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재일, 아름다움에 대하여

2019.02.27 페이스북 트위터


JTBC ‘너의 노래는’에서 보여준 정재일의 삶에는 온통 음악뿐이다. 박효신과 함께 프랑스 시골마을에 ‘자발적 격리’ 되었을 때도 가끔 먹을 것을 사러 나가거나 잠깐 산책하는 시간을 제외하면 눈떠서 다시 잠들 때까지 음악을 만든다. 시골마을에 고요히 내리는 눈처럼, 오롯이 음악에만 몰두하는 정재일의 모습은 지켜보는 이들마저도 숨을 죽이고 귀를 기울이게 만든다. 2회에서 그가 아이유와 함께 공연한 ‘개여울’이 새롭게 들리는 것은 이 때문이다. 2017년 발매된 아이유의 앨범 ‘꽃갈피 둘’에서 그가 편곡하기 이전에 ‘개여울’은 본래 김소월의 시였고, 정미조가 부르면서 사랑받은 오래된 노래였다. 아이유가 이 노래를 들려주었을 때 정재일은 “이렇게 아름다운 곡을 알게 되어 고맙다”고 말했다. 이 ‘아름답다’는 말은 그가 입버릇처럼 자주 쓰는 말이기도 하다.

‘천재소년’이라고 불렸던 사람. 스스로는 절대 천재가 아니라고 하지만, 적어도 그가 남달리 일찍부터 음악에 몰두해온 것은 부정할 수 없다. 한국에서 손꼽히는 뮤지션들의 선택을 받아 중학생 때 긱스의 멤버로 데뷔한 이후, 그는 쉬지 않고 좋은 음악을 만들어냈다. 김동률, 패닉, 김조한, 박효신 등 내로라하는 가수들의 앨범 프로듀싱을 맡는 것은 물론 뮤지컬 ‘지저스 크라이스트 슈퍼스타’나 영화 ‘옥자’의 음악을 담당하기도 했다. 하지만 정재일의 음악을 설명하기에 ‘장르를 넘나든다’는 표현은 다소 부족함이 있다. 2018년 남북정상회담 환송공연 ‘하나의 봄’을 기획한 것처럼, 이미 그는 음악보다도 넓은 범위의 예술을 다루는 인물이 됐다. ‘너의 노래는’에서 정재일은 어떤 노래를 고르고, 다양한 사람들과 함께 이를 완성해 나간다. 그는 아이유에게 정미조가 1972년에 부른 ‘개여울’을, 이적에게 김민기의 ‘작은 연못’을 다시 부르게 만들었다. 정재일이 우연히 독일의 첼리스트가 연주한 패티김의 ‘4월이 가면’을 듣고, 배우 김고은과 다시 새롭게 탄생시키는 장면은 의미심장하다. 서로 다른 언어와 직업을 가진 사람이 하나의 음악으로 묶인다. 정재일이 편곡한 ‘세월이 가면’을 부른 후 정훈희는 ‘걸을 수도 뛸 수도 없었던 그 시대의 예술가들이 떠오른다’며 눈물지었다. 시대를 뛰어넘어 공유하는 감정들이 노래가 된다. 정재일이 하는 일은 단순히 ‘음악을 한다’는 말로는 표현하기 어려운, 진정한 아름다움을 찾는 작업이다.

“단지 아름답기 때문에” 음악을 좋아하고, 그러한 음악을 만든다. 아이처럼 순수한 말이지만, 사실 이것은 쉽게 정의할 수 없는 예술의 본질이기도 하다. 천재라는 타이틀로 화려하게 대중들 앞에 나타났던 소년이 이러한 이야기를 들려주기까지 23년의 시간이 흘렀다. ‘너의 노래는’에서 그는 가족을 부양해야 했던 어린 시절을 회상하며 “음악이 좋아서라기보다는 돈을 벌수 있어서” 일을 시작했고, 지금까지도 “특별한 철학은 없다. 입금이 되면 한다”고 담담히 털어놓았지만 어느새 단지 음악을 하기만 해서는 도달할 수 없을 지점에 위치해 있다. 정재일은 ‘어떤 음악을 만들고 싶냐’는 질문에 “필생의 역작을 만들고 싶다”고 말했다. 그리고는 ‘음악을 위한 음악’이라는 설명을 덧붙였다. 그 어떤 사랑고백보다도 절절하고도 아름다운 대답이었다.


CREDIT 글 | 서지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