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비한 동물들과 그린델왈드의 범죄’, J.K. 롤링 제발 좀 !

2018.11.22 페이스북 트위터


‘신비한 동물사전’은 썩 괜찮은 ‘해리 포터’ 스핀오프의 서막처럼 보였다. 막강한 팬들이 있는 세계를 배경으로 하고 있지만 시대는 1920년대. 그리고 시리즈를 이끄는 주인공 뉴트 스캐맨더(에디 레드메인)는 전작의 캐릭터들과 완전히 다른 개성과 배경, 목적의식을 갖고 있었다. 이 정도면 ‘기존 시리즈의 팬들을 끌어모을 만큼 비슷하지만 질리지 않게 새롭고 다른’이라는 스핀오프의 목표에 충실했다고 할 수 있었다.

걱정이 되었던 건 콜린 패럴이 연기한 이 영화의 악역 퍼시벌 그레이브스의 진짜 정체가 조니 뎁이 연기한 갤러트 그린델왈드였다는 것이다. 이 두 이름은 각자의 이유로 문제가 있다. 일단 조니 뎁은 자연인으로서 심각한 결함이 있다는 게 밝혀져서 될 수 있는 한 팬들이 영화에 묻는 걸 보고 싶지 않은 배우였다. 게다가 그린델왈드의 이야기는 ‘해리 포터’ 시리즈 안에서 이미 결말까지 나와 있는 상태였다. 다시 말해 이 인물이 새 시리즈의 최종 악당이라면 시리즈는 비슷하게 반복되는 비슷비슷한 이야기에 인질로 잡힐 가능성이 있다.

시리즈의 2편 ‘신비한 동물들과 그린델왈드의 범죄’는 유감스럽게도 이 함정에 그대로 빠져버린다. 너무 심각하게 빠져서 당황스러울 정도다. 정말로 할리우드의 전문가들이 이 이야기를 허용했는가? 내가 영상화된 인터넷 팬픽을 보고 있는 게 아닌가? 가장 먼저 눈에 뜨이는 문제는 당연히 주인공이어야 할 뉴트 스캐맨더의 비중이 팍 줄었다는 것이다. 뉴트는 여전히 우리가 아는 뉴트 그대로다. 하지만 이 영화는 뉴트에게 뉴트스러운 행동을 할 기회를 전혀 주지 않는다. 뉴트가 신비한 동물들과 어울리는 장면이 당황스러울 정도로 적은 것이다. 대신 영화는 이미 ‘해리 포터’ 시리즈에서 지겹게 본 마법 세계의 정치 이야기에 뉴트를 집어넣는다. 뉴트는 여기서도 최선을 다하지만 신비한 동물들이 이렇게 조금 나온다면 할 수 있는 게 별로 없다.

하지만 가장 큰 문제점은 이 시리즈를 이끌고 있는 J.K. 롤링이 자신의 세계를 과대평가하고 있다는 것이다. 물론 많은 사람이 해리 포터 유니버스를 사랑한다. 그렇게 많은 이들이 사랑하는 세계를 만들어낸 건 상당한 업적이다. 하지만 생각해보라. 허구의 세계는 캐릭터와 드라마가 없으면 아무것도 아니다.

중간에 덜컹거리고 종종 어이 없어지긴 했어도 우리가 해리 포터 이야기를 끝까지 따라갔던 건 우리가 해리 포터와 친구들에 대한 관심을 잃지 않았고 그 세계가 그들에게 꾸준히 떠들고 생각하고 행동할 기회를 제공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J.K. 롤링은 ‘신비한 동물들과 그린델왈드의 범죄’의 이야기를 짜면서 창조주의 권능에 빠져버린다. 작가의 역할이 캐릭터와 드라마에 서비스를 해야 한다는 것을 까먹고 자기가 만든 세계에 디테일을 더하는 작업에 빠져 버린 것이다.

그 결과 영화엔 의미있는 이야기 자체가 없어져 버린다. 그린델왈드가 탈주하고 마법 세계에 파시즘을 퍼트린다. 큰일처럼 보인다. 하지만 이건 매력도, 개성도 없는 마법사가 이전 시리즈에서 보았던 일을 되풀이하는 것에 불과하다. 심지어 그린델왈드는 이 일을 열심히 하지도 않는다. 영화의 상당 부분이 크레던스 베어본(에즈라 밀러)의 출생의 비밀이라는 지독하게 K-드라마스러운 소재에 사로잡혀 있기 때문이다. 그 출생의 비밀을 밝히는 과정이 재미있다면 별 상관이 없겠지만 이미 사실을 알고 있는 그린델왈드가 막판에 비밀을 폭로하는 것으로 끝나니 맥빠지는 건 어쩔 수 없다. 더 나쁜 건 이런 일들이 캐릭터의 자유의지에 어떤 영향을 주는 대신 이미 완성된 세계의 이야기에 무의미한 장식을 더해주는 것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마지막 반전을 곱씹어보라. 그리고 당연히 비교될 수밖에 없는 다른 프랜차이즈의 모 반전과 비교해보라. 롤링이 무엇을 잘못했는지 보일 것이다.

이러니 앞의 팬픽 비교가 좀 민망해진다. 창의적인 팬픽은 원작자가 보지 못했던 가능성을 끄집어내 새로운 세계를 창조할 수 있다. 하지만 J.K. 롤링은 그런 것을 끄집어내지 못한다. 과연 이 지루한 이야기의 반복과 과시를 위해 뉴트 스캐맨더와 신비한 동물들을 치울 필요가 있었을까? 진지하게 물어보자. 지금 이 시기에 J.K. 롤링은 과연 최선의 ‘신비한 동물사전’ 작가인가?
CREDIT 글 | 듀나(영화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