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탁집’ 남자에게 백종원은 무엇일까

2018.11.21 페이스북 트위터


SBS ‘백종원의 골목식당’에서 백종원의 일은 컨설팅이다. 자영업자가 경영 중인 식당의 문제를 발견하고, 적절한 ‘솔루션’을 제시한다. 방송이 끝난 뒤에도 식당 주인들과 대화하며 상담해주는 것은 인간적으로 대단한 일이기도 하지만, 컨설턴트의 일로 보면 무료 A/S라고도 할 수 있다. 그 점에서 ‘백종원의 골목식당’의 ‘포방터 시장’ 편에 출연 중인 ‘홍탁집’ 남자는 백종원이 해야 할 일의 범위를 넘어선다. ‘홍탁집’ 남자처럼 백종원은 물론 시청자를 화나게 하는 식당 주인들은 있었다. 하지만 그들도 ‘홍탁집’ 남자처럼 식당 경영에 대한 의욕 자체가 없지는 않았다. 이 남자는 어머니와 몇 년째 식당을 함께 운영하고 있지만 여전히 식당에 무엇이 있는지조차 모른다. 아침에 늦게 출근해 어머니가 한창 일하고 있는 도중 퇴근하는 것이 일상이다. 식당 경영은커녕 한 사람의 어른으로서 제대로 된 일을 할 수 있는지조차 의문이다. ‘홍탁집’에 컨설팅이 필요하다면, 식당에 관한 것이 아니다. 백종원은 인간의 영혼을 컨설팅해야 한다.

이번 주 ‘백종원의 골목식당’ 방영분 예고편에서, 백종원은 미션을 지키지 않은 ‘홍탁집’ 남자에게 화를 낸다. 그가 백종원이 준 미션을 제대로 수행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컨설턴트라면 솔루션을 받아들이지 않은 고객은 바로 계약을 해지하면 된다. 아니면 다른 솔루션을 제안하고 실행 여부만 체크할 수도 있다. 하지만 백종원은 인간적으로 접근한다. 그는 화를 내는 한이 있더라도 ‘홍탁집’ 남자와 대화를 시도한다. 애초에 ‘홍탁집’ 문제가 아들에게 있음을 파악하고 그의 인성을 바꾸려 시도한 것도 백종원이었다. 백종원과 ‘홍탁집’ 아들의 관계는 컨설턴트와 고객, 또는 방송인과 출연자라 하기 어렵다. 그보다는 유사 아버지-아들에 가깝다. ‘홍탁집’에는 아버지가 없고, 아들은 문제가 많다. 생활을 책임져야 하는 어머니가 다 큰 아들까지 일일이 보살필 수는 없다. 그때 이 남자를 다잡아줄 더 나이 많은 남자가 나타난다. 그는 반말을 하고 화를 낼지언정 이 남자에게 관심을 주고 변화를 이끌어내려 한다. 백종원은 일시적으로나마 ‘홍탁집’에서 아버지의 자리를 대체한다.

이 지점에서 백종원은 스스로 새로운 역할을 만들어낸다. 그는 기업가이자 컨설턴트다. 하지만 기업 활동과 방송으로 쌓은 권위를 바탕으로, 고객에게 마치 권위적인 아버지처럼 솔루션을 밀어붙인다. 컨설턴트의 권한 밖에 있는 일이다. 하지만 백종원이 ‘홍탁집’ 남자의 인격마저 바꾸려고 하는 이유는 그래야 그의 어머니가 지금처럼 고생하지 않기 때문이다. 기존의 가부장제 아버지는 혈연에 바탕을 둔 권위를 가졌다. 반면 백종원은 컨설턴트의 지식을 통해 만든 권위로 고객에게 아버지처럼 접근하고, 그 결과 힘들게 생계를 책임져온 여성을 구제하는 결과를 목표로 한다. 고객을 상대하는 컨설턴트와 권위적인 가부장제 가장과 여성 노동자의 고충을 동시에 아는 중년 남자가 등장했다.

백종원의 방송 활동은 결과적으로 한국 요식업 전체에 대한 컨설팅에 가까웠다. 그를 통해 대중은 요리에 관심을 가졌고, 자영업의 현실에 대해 알게 됐다. ‘포방터 시장’ 편에서 ‘홍탁집’과 함께 관심을 모으고 있는 ‘돈가스집’ 방영분에는 자영업자에게 필요한 서비스의 요령이 구체적으로 나오기도 했다. 대중은 이제 과거와 비교할 수 없을 만큼 요식업을 잘 이해한다. 그런데, 그는 대중을 설득하는 과정에서 새로운 중년 남자의 상을 제시했다. 요리를 가르칠 때는 아저씨이되 젊은 세대와 잘 소통하고, 자영업자를 상대할 때는 엄하지만 돈을 주고도 못 배울 솔루션을 가르쳐주는 스승이다. 그리고 이제는 아들에게 권위를 발휘해 어머니의 삶을 나아지게 하려는 유사 아버지의 역할마저 한다. 익숙한 권위의 모습을 새로운 방향을 위해 쓰고, 좋은 결과마저 낸다. IMF 이후 가부장제하의 남자 가장의 상이 몰락했다고 할 수 있다면, 그는 자신의 얼굴과 별개로 새로운 권위로 가장의 얼굴을 복원해냈다. 그러자 대중이 환호한다. 시사주간지 ‘시사IN’과 인터뷰한 ‘백종원의 골목식당’ 출연자는 백종원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백종원 선생님은 이 시대의 홍길동이셔.”

컨설턴트가 고객에게 스승, 아버지, 영웅이 됐다. 그래서 백종원의 경제는 대중의 정치로 바뀐다. 백종원의 솔루션에 대한 대중의 선택이라고도 할 수 있겠다. ‘홍탁집’ 남자가 백종원의 미션을 제대로 하지 않자, 제작진은 그를 찾아갔다. 자신의 게으름에 대해 변명을 늘어놓는 그의 모습이 방영됐다. 근본적으로 백종원의 역할은 컨설턴트다. ‘홍탁집’ 남자는 고객이다. 이 관계에서 백종원이 컨설팅을 위해 ‘홍탁집’ 남자의 사적인 면까지 파고들 권리는 없다. ‘홍탁집’ 남자의 행동이 호감을 사기 어렵기는 하지만, 그는 컨설팅을 받아들이지 않은 것뿐이다. 그와 어머니의 관계는 결국 두 사람이 풀어야 할 일이다. 백종원과 ‘홍탁집’ 남자의 관계는 방송이라는 틀과 백종원의 권위가 만들어낸 특수한 상황에 가깝다. 그 결과 고객이 받아야 할 컨설팅과 아들 또는 제자에게 인격적인 발전을 요구하는 것이 리얼리티 쇼 안에서 하나로 뒤섞였다. 그리고 대중이 반응한다. 백종원은 사람의 영혼까지 책임지는 영웅이 됐고, 고객은 인터넷에서 ‘골목 빌런’으로 불린다.

‘홍탁집’ 남자를 좋아하기는 어렵다. 백종원은 고생해서 솔루션을 주려 하고, 이 남자가 바뀌지 않으면 어머니는 계속 고생할 수밖에 없다. 그런데 이 남자는 일을 하지 않는다. 백종원이 권위를 이용해서라도 그를 바꾸려는 것도 이해가 된다. 자신마저 손을 떼면 ‘홍탁집’의 사장은 아들 때문에 계속 고생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 그 점에서 백종원은 정말 열심히 컨설팅을 한다고 할 수 있다. 답이 없어 보이는 상황일지라도 고객에게 최선의 솔루션을 제시하는 것은 컨설턴트의 또 다른 덕목이다. 실제로 그는 지금까지 출연자들에게 좋은 결과를 가져다 줬고, 그 과정에서 자영업자의 문제를 사회 이슈로 제시하기도 했다. 하지만 백종원이 고객의 사생활까지 파고들며 좋은 결과를 내는 것과, 그 과정이 방송을 통해 공개되는 것은 다른 문제다. 더 나아가 대중이 ‘백종원의 골목식당’을 통해 어떤 메시지를 받아들일지는 백종원이 전혀 통제할 수 없는 영역이다.

그래서 백종원과 ‘홍탁집’ 남자에 대한 대중의 반응은 지금 대중이 무엇을 원하는가에 대한 질문이기도 하다. 아무리 좋은 결과를 보장하는 솔루션이라 해도, 당사자가 그것을 받아들이지 않는 것에 대해 대중이 비난할 권리가 있는가. 또한 좋은 결과를 해결할 수 있는 사람이 있다면, 사람들은 그에게 어느 정도의 권위까지 줄 수 있는가. 컨설턴트인가, 스승인가, 아니면 아버지인가. 이에 대한 다수의 대답이 지금 한국의 시대정신일지도 모르겠다. 정말 사람들은 똑똑한 한 사람이 모든 문제를 해결하는 초인이 될 수 있다고 믿는 걸까. 그리고, 모두 미움받아 마땅한 빌런 하나쯤은 만들어내고 싶은 것일까.
CREDIT 글 | 강명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