제작되는 방탄소년단의 굿즈는 순식간에 매진된다. 그들의 공연은 영국 웸블리 스타디움을 이틀 매진시키고도 예매 대기자들이 20만 이상이 넘는다. 기존의 음원과 음반, 또는 아시아 지역 공연의 기대 매출과는 다른 차원의 수익구조다. 하지만 한국의 매스미디어에서는 이런 일이 왜 가능한지 좀처럼 거론되지 않는다. 대신 음반 판매량이나 공연 매진에 대한 수치만이 보도되거나, 외신을 번역한 기사가 단편적으로 언급될 뿐이다. 매스미디어는 보이는 것들만 똑같은 방식으로 이야기하고, 빅히트엔터테인먼트는 보이지 않는 영역을 바꿨다. 그 덕에 빅히트 엔터테인먼트와 방탄소년단이 거대한 성공을 거뒀을지도 모른다. 그들은 아무도 이야기하지 않았던 영역에서 아미로 이뤄진 세상을 연결했다. 하지만 그들의 비극이기도 하다. 매스미디어가 현실을 분석하고 그에 어울리는 평가 기준을 제시하지 않는 한, 그들의 성공은 폄하되거나 아예 운으로 치부될 수도 있다. 방탄소년단이 데뷔 초 TV 예능 프로그램에 출연하지 못해 SNS에 집중, 그것이 우연히 성공했다는 확인되지 않은 소문이 아직도 도시 괴담처럼 떠돈다.

지난해 연말, 방탄소년단이 지상파 음악 프로그램 엔딩무대에 서지 못한 것은 상징적이다. 한국 뮤지션이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한 것 같던 2018년에도, 지상파는 그들에게 엔딩무대를 세우지 않는다. 하지만 방탄소년단 같은 팀이 엔딩 여부에 따라 위상이 달라지지 않게 된 것도 사실이다. 세상은 이미 바뀌었지만, 매스미디어는 그것을 인정하지 않는다. 그리고 많은 제작사는 이 사이에서 어설프게 걸친 채 표면적인 유행을 따르는 콘텐츠를 빨리 많이 내는데만 집중한다. 이 모든 무지, 무시, 오해, 편견은 K-POP 산업을 시가총액과 멜론차트 1위 여부만으로 성공과 우열을 판단하는 한심하고 재미없는 것으로 만든다.

빅히트엔터테인먼트의 2017년 영업이익이 같은 해 ‘3대 기획사’로 불리는 SM, JYP, YG엔터테인먼트의 영업이익보다 높기도 했다. 여러 증권회사와 전문가들은 2018년의 매출과 영업이익 모두 세 배 가까이 높아졌을 것으로 예측한다. 하지만 그것뿐이라면 방탄소년단은 '3대 기획사'의 1등이나 ‘4대기획사’의 하나로 남을 것이다. 하지만 이 회사는, 언젠가의 ‘3대 기획사’가 그랬듯 시장의 새로운 동력을 찾았고, ‘3대 기획사’와는 다르게 대응했다. 빅히트엔터테인먼트는 ‘3대 기획사’와 다른 시간과 공간 위에, 그들의 영토를 마련했다. 좋든 나쁘든, 과거와는 완전히 다른 세계다. 빅히트엔터테인먼트가 어디선가 미래를 가져왔다. 이 사실을 어떻게 받아들일 것인가. 인정하기는 할 것인가. K-POP의 미래는 이 질문으로부터 시작될 것이다.


CREDIT 글 | 강명석
디자인 | 전유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