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 올해의 인물들│백종원의 크기

2018.12.03 페이스북 트위터
‘ize’는 이번 한 주 동안 2018년에 많은 사람들이 기억하는, 그리고 앞으로도 기억해야할 ‘2018 올해의 인물들’을 선정했다. 하루에 두 명씩, 총 10명이다. 두번째 인물은 기업인이자 방송인 백종원이다.



“그분들한테는 죄송한 이야기지만 시장원리를 따라 도태될 수밖에 없는 자영업자는 도태도 돼야 한다.” 지난 10월 12일, 백종원이 국회에서 열린 산업 통상자원 중소벤처기업위원회의 국정감사 참고인으로 참석해 한 발언이다. 그러나 그는 이날 이런 말도 했다. “어쩔 수 없이 오픈한 분들은 잘못된 부분을 고쳐서 지금보다 상황이 나아질 수 있는 것 아니냐는 희망을 전해드리고 싶다.” 그가 SBS ‘백종원의 골목식당’에서 “도태돼야 할” 식당 경영자들을 돕는 이유다. 법에 저촉되는 수준 아닌가 싶을 정도로 형편없는 위생, 재료 손질부터 엉망인 요리 실력, 그럼에도 터무니없이 비싸기까지한 가격. 자영업자는 절망한다. 손님은 분노한다. 성공한 요식업 프랜차이즈 기업가 백종원은 지금 한국 식당 자영업자들의 현실을 낱낱이 보여준다. 하지만 백종원은 포기하지 않는다. 그는 문제 많은 자영업자들에게도 ‘솔루션’을 주며 성공을 돕는다. 백종원은 자영업자와 손님 모두에게 희망이 된다.

희망의 솔루션이 절망의 자영업자에게 그냥 주어지지는 않는다. 백종원의 솔루션은 명쾌한 답이기 이전에 해내야 할 숙제다. 요리를 제대로 못하면 장사가 끝난 뒤에도 백종원의 미션을 수행해야 한다. 프랜차이즈 식당을 이기려면 재료는 발품을 팔아 최대한 좋은 것을 낮은 가격에 구하고, 양념은 기업에서 만든 ‘제품’ 대신 연구를 통해 직접 만든 것을 써야 한다. 동시에 손님이 “가성비가 좋다”고 칭찬할 만한 가격을 유지해야 한다. 경제 사정이 좋지 않은 자영업자에게 백종원의 솔루션은 인터넷에서 흔히 쓰는 표현을 쓰자면 ‘사람을 갈아 넣어야’ 가능하다. 사실상 잠자는 시간 외에 모든 힘을 식당 경영 개선에 힘써야 백종원의 솔루션을 수행할 수 있다. 백종원의 말대로 “고생해도 빛 못 보는 사람이 한둘이 아닌” 세상이기 때문이다. 잘되는 식당 경영자들은 이미 하루 종일 식당에 매달리고 있다. 실력은 있지만 잘되지 않는 경영자들도 마찬가지다. 잘되든 못 되든, 소규모 자영업자가 자신 또는 가족의 노동력을 ‘갈아 넣는’ 것은 현실적으로 필수에 가깝다. 당연하게도, 실력 없는 자영업자들은 최소한 그들보다 더 노력해야 한다.

“도태될 수밖에 없는 자영업자는 도태도 돼야 한다”고 생각하는 기업가와 “희망을 전해드리고 싶은” 의인은 이 순간 하나가 된다. 백종원은 기업가의 시선에서 시장의 현실을 진단하고, 선의로 시장에서 살아남을 비법을 알려준다. 지금 자유시장경제, 또는 보수주의의 얼굴은 국회나 SNS에 있지 않다. 백종원은 시장의 원칙 안에서 더 많은 사람들이 더 나은 경쟁력을 가져야 한다는 관점을 실천 중이다. 경쟁력의 상승은 소비자의 신뢰를 회복하고, 가게 하나, 상권 하나, 더 나아가 한 분야 전체의 종사자들이 희망을 갖게 한다.

여기에 모든 가게를 책임지려는 자세와 친근한 화법이 함께한다. 백종원 자신부터 ‘갈아 넣어’ 출연자들의 성공을 도울 정도다. 출연이 끝난 식당 경영자들과도 문자를 주고받으며 계속 무료 컨설팅을 해주고, 방송 중인 가게에는 녹화를 하지 않는 날에도 찾아가 컨설팅을 해준다. 백종원처럼 경쟁을 긍정적으로 받아들이고, 경쟁력을 높이기 위한 노력이 필요한 이유를 이렇게까지 거부감 없이 설득한 한국인은 이전까지 없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현재 방영 중인 ‘포방터 시장’편의 ‘돈가스집’ 부부는 백종원이 제시하는 경쟁 시장의 이상(理想)이다. 부부 모두 식당 경영에 상당한 지식을 쌓았다. 남자는 좋은 재료로 맛있는 음식을 싸게 만드는 것 자체에 기쁨을 느끼고, 여자는 홀 서비스와 가게 경영을 끊임없이 발전시키려 한다. 거기에 백종원의 솔루션이 더해지자 식당 경영이 수월해지고, 부부간의 갈등도 해소되기 시작한다. 높아진 매출은 그들이 직원을 고용해 육아에 더 많은 시간을 쓸 수 있게 할 것이다. 부부가 식당 경영의 마스터가 될 만큼 매달려 자신과 손님 모두를 만족시키는 삶.

당연하게도, 모든 자영업자가 이 정도 수준에 다다를 수 있을 것 같지는 않다. 포방터 시장에는 ‘돈가스집’뿐만 아니라 ‘홍탁집’의 남자도 있다. 그는 요식업 시장에서 “도태”돼야 할 대상이다. 경영 능력은커녕 최소한의 성실성조차 없는 그는 성공의 비결을 알려준다 해도 실천할지 의문이다. 그러나 백종원이 이 남자를 포기하면, 혼자 가게를 경영하다시피 하는 그의 어머니는 더욱 힘들어진다. 자영업자의 몰락이 가족의 붕괴로 이어지곤 하는 것은 엄연한 현실이다. 백종원은 ‘백종원의 골목식당’을 통해 지금 많은 한국인이 느끼고 있는 아슬아슬한 삶을 구체적으로 눈앞에 보여준다. ‘돈가스집’ 부부의 삶이 힘들어 보이는가. 하지만 이 부부처럼 노력하지 않으면, ‘홍탁집’처럼 될 수도 있다. 그리고 묻는다. 어떤 인간이 될 것인가. 도태될 것인가, 희망의 솔루션을 따를 것인가? 백종원의 솔루션이 정답인지는 알 수 없다. 하지만 지금 백종원은 한국인에게 가장 직관적이고, 구체적이며, 현실적으로 다가오는 솔루션을 제시 중이다. 그것이 일에 자신을 쏟아부어야 하는 삶이라 할지라도. 이미 많은 사람들이 그렇게 살고 있다면 더더욱 말이다.

“2018년의 시작이다. 결과가 어떤 방향으로 갈지는 모르지만, 무언가 변하고 있는.” 올해 초 ‘백종원의 골목시장’이 방영을 시작했을 때, ‘ize’가 이 프로그램을 바라보는 시각이었다. 기업인이 컨설팅을 통해 죽어가는 골목 상권을 살려, 해당 상권의 권리금을 높이는 과정을 예능 프로그램에서 보여주는 것은 그 자체로 지금 한국의 현실에 대한 발언으로 보였다. 그러나 백종원은 예상보다 더욱 큰 파장을 일으키고 있다. 그는 요식업을 깊게 파고 들어가면서 한국 사회에 대한 화두를 던지고, 지금 한국인의 경쟁, 노력, 행복에 대한 자신의 관점을 전파한다. 자신마저 ‘갈아 넣는’ 그의 선의와 노력과 별개로, 그가 제시하는 희망이 좋은 현실을 이뤄줄지는 모르겠다. 다만 그는 자신의 일에 대한 애정과 노력을 바탕으로 자신의 분야는 물론 세상까지 바꾸자는 설득을 하고 있다. 그러니 이 사실 만큼은 받아들이지 않을 수 없다. 백종원은 정말 거대하다. 그리고 점점 더 커지고 있다.
CREDIT 글 | 강명석
디자인 | 전유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