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POP의 미국진출│① ‘방탄 낙수효과’는 존재할까

2018.10.30 페이스북 트위터


“방탄소년단(BTS)의 글로벌 흥행 성공으로 재평가받고 있는 JYP 엔터테인먼트와 에스엠 등도 목표주가 상향 리스트에 이름을 올렸다.” (매일경제 2018.10.3)

방탄소년단은 미국에서 빌보드 앨범 차트인 ‘빌보드 200’의 1위를 1년에 두 번 했다. 얼마 전에는 스타디움 규모의 공연도 했다. 하지만 방탄소년단의 소속사 빅히트 엔터테인먼트는 상장하지 않은 상태다. 대신 주식 시장은 SM 엔터테인먼트와 JYP 엔터테인먼트 등 기존 대형 기획사를 주목한다. 일본에서 드라마 ‘겨울연가’, 또는 보아와 보이그룹 동방신기 이후 한국 대중문화 콘텐츠 시장이 급격히 커진 것과 비슷한 기대라 할 수 있다. 이미 그 효과가 일정부분 보이기도 한다. 보이그룹 몬스타엑스의 소속사 스타십 엔터테인먼트의 관계자는 “(미국 시장에서) 생각 이상으로 반응이 커서 놀라고 있다”고 말했다. 몬스타엑스는 지난 몇 개월 동안 미국의 TV 토크쇼 ‘굿데이 아메리카’와 각종 라디오 프로그램에 출연하며 적극적으로 미국 시장 홍보에 나섰다. 몬스타엑스의 멤버 아이엠은 MBC ‘섹션TV 연예통신’에서 “방탄소년단 덕분에 K팝에 대한 관심이 뜨거웠고, 덕분에 그 길을 우리가 수월하게 갈 수 있었다”고 말했다. 방탄소년단이 가져온 일종의 낙수효과다.

SM 엔터테인먼트의 보이그룹 NCT의 유닛 NCT127의 새 앨범 ‘Regular-Irregular’는 금요일에 발매됐다. 빌보드 차트는 금요일 발매를 기준으로 집계한다. YG 엔터테인먼트의 걸그룹 블랙핑크는 최근 미국의 음악 레이블 인터스코프와 계약을 맺고 미국 진출을 공식화했다. 요즘 이들 회사가 소속 팀의 해외 인기를 강조하기 위해 내는 보도자료는 일본이나 중국이 아니라 미국에서의 반응이다. JYP 엔터테인먼트의 보이그룹 GOT7은 새 앨범 ‘Present You’ 발표와 함께 진행한 Mnet 컴백쇼 예고에서 해외 투어의 성과를 강조하며 그들이 전 세계적인 인기 그룹이라는 것을 강조했다. 그들의 미주 지역 투어는 공연마다 적게는 7,000명, 많게는 10,000명 정도를 동원했다. 방탄소년단에 비하면 미미한 성적이지만, 이른바 ‘3대 기획사’의 최근 행보가 주는 메시지는 명확하다. 우리도 (방탄소년단처럼) 할 수 있다!

‘Regular-Irregular’는 22일(현지 시간) 빌보드 200에서 86위를 했다. 빌보드에 따르면 방탄소년단에 이은 K-POP 보이그룹 역대 2위의 성적이다. 하지만 같은 소속사의 보이그룹 EXO가 지난해 발표한 ‘The War’는 빌보드 200에서 87위에 오른바 있다. 더 거슬러 올라가면, 보아는 9년 전에 앨범 ‘BoA’로 빌보드 200의 127위를 차지한 바 있다. 블랙핑크가 인터스코프와 계약하기 전, 같은 회사의 CL은 이미 미국의 유명 에이전시와 계약을 맺고 미국 진출을 시도했다. 물론 블랙핑크가 앨범 ‘Square Up’으로 빌보드 200에서 40위에 오른 것은 나름의 성공이라고 할 수 있다. K-POP 그룹 중 방탄소년단 다음 가는 성적이다. 하지만 단 한 주 동안 40위에 오른 것으로는 아무것도 보장할 수 없다. 역시 YG 엔터테인먼트의 빅뱅이 미국에서 셀러브리티 대접을 받았던 것과 비교하면 더욱 그렇다. GOT7 이전에 가수 비가 JYP 엔터테인먼트 소속 시절 미국을 비롯한 해외 시장에서의 반응으로 대대적인 홍보를 했던 것은 어떤가. SM 엔터테인먼트는 2011년에 유럽에서 SM 엔터테인먼트 소속 가수들의 공연을 대대적으로 홍보했고, 소녀시대는 방탄소년단 이전에 유튜브가 주목하는 K-POP 스타였다. NCT127이 미국 ABC 토크쇼 ‘지미 키멜 라이브’에 출연하기 전, 소녀시대가 6년 전 CBS ‘데이빗 레터맨 쇼’에 출연한 바 있다. ‘3대 기획사’는 10년 전에도 미국 진출을 꾸준히 타진했다. SM 엔터테인먼트처럼 미국 현지에서도 눈에 띌 만큼 가시적인 프로모션을 할 정도의 역량을 가지기도 했다. 하지만 그들의 성공이 JYP 엔터테인먼트에서 원더걸스의 미국 진출을 대대적으로 알리던 10년 전과 무엇이 달라졌는지 아직 증명하지 못했다. 지금은 방탄소년단 이후 생긴 기회에 발맞춰 열심히 투자를 하는 중이라고 하는 편이 정확하다.

방탄소년단 이전에도 K-POP은 미국 내에서 나름의 팬층을 가진 서브컬처였다. 10년 전 동방신기의 멤버들은 생일마다 서구 팬들의 축하를 받았다. CJ E&M이 개최하는 KCON에는 꾸준히 관객들이 왔다. 방탄소년단이 다른 모든 K-POP 그룹과 다른 것은 상업적인 성적은 물론 그들의 영향력이 미국 내 K-POP 팬덤을 넘어 미국 대중문화 산업에서 하나의 현상으로 인식됐다는 점이다. 최근 유튜브 채널 ‘Bad Lip Reading’은 방탄소년단의 ‘Idol’ 뮤직비디오를 이용한 콘텐츠를 제작했다. 원래의 영상에 엉뚱한 내용을 입술 모양에 맞춰 녹음하는 이 채널은 2011년 생긴 뒤 구독자 수 700만, 누적 조회수 10억 이상을 기록하고 있다. 그런데 현재까지 올라온 영상은 불과 87개다. 미국의 대표적인 인물이나 이슈만을 골랐기 때문이다. 방탄소년단은 지금 이 시점의 미국 대중문화를 상징하는 하나의 현상이자 요소다. 토크쇼 출연이라 해도 다른 토크쇼와 방탄소년단이 최근 출연한 NBC ‘투나잇 쇼’의 위상은 다르다. 산업적인 측면에서, 이것은 방탄소년단이 다른 K-POP 아이돌 그룹과 다른 가장 중요한 이유다. 애플 뮤직은 방탄소년단을 ‘K-POP boundary breaker’로 소개했다. 그들은 K-POP의 토양 위에서 탄생했지만, 결과적으로 미국에서 기존 K-POP 시장의 범주를 벗어난지 오래다.

방탄소년단 이후 K-POP에 대한 미국의 관심이 커진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그것이 현재 미국 내 K-POP 시장을 유의미하게 변화시킬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10년 전에 비해 127위에서 40위, 또는 86위로 차트 성적이 오른 것은 분명히 성장이다. 하지만 그보다는 1위와 40위, 또는 86위의 차이나 스타디움 콘서트를 포함한 미국 투어와 일반적인 공연의 차이가 훨씬 크다. 몬스타엑스의 멤버들처럼 좀 더 길이 열렸다는 것을 인지하고, 투어 관객수를 점진적으로 늘려가는 것이 현실적인 기대치일지도 모른다. ‘3대 기획사’의 미국 프로모션 방식이 10년 전과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는 점을 고려하면 더욱 그렇다. 방탄소년단의 미국 진출은 해당 지역 프로모션이 아니라 SNS에서 시작됐다는 점을 기억할 필요가 있다. 지금으로서는 K-POP의 미국 시장 내 성장과 관련해 ‘제2의 방탄소년단’에 대한 가능성보다는 K-POP을 좋아하는 자생적 현지 마니아들의 시장을 어떻게 넓혀갈 것인지에 대한 고민이 더 중요해 보인다. 지금 한국 아이돌 산업은 단 한 회사를 제외하고는 모두 도달해본 적 없는 시장의 성과를 기대하고 있다. 다른 말로 거품이라고도 할 수 있겠다.

미국의 음악 제작자 사이먼 코웰은 방탄소년단이 출연한 NBC ‘아메리카 갓 탤런트’에서 “3년 전부터 K-POP의 시대가 올 거라는 걸 알고 있었다.”고 말했다. 그렇다면 그가 최근 제작한 보이그룹 프리티 머치를 비롯, K-POP 스타일의 미국 보이그룹을 제작하지 않을 이유도 없다. 빅히트 엔터테인먼트 외의 회사들이 방탄소년단의 힙합, 청춘, 군무, 유튜브를 미국 진출의 답으로 여긴다면, 미국의 보이그룹이 그것을 못할 이유 역시 없다. 방탄소년단이 팬덤을 열광시키는 요소 중 하나인 메시지와 음악, 뮤직비디오의 결합은 애초에 미국 음악 산업이 가장 잘하고 있다. 과연 한국의 K-POP 회사들이 앞으로도 미국 제작사에 경쟁력을 가질 수 있다는 보장이 있는가. 10년 후의 K-POP은 한국에서 시작된 장르로 불릴지도 모를 일이다. 다시 10년 전으로 돌아가 보면, ‘3대 기획사’는 각자 뚜렷하게 다른 콘텐츠로 인기를 얻었다. 미국 진출 역시 성공 여부와 별개로 나름의 전략이 있었다. 지금 이 회사들에게는 다시 한 번 그 이상의 도약이 필요하다. 정말 ‘제 2의 방탄소년단’이 나올까? 그렇다면 질문. 왜 그들은 지금, ’3대 기획사’ 바깥에서 나왔을까.
CREDIT 글 | 강명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