걸그룹의 퍼포먼스│② 트와이스 ‘Yes Or Yes’

2018.11.09 페이스북 트위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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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운 트와이스의 느낌을 보여줄 수 있을 것 같다.” 걸그룹 트와이스의 새 앨범 타이틀 곡 ‘Yes or Yes’에 대해 멤버들이 미디어 쇼케이스에서 한 말이다. ‘Yes or Yes’에 “새로운 트와이스”가 없는 것은 아니다. 트와이스의 이전 곡들과 달리 ‘Yes Or Yes’의 퍼포먼스에는 소위 ‘걸크러시’라고 일컬어질만 한 요소들이 군데군데 들어가 있다. 오프닝을 여는 방식부터 다르다. 한 멤버가 허리를 숙이면 다른 멤버가 그 위에 턱을 받치고 서서 클로즈업을 유도하는 대신에, 그들은 활기찬 군무를 보여주며 시작을 알린다. 더불어 트와이스가 보여주지 않았던 다양한 동선과 큼직큼직한 움직임을 강조한다. 그동안 ‘TT’나 ‘LIKEY’, ‘What Is Love?’ 등의 곡들을 통해 아기자기한 손동작으로 포인트를 주는 데에 집중했던 것과는 정반대다. 도입부가 끝난 뒤 본격적인 퍼포먼스를 시작할 때 쯔위는 스포티한 톱과 팬츠 차림으로 치마 입은 멤버들 사이를 뚫고 상체와 하체를 위아래로 움직인다. 티저에서 공개돼 기대감을 불러일으키기도 했던 이 퍼포먼스는 상대에게 선택지는 없으니 나의 대시를 받아들일 것을 요구하는 ‘Yes Or Yes’의 가사와 호응한다. 자신이 좋아하는 상대방에게 마음속으로 ‘시그널’을 보내며 더 다가와주기를 바라던 트와이스와는 분명 다른 모습이다.

그러나 ‘Yes or Yes’의 퍼포먼스는 자신의 고백에 무조건 ‘Yes’여야 한다는 메시지뿐만 아니라, ‘Or’에도 방점을 찍는다. 노래 속의 트와이스는 ‘뭘 고를지 몰라 준비해봤어 / 하나만 선택해 어서 Yes or Yes, ‘나 아니면 우리’라며 어떻게든 답은 정해져 있다고 말한다. 하지만 트와이스의 퍼포먼스는 그 답을 받아내기 위해 두 가지 매력을 동시에 제시한다. 멤버들은 곡이 진행되는 동안 대부분 양쪽 또는 앞뒤로 나눠진 유닛의 형태를 보여준다. 멤버들 절반이 앉아있으면 나머지 절반은 서있는 식이다. 곡 후반부에 두 줄로 나뉜 멤버들이 서로 다른 동작을 구사하며 교차되는 부분은 소녀시대가 ‘I GOT A BOY’에서 이미 보여준 것처럼, 다인원 퍼포먼스에서 종종 볼 수 있는 안무다. 차이점은 트와이스가 이런 형식을 두 개의 다른 캐릭터를 보여주기 위에 택했다는 데에 있다. 귀여운 복장을 입은 정연과 섹시한 여성의 이미지를 표현하는 모모가 양쪽에서 파트를 나눠 부르면서 상반된 스타일링을 한 두 멤버의 모습이 부각된다. 데뷔곡인 ‘Ohh-Ahh하게’와 ‘LIKEY’ 등에서 댄스 브레이크를 담당하며 메인 댄서의 역할을 드러낸 모모는 ‘Yes or Yes’의 무대에서 귀여운 여성과 섹시한 여성 중 어느 쪽을 선택할 것인지에 관한 선택지로만 존재한다. 또한 티저부터 강조한 도입부의 격렬한 안무가 끝난 다음에는 트와이스의 이전 곡들과 비슷한, 귀여움을 강조한 팔동작 위주의 안무가 쭉 이어진다. ‘Yes or Yes’ 한 곡에 걸크러시와 귀여움, 또는 파워풀한 퍼포먼스와 애교를 부리는 동작이 모두 들어가있다. 도입부 및 후렴구 및 그외의 나머지 부분이 마치 다른 두 곡을 듣는 것 같은 구성은 퍼포먼스를 통해 그 의도를 더 명확하게 드러낸다. 내 뜻을 받아들이라고 강하게 이야기하는 것 같지만, 그 안의 내용물은 결국 소비자에게 귀여운 여자, 섹시한 여자, 터프한 여자의 캐릭터를 한 번에 다 보여주고 선택할 기회를 주는 쪽에 가깝다.


직설적이고 영리한 노림수라고 할 수도 있을 것이다. 올해 지나치게 약하고 애교를 부리는 여성 캐릭터를 앞세운 걸그룹들은 예전만큼 대중의 호응을 받지 못했다. 다른 한편에서는 블랙핑크, (여자)아이들 등이 좋은 반응을 얻었으며, 오랫동안 청순한 이미지로 인기를 얻은 에이핑크조차도 섹시한 콘셉트를 가지고 나왔다. 트와이스의 곡과 퍼포먼스도 기존의 인기 요인을 유지하면서 시대의 흐름에 어느 정도 반응하려는 시도였을 것이다. 하지만 군무를 강조하면서 여전히 ‘이 중에 당신의 취향이 하나는 있겠지’에 가까운 ‘Yes or Yes’의 접근법은 오히려 트와이스가 이번 콘셉트를 통해 무엇을 전달하려고 하는지 모호하게 만든다. 도입부와 후렴구가 다르고, 전반부와 후반부의 댄스 브레이크가 완전히 다른 분위기를 만들어내면서 곡과 퍼포먼스는 일관된 메시지를 이끌어내지 못한다. 그렇다 보니 곡과 퍼포먼스 모두 감정적으로 정점에 이르는 순간이 어디인지 찾기도 힘들다. 마케팅 포인트로 강조한 도입부의 안무는 그 자체로는 “새로운 트와이스”인 것처럼 인상적인 순간을 만들어내지만, 그만큼 크고 활달해진 동작들은 다시 앙증맞은 “개다리춤” 같은 귀여운 동작으로 금세 잊혀진다. 자신있게 변화를 외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나머지 부분의 안무가 평이하다 싶을 정도로 깊은 인상을 남기지 못하는 이유다. JYP엔터테인먼트에서 공식 보도자료를 통해 ‘Yes or Yes’에 “자신들이 제시한 선택에 ‘Yes’를 요구하는 당찬 매력”이 있다는 점을 강조했다. 하지만 ‘Yes’를 요구하기 위해 한꺼번에 더 많은 것을 보여주는 쪽을 답으로 제시한다면, 여기에 과연 ‘선택’과 ‘당찬’이라는 표현이 어울린다고 할 수 있을까. 단도직입적으로 말하자면, 누구도 의문을 갖지 않을 만큼 최고로 인기를 누리고 있는 걸그룹이 무조건 ‘Yes’를 받기 위해 이것저것 다 준비하는 것 밖에 할 수 없는지 묻고 싶다. 
CREDIT 글 | 박희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