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월의 마지막 날 볼 공포영화 넷

2018.10.31 페이스북 트위터


블레어 위치 (1999)

대니얼 미릭, 에두아르도 산체스 감독

모큐멘터리, 파운드 푸티지 장르 공포물의 조상신. “1994년 10월, 세 명의 영화학도가 메릴랜드 주 버키츠빌 근처 숲에서 다큐멘터리 촬영 중 실종되었다. … 1년 후 그들이 촬영한 필름이 발견되었다.”

18세기부터 사람들을 죽여온 초자연적 존재 블레어 위치에 대한 전설을 취재하러 갔다가 사라진 젊은이들이 남긴 영상을 영화로 만들었다는 설정인데, 실제로 블레어 위치 전설이 있는 듯 다루는 홈페이지를 만들어 홍보하는 전략이 맞아떨어지면서, 즉 허구의 공포가 유서 깊은 진짜인 양 믿게 함으로써 신화적인 성공을 거두었다. 멀미가 날 정도로 흔들리는 핸드헬드 화면의 연속 때문에 지금 만들어지는 유사한 형식의 공포영화들보다는 거칠게 느껴지기는 하지만 검은 화면 외에 아무것도 안 보이고 화면 밖에서 소리가 들려올 때, 관객들이 상상하는 공포의 힘이 얼마나 거대한지를 증명해 보였다.
유사품: ‘곤지암’, ‘파라노말 액티비티’


검은 물 밑에서 (2002)

나카타 히데오 감독

주워 온 물건이 영 기분 나쁘다. 그 물건을 다시 내다 버려도 자꾸 집에 돌아와 있다. 공포영화에서 사건의 본격 개막을 알리는 클리셰 중 하나다. ‘검은 물 밑에서’는 이혼한 뒤 양육권 분쟁 중인 요시미(구로키 히토미)와 그녀의 딸 이쿠코가 주인공이다. 딸이 주워 온 빨간색 가방이 바로 문제의 ‘불길한’ 물건이다. 딱 이쿠코 또래의 아이들이 쓰는 그런 가방. 공포와 감동을 동시에 느끼고 싶다면, ‘검은 물 밑에서’가 제격이다. 오싹한 감정이 극에 달하는 순간 슬픔이 폭포수처럼 쏟아진다. 악령, 귀신, 무엇이라 부르든 인간이 아닌 원한에 찬 존재의 ‘한을 풀어주고 달래서’ 인간 세상으로부터 몰아내는 이야기는 동북아시아 스타일의 호러인데, 혼자 아이를 키우는 여성과 그녀의 아이가 무대 중심에 서는 순간, 그리고 귀신의 사연이 밝혀지는 순간 애틋한 마음이 영화에 끓어오른다. 애참한 감정이 진하게 남는, 드라마가 강한 공포영화.
유사품: ‘디 아이’, ‘장화, 홍련’


알 포인트 (2004)

공수창 감독

공포영화는 (죽음의) 공포와 가장 멀어 보이는 이들을 주인공(이라고 쓰고 먹잇감이라고 읽는다)으로 삼는다. ‘알 포인트’의 월남 파병 군인들처럼. 1972년 베트남, 전쟁이 드디어 끝나가는 듯하다. 그런데 실종된 군인들이 도와달라는 무전을 보내온다. 그들이 사라진 로미오 포인트로, 최태인 중위(감우성)와 여덟 명의 소대원들이 들어간다. “손에 피를 묻힌 자, 돌아갈 수 없다”는 비석이 우뚝 선, 베트남 사람들마저 기피하는 그곳으로. 전쟁터에서 여성이 겪는 일은 그것이 사랑의 형태를 띠고 있는 순간조차 공포와 억압의 그림자를 벗지 못하고, 대체로는 그저 압도적인 폭력의 형태일 뿐이다. 베트남 전쟁에서 벌어진 한국 군인에 의한 성범죄는 전쟁이 끝나고 아주 오랜 시간이 지나서야 보도되었다. ‘알 포인트’는 성찰적인 베트남전 영화이자 공포영화인데, 동남아 특유의 눅진한 공기 속에서 피아를 구분하지 못하고 죽어가는 젊은 군인들의 두려움을 담아냈다. 허점이 적지 않으나, 그래서 뭐가 뭔지 모르겠는 채로 무서운 데가 있는 영화다.
유사품: ‘데스워치’


할로윈 (2018)

데이비드 고든 그린 감

여성 배우들이 주연 자리를 유일하게 많이 차지하는 장르가 호러다. 그 속사정은, ‘호러퀸’이라고 일컬어지는, 젊고 아름다운 여성이 비명횡사하거나 죽을힘을 다해 도망 다니는 모습을 보여주는 일을 장르가 즐기기 때문이리라. 특히, 금발의 글래머 십 대 여성이 등장한다면 섹스하고 죽을 운명. 장르적 특징 때문에 여성혐오적 속성이 있어 공포영화 보기가 꺼려졌다면, 데이비드 고든 그린 감독의 ‘할로윈’을 한번 보시길. 존 카펜터 감독의 1978년작 이후 속편들이 많았지만, 78년 이후부터 40년의 이야기를 그리는 이 작품에서 40년 전 보모 살인사건으로 정신병원에 수감된 마이클 마이어스가 탈출해 살인의 무대였던 해든필드로 향한다. 생존자였으나 살해 공포에 시달리며 살았던 로리(제이미 리 커티스, 1978년작 ‘할로윈’ 주연)가 ‘마침내 찾아온’ 피의 복수의 기회를 적극적으로 움켜잡는다. (시리즈) 공포영화의 마지막 장면은 너무 자주, 살인자가 활개 치는 상황을 알게 된 여자 주인공의 겁에 질린 얼굴이었다. 2018년 ‘할로윈’은 그 클리셰에 장르적으로 맞불을 놓았고, 성공했다. 마침 할로윈 주간에 개봉해 절찬리에 상영 중이다.
유사품: ‘스크림’, ‘캐빈 인 더 우즈’

이 원고는 애플뮤직의 ‘호러 영화 음악 대표곡’ 플레이리스트를 들으며 작성되었습니다.
CREDIT 글 | 이다혜(‘씨네21’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