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에 독주를 마시는 다섯가지 방법

2018.10.25 페이스북 트위터
어느덧 겨울을 준비해야할 때가 왔다. 몸을 데워줄 독한 술들을 마시는 다섯가지 방법.


©Shutterstock

그 자체로: 싱글 몰트위스키

증류를 거쳐 알코올 도수를 높인 고도주를 마실 때에는 적당한 ‘시간’이 필수다. 알코올 도수 40도를 훌쩍 넘는 술을 맥주 마시듯, 희석식 소주 마시듯, 훌렁훌렁 잔을 비우는 그 템포에 맞춰서 마신다면 누구라도 고도주가 ‘맛없게’ 느껴질 것이다. 그래서 아무것도 섞지 않고 술을 그 자체로 맛볼 때에는 적당히 여유 있는 시간을 꼭 확보해야 한다. 위스키 한 잔(약 30~40밀리리터)을 작은 크기의 와인잔이나 온더록 잔에 따르고 향이 퍼지는 걸 즐기며 30분 동안 즐겨본다. 이렇게 마시는 방식을 ‘니트’라고 하는데, 첫 모금엔 당연히 알코올 향이 툭 치고 나온다. 하지만 두 번째 모금부터는 알코올 향 뒤에 가려져 있던 녹진하면서 달달한 향이 느껴지기 시작할 테다. 위스키 중에서도 한 증류소에서 만든 원액만 사용한 싱글 몰트위스키는 브랜드마다 제각각의 독특한 향이 있어, 이런 식으로 천천히 즐겨야 진짜 매력을 알 수 있다. 머리맡에 위스키 한잔을 놓아두고 디퓨저처럼 즐기다가 잠드는 경험을 한번 해본다면 그 매력에 확 빠질 수 있다.

믹서와 섞어서: 블렌디드 위스키, 진
고도주는 다른 음료와 섞어도 본래의 맛과 향이 짱짱하다. 도수가 부담스럽다면 믹서와 1:3 비율로 섞어본다. 가장 일반적인 방법은 블렌디드 위스키에 탄산수를 섞는 하이볼 칵테일이다. 아무런 향미가 가미되지 않은 탄산수를 사용해야 위스키의 풍미가 더 잘 느껴진다. 레몬 한 조각을 썰어 신맛을 추가하면 더 완벽한 칵테일 한 잔에 가까워질 수 있다. 탄산수 대신 진저에일, 토닉워터 등을 사용할 수 있지만, 단맛이 더해질수록 베이스 술과 믹서 간의 비율과 조화가 더 중요해지기 때문에 한층 섬세한 배합이 필요하다. 위스키 하이볼로 더 제대로 기분을 내려면, 위아래가 길쭉한 유리잔에 최대한 큰 사각얼음을 넣어서 만들어본다. 토닉워터는 진과 함께 섞었을 때 향이 더 살아난다. 그 유명한 진앤토닉이다. 진에서 느껴지는 허브와 약초의 향, 주니퍼베리의 향이 토닉워터의 쌉싸래하면서 달콤한 향과 잘 어울린다. 진앤토닉엔 다양한 재료를 가니쉬로 넣을 수 있는데 로즈마리, 오이 슬라이스, 민트잎, 라임 조각 등 한 잔 마시고 떠오르는 향의 식재료를 넣으면 그만이다.

과일을 활용해서: 럼, 보드카
고도주를 마실 때 가장 중요한 재료 중 하나가 의외로 과일이다. 냉장고에 신선한 과일이 있다면 사실 어떤 방법으로 마시든 고도주를 근사하게 즐길 수 있다. 오렌지, 자몽, 레몬과 같은 시트러스 계열의 과일이 활용도가 높다. 자몽 하나를 힘껏 짜서 주스를 만들고, 거기에 보드카를 섞으면 2만 원짜리 칵테일 부럽지 않을 한 잔이 완성된다. 시판 주스를 사용해야 한다면 단맛이 섞여 있는 오렌지 주스나 자몽 주스보다는 이왕이면 100퍼센트 착즙 주스를 구입하고, 그보다는 사실 생과일을 사용하는 게 맛을 확실하게 끌어올리는 방법이다. 좀 수고롭더라도 직접 짠 과일에 섞은 술을 한번 맛보면 다시 시판 주스로 돌아가기 힘들다. 레몬과 오렌지의 껍질은 럼이나 위스키를 마실 때 꼭 필요한 재료다. 위스키처럼 니트로 즐길 수 있도록 맛과 향이 그윽하고 묵직하게 표현된 프리미엄 럼이 시중에 많은데, 이 럼을 오렌지 껍질과 함께 마시는 방법도 시도해볼 만하다. 잔에 럼을 조금 따르고 오렌지 껍질을 벗겨내 두 손으로 잡고 비틀어 껍질에서 새콤한 향이 잔 위로 튕겨져 나오도록 한다. 스프레이를 뿌리듯 술 위로 향을 흩뿌리고, 오렌지 껍질을 술 속에 넣어 마신다.

디저트와 함께: 포트 와인, 셰리 와인
증류주는 아니지만, 양조한 와인에 브랜디를 첨가해서 알코올 도수를 18도 내외로 끌어올린 술을 주정강화 와인이라고 한다. 포르투갈의 포트 와인, 마데이라 와인, 스페인의 셰리 와인 등을 통칭하는데, 그중 몇몇 종류의 주정강화 와인은 진득한 단맛이 매력이라 디저트와 함께 즐기기 좋다. 초콜릿 케이크, 티라미수, 호박파이, 각종 견과류와 기본적으로 잘 어울린다. 포트와인 중에서도 숙성 기간이 10년을 넘어가는 토니포트 와인의 경우는 아이스크림 위에 부어 아예 아포가토처럼 만들어 먹을 수도 있다. 달콤한 바닐라 아이스크림을 한 스쿱 뜨고 그 위에 토니포트를 끼얹으면, 어디서도 본 적 없는 진짜 어른의 디저트가 완성된다. 아이스크림의 달콤한 맛과 술의 향긋한 기운이 묘하게 엉기면서 자꾸만 손이 간다. 셰리 와인 중에서도 색이 짙고 단맛이 강한 ‘페드로 히메네즈’나 ‘올로로소’의 경우도 아포가토로 만들어 먹기에 충분하다. 추운 겨울날, 따뜻하게 데워진 집 안에서 즐기기에 좋은 술이자 디저트다.

뜨겁게 데워서: 브랜디, 칼바도스, 위스키
겨울이면 여기저기에서 술을 데우기 시작한다. 과일과 계피를 넣고 와인을 데운 뱅쇼가 카페의 겨울 인기 메뉴로 자리 잡은 지도 꽤 됐다. 와인뿐만 고도주도 따뜻하게 데워 마실 수 있다. 핫초콜릿을 만들어 럼이나 브랜디나 칼바도스를 조금 더해 알싸한 단맛을 추가하는 방법이 가장 쉬운 방법이다. 흔히 꼬냑이라고 부르는, 포도주를 증류한 고도주가 브랜디이며, 사과술을 증류해 만든 것이 칼바도스다. 두 종류의 술 모두 향만 맡아도 초콜릿과 제대로 어울릴 것이라는 확신이 드는 술이다. 따뜻한 아이리쉬 커피에 아이리시 위스키를 살짝 더해 몸을 더 확실하게 데우는 한 잔도 뜨거운 고도주를 즐기는 방법이다. 사실 뜨거운 고도주의 가장 대표적인 레시피는 ‘핫 토디’다. 위스키에 뜨거운 물을 붓고 꿀 한 스푼을 더한 뒤 약간의 레몬즙으로 마무리하면 된다. 비율은 각자의 취향에 따라 달리할 수 있고, 정향이나 시나몬 스틱으로 향을 더해줘도 좋다. 스코틀랜드에서는 감기약처럼 이 술을 마신다.
CREDIT 글 | 손기은(‘GQ KOREA’ 피처 에디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