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능 프로그램을 통해 본 남성 1인 가구 생존지침서

2019.02.27 페이스북 트위터
지난 2월 14일 진선미 여성가족부 장관은 ‘3040세대 남성 1인 가구 간담회’에 참석했다. 남성 1인 가구의 고충을 직접 듣기 위해서였다. 이 자리에 참석한 남성들은 ‘혼밥의 어려움’부터 ‘높은 집세’까지 다양한 고민들을 털어놓았고, 이중 ‘육체적 외로움’ 정도를 제외하면 대부분은 남성 뿐 아니라 여성 1인 가구에게도 해당되는 보편적인 사회문제였다. 하지만 미디어에서는 남성 1인 가구를 특별히 불완전하거나 어려운 상황에 처한 것처럼 묘사하기 일쑤고, 그 과정에서 남성은 마치 ‘혼자 살 수 없는 존재’처럼 그려진다. 반면교사의 의미로, 예능 프로그램을 통해 남성 1인 가구가 잘 살기 위해 염두 해야 할 수칙들을 뽑아봤다.



자유와 민폐는 한 끗 차이다

SBS ‘미운 우리 새끼’에 출연하는 싱글 남성 연예인들은 ‘언제 철들어서 결혼할까’를 걱정하는 ‘모벤저스’와는 달리 자신의 인생을 마음껏 즐기며 살아간다. 방송에서 패널들은 김건모가 크리스마스를 맞아 소주 트리를 설치하거나 집 안에 업소용 수조를 들여놓고 참돔, 우럭, 멍게 등을 풀어놓은 것을 보며 ‘건모건모하다’라고 웃어넘긴다. 하지만 김건모는 자신이 키우는 도마뱀에게 먹이를 주다가 부주의하게 자리를 비운 탓에 집안 전체에 귀뚜라미를 풀어놓기도 했다. 귀뚜라미가 바닥을 기어 다니는 모습은 마치 공포 영화의 한 장면 같았으며, ‘만약 다른 집으로 도망간다면 어떻게 되는 걸까?’라는 끔찍한 상상을 불러일으키기에 충분했다. 같은 방송에 출연하는 박수홍 역시 자유를 즐기는 과정에서 종종 실수를 저지르곤 한다. 그는 집안에서 친구들과 이비자 클럽을 재연하겠다며 비닐을 깔고 대형 거품 기계를 작동시켰다. 거품이 비닐 밖으로 벗어나지 않게 하기 위해 애쓰기는 했지만, 집은 곧 엉망이 됐고 이리 저리 미끄러지는 모습은 골절이나 뇌진탕이 걱정될 정도였다. TV조선 ‘연애의 맛’에 출연했던 구준엽의 경우 심지어 1인 가구가 아니라 어머니와 함께 살고 있었지만, 아침에 일어나서 거의 나체로 집안을 활보하기도 했다. 물론 자신의 집에서 자신이 번 돈으로 무엇을 하던 쉽게 비판할 수는 없다. 하지만 적어도 가깝거나 먼 미래에 누군가와 함께 하기를 꿈꾼다면, 자신의 행동이 진정 자유인지 그저 무신경한 것인지 한번쯤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모든 물건에는 원래의 용도가 있다
‘미운 우리 새끼’에서 토니 안은 첫 출연부터 화제가 됐다. 젠틀한 이미지와는 달리 그의 생활은 엉망이었으며, 집안 곳곳에는 그 흔적들이 남아있었다. 특히 화장실 세면대에 놓인 설거지 거리나 그가 식탁 위에 발을 올려놓은 채 발톱을 자르는 모습은 충격적이었다. 후에 그의 집에 초대받아 온 여성이 “발톱 자르시던 식탁이 여기?”라고 물었을 정도. 이는 사실 성인으로서의 상식을 의심케 하는 모습이지만 방송에서는 남성들에 한해 서툴지만 순수한 모습으로 묘사되곤 한다. 그 대표적인 인물이 바로 MBC ‘나 혼자 산다’의 기안84로 그는 첫 등장부터 집 없이 떠돌아다니며 남의 집 세면대에서 부엌가위로 머리를 자르기까지 했다. 기안84는 걸레와 옷을 같이 빨고 양말에 코를 풀기도 하기도 하지만 이런 행동은 ‘태어난 김에 사는 남자’라는 말로 모두 설명된다. ‘무지개 라이브’에 출연한 개그맨 김준호는 보일러 배관이 자리하고 있는 싱크대 하부 장을 열었다가 언제 버린 것인지도 모르는 맥주 캔을 발견하기도 했다. 어디에서 무엇이 튀어나올지 예측 불가능한 것이 언제나 개성은 아니다.

음식을 잘못 먹으면 병이 난다
‘나 혼자 산다’에서 기안 84는 종종 음식을 만드는 모습을 보여주었다. 그는 커피포트에 컵라면과 먹다 남은 족발을 넣고 끓여먹거나, 집들이 손님을 초대한 자리에서 제대로 다듬지도 않은 생선을 튀겨내기도 했다. JTBC ‘냉장고를 부탁해’에 출연했을 때는 ‘역대 최악의 냉장고’라는 평가를 듣기도 했는데, 그보다 충격적이었던 것은 ‘라면을 끓였던 냄비를 설거지 하지 않고 다시 라면을 끓인다’, ‘뜨거운 물로 소독하니까 괜찮다’는 말이었다. 이러한 위생관념의 부재는 남성 1인 가구의 생존을 위협하는 가장 큰 적이다. 마찬가지로 ‘냉장고를 부탁해’에 출연했던 김준호의 냉장고 역시 기안84의 것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김치는 덜어먹지 않아 하얗게 곰팡이가 올라온 상태였으며, 얼마 먹지 않은 배달음식은 박스채로 발견되어 빼빼 말라있었다. 그는 이 냉장고에 대해 ‘아침은 거르고 점심은 방송국에서 도시락을 먹고 저녁은 술을 마시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는데, 단지 혼자 산다는 것이 문제가 아니라 성인이 되어서 자신을 제대로 챙겨 먹이지도 못하는 생활 감각이 진짜 문제다.

청소를 안 하면 집이 망가진다
이시언은 ‘무지개 라이브’를 통해 ‘나 혼자 산다’에 첫 출연했고, 당시 패널이었던 김용건은 그의 영상을 보면서 못마땅한 기색을 숨기지 못했다. 그도 그럴 것이 욕실은 곰팡이로 가득했으며 음식을 만들어먹는 가스레인지는 찌든 때로 뒤덮여 있었다. 이시언은 ‘물때는 물이니까 더럽지 않다’고 변명했지만 깔끔한 성격의 김용건은 좀처럼 웃지 못했다. 후에 윤현민은 ‘이시언의 집을 청소해주고 돌아가는 길에 코피가 났다’고 밝히기도 했다. 이시언이 주택청약으로 얻은 새 집으로 들어가던 날 ‘무지개 멤버’들은 그가 또 집을 더럽힐까봐 걱정했을 정도. 이보다 앞서 역시 ‘무지개 멤버’였던 육중완의 집도 더럽기는 마찬가지였다. 그의 집은 발 디딜 틈 하나 없이 어질러져 있었고 결혼으로 인해 ‘나 혼자 산다’를 하차하기 전까지 크게 달라지지 않은 모습을 보여줬다. 집을 구하기 위해 직접 발품을 팔아본 경험이 있다면, 이것이 어떤 차이를 만드는지 분명히 알 수 있을 것이다. 건물주들이 여성 세입자를 선호한다는 이야기가 나오는데는 그만한 이유가 있다.

남이 돌봐주기 전에 자기 자신을 돌봐라
‘나 혼자 산다’‘무지개 라이브’에서 김준호의 후배 정명훈은 ‘프로 봉양꾼’이라고 불렸다. 김준호는 아침에 눈을 뜨자마자 안마의자에 몸을 뉘인 채 정명훈에게 전화를 걸어 먹을 것을 사오라고 시켰다. 심지어 김준호는 자기 집의 보일러도 틀지 못해 그에게 보일러를 봐달라고 부탁하기도 했다. 김준호의 집에 들락거리면서 그를 챙기는 것은 비단 정명훈뿐만이 아니었다. 유민상은 남은 음식들을 정리해 냉장고에 넣었고, 그래픽 카트를 교체해 주었으며 오나미는 김준호의 새치를 염색해주기까지 했다. 손 하나 까딱하지 않아도 그를 걱정하는 후배들이 대신 생활을 꾸려나간 것. ‘나 혼자 산다’에서 기안84도 자신의 생활을 돌보지 않고, 대신 박나래나 한혜진 등의 여성 회원들의 도움을 받는 모습이 나오기도 한다. 이처럼 남성 1인 가구는 방송에서 자주 돌봐야만할 대상으로 그려지곤 한다. 하지만 1인 가구는 말 그대로 모든 것을 혼자 책임져야만 가능한 구조고, 가장으로서 기꺼이 자기 자신을 돌볼 줄 알아야 한다. 성별과 상관없이, 그가 성인이라면 말이다.

CREDIT 글 | 서지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