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뷰티 인사이드’, 바로 지금의 세계

2018.10.29 페이스북 트위터


JTBC 월화드라마 ‘뷰티 인사이드’는 동명의 2015년 영화를 원작으로 제작됐다. 원작에서 매일 아침마다 다른 외모를 갖게 되는 남성의 이야기가, 드라마에서는 한 달마다 일주일을 다른 사람의 모습으로 살아야 하는 배우 한세계(서현진)의 이야기로 바뀌었다. 기존의 설정에 배우라는 직업과 여성의 정체성이 추가되면서 ‘뷰티 인사이드’는 사회적 편견에 대한 이야기를 보다 많이 다루게 됐다. 한세계는 다른 외모로 변화할 때마다 촬영장에서 도망쳐 건방지다는 비난을 받아야 하고, 어린아이로 변한 채 집에 머무르다 ‘숨겨둔 애가 있다’는 루머에 시달린다. 이런 한세계의 진면모를 알아보는 인물은 안면실인증(얼굴을 인식하지 못하는 장애)를 가진 서도재(이민기)다. 재벌그룹의 항공사 부사장인 그에게 안면실인증은 한세계의 외모 변화만큼이나 치명적인 아픔이다. 그러나 이는 오히려 다른 외모를 가진 한세계를 ‘꾸준히 같은 사람’으로 알아보게 하고, 더 나아가 세간의 오해와 다른 그의 본질을 이해하는 원동력이 된다. 서로 다르면서도 비슷한 아픔을 바탕으로 가까워지는 한세계와 서도재의 관계는 보이는 모습 너머에 진정한 가치가 숨어 있다는 드라마의 메시지를 강화한다.

한세계를 비롯해 ‘뷰티 인사이드’의 여성 캐릭터들은 자신의 정체성에 대한 편견과 맞서 싸워야 한다. 한세계는 기부 행사에서 후원받은 여학생을 성희롱하는 후원자에게 같은 행동을 하며 망신을 주고, 사이가 좋지 않은 라이벌 배우 최유리(류화영)가 술을 강권받는 상황에 시달리자 대신해 술을 마신다. “네가 뭔데 참견하느냐”는 최유리에게 “주연인 네가 괜찮다고 넘기면 다른 애들은 몇 배로 견뎌야 한다”고 응수하는 한세계는 여성으로서 자신의 위치와 영향력을 인지하고, 그를 통해 다른 약자를 지키려고 한다. 한편 서도재의 의붓동생인 강사라(이다희)는 같은 그룹의 저가항공사 대표를 맡았음에도 서도재를 끊임없이 견제하며 훼방을 놓는 인물로 묘사된다. 하지만 강사라의 이런 행동은 그룹 내의 다른 핏줄이자 여성이라는 소수자로서 능력을 인정받기 위한 몸부림이기도 하다. 스스로를 “착하다”고 표현하는 한세계지만 대중의 편견이나 강자의 가해에는 너그럽지 않고, “나도 착한 사람은 별로다”고 넌지시 말하는 강사라는 여성의 착함이 불필요한 여유임을 이야기한다. ‘뷰티인사이드’는 순종적인 여성상을 탈피하면서 자신이나 타인을 지키려는 인물들을 통해 기존의 편견과 다른 여성 캐릭터들을 보여준다.

그러나 한세계와 강사라의 노력은 ‘뷰티 인사이드’에서 현실의 한계를 이겨내지는 못한다. 그들이 곤란한 상황에 처할 때마다 궁극적인 해결을 하는 것은 서도재다. 성희롱에 맞선 한세계에게 화가 난 후원자가 저소득층 학생들에 대한 지원을 끊겠다고 협박할 때, 서도재는 대신 후원자가 되어 상황을 해결한다. 회장들의 모임에 불려가 여성이라는 이유로 모욕적인 언사를 당한 강사라는 정면으로 맞서지 못하고 차 안에서 눈물을 흘린다. 그가 자신을 성희롱한 회장과의 전화 통화에서 시원하게 욕설을 내뱉는 건 서도재가 모임에 찾아가 복수를 해준 후다. 이 드라마 속 여성들의 모든 노력에도 불구하고, 결국 그들을 구원하는 위치는 이른바 ‘백마 탄 왕자’의 자리에 있는 서도재다.

물론 한세계가 제아무리 재력을 갖춘 유능한 배우라 해도, 여성으로서의 외모와 이미지에 따라 활동 수명이 결정되는 그의 현실적 한계까지 극복하기는 어렵다. 강사라 역시 재계의 유리천장을 깰 정도로 강력한 재력이나 인맥을 가질 수는 없다. 그들에게 문제를 유발하는 강자들이 오로지 서도재의 발언과 힘 앞에서만 고개를 숙이는 장면은 오히려 리얼리즘처럼 보이기도 한다. 그러나 ‘뷰티 인사이드’는 현실을 반영하는 것을 넘어 종종 현실의 편견을 강화한다. 서도재의 어머니 임정연(나정희)이 남학생으로 변한 한세계와 서도재가 한 침대에 있는 모습을 목격했을 때, 임정연은 (동성애에 대해) ‘편견은 없다’고 말한다. 하지만 동성애에 대한 언급을 끝까지 마치지 못하는 임정연의 모습이나 서도재의 성 정체성을 오해하고 자신의 몸을 보호하는 비서 정주환(이태리)의 모습은 명백하게 웃음 요소로 소비된다. 이는 매번 다른 인종과 성별, 체구를 가진 모습으로 인해 편견을 마주하는 한세계의 고충을 드러내는 장치이기는 하지만, 그 자체로 소수자의 정체성을 웃음거리로 삼는 혐오이기도 하다. 덩치가 큰 남성으로 변신한 한세계가 몸을 흔들자 차 전체가 흔들리는 모습이나, 갑작스러운 변화로 꽉 낀 옷을 입고서 친구인 유우미(문지인)에게 다리를 모으라는 면박을 받는 장면 역시 같은 문제를 내포한다. 갑작스러운 변신으로 인한 당혹스러움이 자연스레 체구가 큰 사람의 모습을 희화시키면서 설명된다.

“변하지 않는 아름다움은 무슨.” 한세계는 화장품 광고 촬영에서 ‘가져보세요, 변하지 않는 아름다움’이라는 문구를 이야기한 후 자조한다. 그는 외모로 생명력을 유지하는 배우지만 변함없이 한자리를 지키는 유적을 부러워하고, 변화하는 외면을 넘어 자신의 정체성을 알아줄 한 사람을 원한다. 결국 그가 말하는 ‘변하지 않는 아름다움’은 외양이나 외부적 조건을 넘어서는 소통이다. ‘한세계’라는 이름이 내포하는 의미 역시 마찬가지다. 한세계가 다양한 인종, 성별, 연령으로 변화했던 자신의 자아들을 서도재에게 소개하며 “이 모든 사람이 나”라고 소개하는 장면은 그들을 ‘한 세계’로 집약시킨다. ‘뷰티 인사이드’의 ‘한세계’는 곧 다양한 정체성을 지닌 이들이 ‘한 세계’에서 공존하는 이야기이기도 하다. 그러나 이 세계에서 한계를 이겨내려는 인물들의 노력은 현실의 구조를 바꾸는 데는 이르지 못하고, 한세계의 다양한 모습은 오히려 현실의 편견을 여과 없이 보여주는 장치가 되기도 한다. 편견을 인지하지만 극복할 수 없고, 편견을 극복하려는 작품 스스로도 종종 편견을 드러내는 세계. 이것이 ‘뷰티 인사이드’의 세계다. 그리고 지금의 현실이기도 할 것이다.
CREDIT 글 | 김리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