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이, 마이크로닷, 유승준은 왜 그랬을까

2018.11.28 페이스북 트위터


건이 너무 많이 터져 따라가기도 벅차다. 마이크로닷은 부모가 저지른 사기 사건을 부인하며 이를 거론한 피해자들에게 ‘고소’를 언급했다 입장을 바꿔 사과했고, 산이는 싱글 ‘FEMINIST’가 여성혐오로 논란이 되자 가사의 의미에 대해 일일이 설명하는 해명문을 냈다. 그리고 유승준, 문제의 그 유승준은 국내에 새 앨범을 발매하겠다고 발표했다 유통사가 발매를 취소했다. 세 사건은 각자 다른 종류지만, 똑같은 하나의 질문을 남긴다. 대체 왜 그랬대?

부모님이 사기를 저지른 것과 자식의 사회 활동은 별개다. 하지만 피해자들이 문제를 제기했을 때 법적 조치를 하겠다고 엄포를 놓았다면 당연히 자신도 관련된 문제가 된다. 최소한 부모에게 확인은 했어야 할 일이다. 알고도 이런 대응을 했다면 인격적으로 심각한 문제가 있는 것이고, 확인을 안했다면 무책임했다고 할 수 있다. 어느 쪽으로든 이해할 수 없는 대응이다. 산이도 스스로 일을 몇 배로 불렸다. 그는 해명문에서 ‘FEMINIST’가 여성혐오가 아닌 여성혐오를 하는 남자들을 비판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해명문을 올리 전 그는 자신의 가사가 여성혐오라며 디스한 제리케이의 랩에 맞대응했다. 가사가 자신의 의도와 다르게 읽혔다면 곧바로 해명 하는 것이 나았다. 게다가 그는 ‘FEMINIST’ 발표 전 ‘이수역 폭행사건’으로 알려진 폭행사건의 현장 영상 일부를 올렸다. 해당 사건은 폭행당한 여성 피해자가 여성 혐오로 인해 폭행 당했다는 주장을 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산이가 올린 영상은 2차 가해라는 비판을 받았다. 사람들이 ‘FEMINIST’를 그의 의도대로 해석하기 어려웠던 이유 중 하나다.‘FEMINIST’ 발표 후 인터넷에서는 어떤 부류의 남자들이 해명문에 밝힌 의도와 정 반대로 가사에 적극 호응하기도 했다. 그의 의도가 사실이라 해도, 그는 자신이 곡을 발표하기까지의 맥락을 전혀 생각하지 않았다.

산이의 소속사 브랜뉴 뮤직은 ‘FEMINIST’가 논란이 된 후 “회사와 협의없이 발표한 곡”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회사와 상의 없이 콘텐츠를 발표하는 순간, 그는 물론 회사도 검증 되지 않은 리스크에 놓인다. 브랜뉴 뮤직으로서는 산이가 저지른 일을 뒤늦게 알고 어쩔 수 없이 안고 가거나, 지금처럼 선을 긋는 선택만 할 수 있다. 산이의 리스크 관리는 시작부터 잘못된 셈이다. 이에 대해 연예인들을 오랫동안 홍보해 온 A는 “연예인 옆에 제대로 된 조언을 해줄 사람이 필요한지 보여주는 사건”이라고 말했다. 그에 따르면 “연예인은 아무래도 감성이 강해야 할 수 있는 직업이다 보니 순간의 판단으로 큰 리스크를 지는 경우가 있다. 주변에 말릴 것은 말려야할 사람이 반드시 필요하다.”는 것이다. 유승준의 문제 또한 “한국의 여론을 제대로 파악할 사람이 없기 때문에 벌어진 일”이라는 분석이다. 유승준은 인기 연예인이던 시절 미디어의 관심이 집중된 상황에서 병역을 기피했고, 그 때 일을 기억하는 이들은 여전히 큰 반감을 갖고 있다. 반면 그 사건을 모르는 요즘의 젊은 세대는 유승준을 좋아할 이유도 없다. 그를 호의적으로 보는 사람이 아무도 없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게다가 그는 인터넷을 통해 병역 기피에 대한 사과 방송을 하다 방송사고로 오히려 진정성이 없다는 의혹도 샀다. 이런 상황에서 애초에 팔리지도 않을 것 같은 앨범의 수익 기부는 이른바 ‘쇼’로 밖에 보이지 않는다.

마이크로닷은 그가 방송 활동을 시작한 뒤 부모에 대한 문제제기가 인터넷을 통해 꾸준히 이뤄지고 있었다. 본인은 무시한다 해도 소속사는 인지했어야 할 일이다. 하지만 마이크로닷은 최근 MBC ‘나혼자 산다’에도 출연했다. 피해자는 20년 째 고통을 겪고 있는데, 가해자의 아들은 잘 사는 모습을 TV로 보여준다. 알든 몰랐든 스스로 뇌관을 건드렸고, 소속사는 문제를 방치했다고 할 수 있다. 한 엔터테인먼트사의 법적인 문제를 맡고 있는 변호사 B는 “명확하게 본인이 잘못한 문제라면 빨리 인정하고 책임지는 것이 최선이다. 요즘처럼 모든 근거가 인터넷을 통해 퍼지는 시대에 어설픈 부인은 양심의 문제일뿐만 아니라 리스크 관리에서도 최악이다.”라고 말했다. “대중은 잘못한 것 이상으로 금방 들킬 거짓말을 싫어한다.”는 것.

‘FEMINIST’ 발표 후 산이의 대처는 실패한 리스크 관리의 모든 것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누구와의 상의도 없이 논란이 될 가능성이 높은 곡을 발표했고, 디스 랩에 맞대응하면서 일을 더 키웠다. 그 뒤 다른 이들이 보기에 이전 입장과는 전혀 다른 해명문을 발표했다. 그 결과 해명문은 애초에 그를 비판하던 사람들은 받아들이지 않고, 옹호하던 사람들은 실망하는 결과를 낳았다. 이에 대해 엔터테인먼트 회사의 관계자 C는 “말하기 조심스럽지만 곡 발표 후 비난이 쏟아지고 행사가 취소되면서 직접적인 타격을 받자 어떻게 해야할지 당황한 것 아닐까 싶다. 연예인은 여론을 파악하고 입장을 정리해줄 사람이 따로 없으면 즉각적인 반응들을 직접 받게 되면서 흔들리게 된다.”고 말했다. 이 때문에 최근 규모가 큰 회사들은 리스크 관리를 위한 나름의 시스템을 갖추려는 경우도 있다. 한 엔터테인먼트 회사 관계자 D는 “논란이 일어날 경우 해당 연예인이 반응을 보지 않게 하려고 노력한다. 그래도 보게 되기는 하지만 문제가 해결될 때까지 계속 대화를 하고, 누군가는 당신을 위해 일하고 있으니 걱정하지 말라는 메시지를 주며 멘탈 안정부터 시킨다. 또한 인터넷의 다양한 여론을 최대한 종합적으로 수렴하기 위해 노력한다. 특정 여론이 강한 한 두곳만의 여론을 보면 잘못된 판단을 하기 쉽다.”고 말했다.

그러나 리스크 관리는 무엇을 어떻게 하든 늘 어렵다. D는 “몇 년 전만 해도 연예인이 국가, 인종, 젠더 문제 등으로 논란을 겪으리라고는 상상하지 못했다. 그만큼 세상의 흐름에 빠르게 반응해야 하는데, 엔터테인먼트 업계 관계자가 그러기 어려운 것이 사실.”이라고 말했다. D에 따르면 “여성혐오 이슈의 경우 사과를 하려고 해도 무엇을 잘못했는지 모르는” 경우도 많다고 한다. 산이가 왜 몇 번씩이나 결과적으로 잘못된 대응을 했는지 짐작할 수 있는 부분이다. 게다가 달라진 매체 환경은 리스크 관리를 훨씬 더 어렵게 만든다. A는 “과거 리스크 관리는 논란이 되는 기사를 얼마나 잘 막느냐는 것이었다. 치프 매니저 급 정도 되면 나쁜 기사를 잘 막는 능력이 있어야 한다는 인식이 있었다.”고 말한다. 그러나 최근에는 “매체가 너무 많아 모두 관리할 수 없다. 게다가 단 한 곳에서만 기사가 나가도 인터넷에서 순식간에 이슈가 되는” 상황이라는 것. 작은 회사들의 경우 그나마 연락이 닿는 매체에 읍소하는 것 외에는 이렇다할 방법을 찾을 수 없을 때가 많다.

최근 2~3년 사이에는 연예계 이슈의 중심이 아예 미디어가 아닌 SNS와 커뮤니티로 옮겨졌다. 마이크로닷 부모의 사기 사건도 인터넷에서 꾸준히 문제가 제기되면서 언론에서 기사화하기 시작했다. D는 “기사가 안 나갔더라도 포털 사이트 검색 순위에 올랐다면 이미 기사가 수없이 나간 것과 다름 없다. 그 어느 때보다 대중의 여론이 업계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말했다. 리스크를 없는 것처럼 덮는 것은 불가능해졌다는 의미다. 이 때문에 오히려 선택지는 단순해졌다. A는 “사과 할 일이면 한 번에 정확하고 말끔하게 하는 것이 가장 좋다. 순간의 작은 이익에 흔들려서 애매한 태도를 취하거나, 우왕좌왕하며 입장을 번복하는 것이야말로 가장 큰 리스크"라고 말했다. 그 점에서 산이, 유승준, 마이크로닷과 관련된 사건들은 지금 엔터테인먼트 산업에서 리스크가 무엇인지, 왜 많은 경우 효과적인 대응에 실패하는지 보여주는 예다. 리스크의 내용과 전파 양상 모두 지난 몇 년 사이 급격하게 변했고, 당사자들은 이에 대해 무지하거나 무시한 상황에서 우왕좌왕하다 누구도 옹호해주지 않는 상황에 처했다. 그래서 B의 한마디는 지금도 수많은 문제들로 전전긍긍하는 관계자들에게 하나의 기준이 될 만 하다. “잘못한 것이 있다면 언젠가는 반드시 눈에 보일 만큼 커져서 돌아온다. 애초에 없었던 일로 만드는 것은 불가능하다. 이 사실을 받아들여야 한다. 그러니 본인의 양심에 묻고, 일관된 논리에 따라 쉽게 흔들리지 않는 입장을 정하고 대중을 차근차근 설득해야 한다. 그것이 그나마 최선이다.”
CREDIT 글 | 강명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