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세진의 ‘이블 지니어스, 누가 피자맨을 죽였는가’, 김지민의 ‘존 휴즈 시리즈’, 김윤하의 ‘골든차일드 직캠’

2018.12.21 페이스북 트위터


이블 지니어스, 누가 피자맨을 죽였는가 (넷플릭스)

‘이블 지니어스’는 2003년 펜실베니아의 ‘이리’라는 곳에서 일어난 브라이언 웰스 살인 사건, 은행 강도 사건을 소재로 한 넷플릭스의 4부작 범죄 다큐멘터리다. 소제목 그대로 피자맨이 이상한 방식으로 죽었고, 거기서부터 파헤쳐 들어가기 시작한다. 하지만 가면 갈수록 이상한 사람들과 괴상한 일들이 늘어난다. 보다 보면 화면 속에 보이는 사람들은 뭘 알고 있긴 한 건지, 뭔가 알 수 있는 지각이 있긴 한 건지 혼돈에 빠지게 된다.

내친 김에 루이지애나에서 벌어진 사이비 종교 및 살인 사건을 다룬 ‘트루 디텍티브 시즌1’, 가상의 외곽 도시 트윈 픽스에서 일어난 살인 사건을 다룬 ‘트윈 픽스’ 같은 시리즈도 함께 보면 좋을 것 같다. 외딴 중소 도시, 황량한 초원, 세상과 분리되어 있는 듯한 숲, 미지의 이웃, 알콜 중독자들과 마약 중독자들, 뭔가를 끊임없이 수집하는 사람들과 천재를 자칭하는 사람들. 이블 지니어스는 다큐멘터리고, 나머지 둘은 픽션이지만 전체에 깔려 있는 분위기는 비슷한 데가 있다.

카메라가 먼 곳을 비추면 보이는 자연은 꽤나 근사하지만 그 안의 사람들이 살고 있는 곳은 미스테리와 공포로 물들어 있다. 그 혼란한 분위기 속에서 대체 어느 게 현실이고 어느 게 가상인지, 인간이란 대체 뭔지 길을 잃고 싶을 때 보기 딱 좋다.
글. 박세진(패션 칼럼니스트)


존 휴즈 시리즈 (넷플릭스)

영화 마니아는 아니더라도 크리스마스 시즌이 되면 챙겨보거나 머릿속에 떠오르는 영화가 아마 한두 편쯤은 있을 것이다. ‘해리포터’, ‘나홀로 집에’, ‘러브 액츄얼리’ 등의 작품도 좋지만 존 휴즈 감독의 작품들, 그 중에서도 특히 1980년대 중반 연출작을 추천한다. 현재 넷플릭스에서 볼 수 있는 ‘아직은 사랑을 몰라요(1984)’, ‘조찬클럽(1985)’, ‘페리스의 해방(1986)’은 별개의 작품이지만 출연 배우가 겹치고, 비슷한 시기에 제작된 틴무비라는 점에서 마치 시리즈물 같은 느낌을 주기도 한다. 도톰한 입술이 매력적인 몰리 링월드는 그의 뮤즈로서 ‘아직은 사랑을 몰라요’와 ‘조찬클럽’ 등에 연이어 출연하며 80년대 청춘 아이콘으로 등극했고, 이젠 사라 제시카 파커의 남편으로 더 유명해진 매튜 브로데릭은 ‘페리스의 해방’에서 아이돌 미(美)를 장착한 채 ‘80년대 스웨그’를 뽐낸다.

당시 존 휴즈는 10대들의 유쾌하고 건강한 면을 부각한 착한 틴무비를 연달아 성공시키며 80년대 할리우드 청춘영화의 대부로 자리매김했다. 그의 영화들은 작품성 자체가 뛰어나다고 보긴 어렵지만 ‘조찬클럽’의 주제곡으로 사용된 Simple Minds의 ‘Don’t You(Forget about me)’를 비롯해 80년대 음악과 패션, 분위기, 로맨틱 코미디를 좋아하는 사람들에겐 더할 나위 없이 좋은 영화들이다.

또 ‘아직은 사랑을 몰라요’는 틴에이지 로맨스의 교과서로 통하며 넷플릭스 히트작 ‘내가 사랑했던 모든 남자들에게’에서 언급되기도 하고, ‘페리스의 해방’의 주인공은 장난기 넘치는 10대 캐릭터의 정석이 되어 ‘스파이더맨: 홈커밍’의 피터 파커 캐릭터 표현에 영향을 주기도 했다. 존 휴즈 영화 몰아보기를 마치고도 아쉬움이 남는다면, 그가 각본에 참여한 ‘나홀로 집에’나 그의 작품에 영향을 받은 ‘내가 사랑했던 모든 남자들에게’, ‘페리스의 해방’을 패러디한 ‘데드풀’ 등도 함께 챙겨보자.
글. 김지민(백수)


골든차일드 직캠 (유튜브)

새티스파잉 비디오(Satisfying Video)라는 계정을 구독하고 있다. 결은 조금 다르지만 북한의 카드섹션도 좋아하는 편이다. 눈 앞의 모든 것이 한 치의 오차도 없이 움직여 열을 맞추는 순간 느껴지는 희열, 완벽한 균형과 안정이 주는 짜릿함을 너무나 사랑한다. 아마도 그 빈틈없는 상태를 창조하고 꾸준히 유지하기 위해 쏟아야 하는 보이지 않는 섬세함과 노력, 일종의 결벽을 선망하기 때문일 것이다.

그래서 난 슬플 때 ‘칼군무’를 본다. ‘세계로 뻗어나가는 K-POP’ 세상에서 칼군무는 이미 조금 지난 유행이지만 알 바 없다. 때로는 여러 사이즈의 네모난 액정 속에서, 때로는 수천 수 만의 관객들 앞에서 수십 개의 팔다리가 일사분란하게 움직이며 열과 행을 맞춘다. 그 모습을 멍하니 바라보고 있노라면 머릿속의 오만 삼라만상이 사라진다. 아마 평생 봐도 질리지 않을 것이다.

이제 데뷔 1년을 갓 넘긴 보이 그룹 골든 차일드의 각종 직캠 영상은 그런 ‘열맞춰’를 향한 열망을 채워주는 최적의 존재다. 마음이 허전하고 이유 없이 슬플 때, 더 이상 여기서 앞으로 나아가지 못할 것 같아 세상이 원망스러울 때 나는 이들의 군무를 본다. 팬들이 찍은 직캠, 방송 프로그램 직캠, 안무영상 등등. 뇌세포와 혈액 속으로 아드레날린이 급속 충전되며 명치 끝에서 ‘살아야겠다’는 근본 없는 희망의 뿔나팔 소리가 해일처럼 밀려온다. 자신들도 그런 스스로의 매력을 알고 있는지 얼마 전 새로 활동을 시작한 후속곡 ‘너만 보인다’의 흑백 군무 영상을 스페셜 필름으로 내놓았다. 잘 만난 칼군무 영상 하나, 열 영양제 안 부럽다.
글. 김윤하(음악평론가)

CREDIT 글 | 박세진, 김지민, 김윤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