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퍼스트맨’, 왜 달에 가야 하냐고 한다면

2018.10.24 페이스북 트위터


* 영화 ‘퍼스트맨’의 내용이 있습니다


로켓 공학에 대한 강연을 듣다 보면 가끔 우스갯소리 비슷하게 종종 나오는 이야기로, 현대의 로켓이란 산더미처럼 많은 폭발성 화학 물질을 어마어마하게 담아놓고 그 위에 조그마한 사람과 화물을 꽁꽁 싸서 얹어놓은 것이라는 말이 있다. 그 폭발성 화학 물질인 로켓의 연료와 그것이 아닌 부분의 비율을 계산해보면 연료의 비율이 워낙 높아서, 화염병에서 휘발유가 차지하는 비율보다도 더 높을 정도라는 말도 덧붙곤 한다.

최초로 달 착륙에 성공한 닐 암스트롱을 다룬 영화, “퍼스트 맨”은 처음부터 바로 그런 느낌을 잘 살리는 영화였다. 한 번 불을 붙이면 정신없이 터지는 물질을 깔고 앉은 사람들이 좁디좁은 양철통 안에 들어 있는데, 그 속에 들어 있는 채로 아무도 없는 것 같은 먼먼 곳으로 혼자 빙빙 돌며 내던져지는 것의 긴장이 영화의 전환점마다 터져 나온다. 로켓 엔진이 가동되는 진동과 소음을 잘 살린 저음이 음향 효과로도 멋지게 같이 들어가 있는데, 여객기의 난기류 요동 정도에 무서움을 느끼는 관객이라면 어느 정도의 공포감을 맛볼 수도 있을 정도다. 다른 잡다한 묘사 없이도, 도대체 그런 곳에 들어가서 우주선을 조종하는 우주비행사들은 얼마나 담력이 크고 침착한 사람들인지 자연히 느끼게 해주고, 한 걸음 더 나아가 저 사람들은 도대체 무엇 때문에 저런 일을 하고 있는지 생각하도록 관객을 이끈다.

그런 면에서 비슷한 소재를 다룬 1980년대의 수작 ‘필사의 도전(The Right Stuff)’과 비교해보면 이 영화의 특징들은 더 잘 드러난다. 척 예거가 언급되는 초음속 제트기의 시험 비행 조종사 이야기로 출발해 성공한 우주 비행으로 끝나는 우주비행사들의 이야기이며, 실화를 서술한 책을 바탕으로 한 영화라는 점에서도 두 영화는 같다. 그렇지만, ‘퍼스트 맨’은 요즘 유행에 걸맞게 음향 효과와 강한 화면 연출 방식을 마음껏 활용해서 비행 자체의 박력을 훨씬 더 높이고 있다. 쓸데없이 영화 같은 대사를 멋지게 집어넣는 장면이나 영웅적인 느낌을 주는 배경 음악이 없어졌고, 그 대신 개인의 감정이 충분히 드러날 수 있도록 넉넉히 시간을 쓰면서 차분한 연출로 우주 개발 사업을 다른 느낌으로 비추고 있었다.

그러니까, 우주 개발 사업에서 이름을 빛낸 영웅의 인간적인 면모를 다룬다고 하지만, 주변 사람들에게 감동적인 연설을 멋지게 들려주는 장면을 넣은 것이 아니다. 대신에 이 영화는 복잡한 심경으로 밤길을 산책하는 주인공과 그 집 주변의 황량한 교외 풍경을 끼워 넣었다. 주제를 드러내는 방향이 다르다. 문학적으로 장식된 멋진 말을 잘 꾸며서 주제를 담은 명대사를 주인공이 부르짖게 하는 방식이 아니라, 별말 없고 별 대단한 대사가 없는 사람의 모습을 보여준다. 그래서 사실감이 높아졌다는 느낌이다. 인생의 가장 심각한 순간에서도 별달리 멋진 대사를 할 수 있을 리가 없는 현실의 사람과 오히려 더 비슷해진다.

사실감을 드러내는 이런 방법은 영화 전체에 골고루 잘 스며든 편이었다. 아예 몇몇 대목에서는 실제 1960년대 기록 영화에서 보이는 색조와 대비를 일부러 따라 한 것이 선명하게 눈에 뜨일 때도 있었다. 그렇게 조용하게 진행되는 이야기 때문에 화려하고 격정적인 우주 비행 장면은 대조적으로 더 강렬해 보였다. 그러면서도 조용한 부분과 격렬한 부분 모두 진짜 같은 실감이라는 흐름으로 부드럽게 연결되어 있는 영화였다.

사실감 중심의 영화라고 했지만, 몇몇 장면에서 영화답게 아름답게 꾸며진 장면이 없는 것은 아니다. 우주 공간을 둥둥 떠다니는 우주선들의 모습을 왈츠 음악과 함께 담는 것은 ‘2001 스페이스 오디세이’ 이후로 끝없이 반복된 수법이지만, 이 영화에서 랑데부와 도킹 실험을 할 때의 모습은 여러 사례 중에서도 최고로 꼽을 만했다. 수많은 사람들이 온 힘을 다해 성공시키려고 했던 기술적 도전을 보여준다는 실제 사건의 무게가 실려 있어서 그런지, 나에게는 심지어 ‘2001 스페이스 오디세이’의 장면보다도 더 좋아 보였다. 영화의 절정 장면도 기가 막혀서, 달을 향해 계속 하강하며 목적지로 다가가는 착륙선의 모습과 함께 계속 반복되는 곡조의 배경 음악이 같이 나아가는 것은 음악과 영상과 영상이 담고 있는 이야기 자체가 화음을 이룬다는 느낌이 들었다.

한국전쟁 참전용사이기도 한 닐 암스트롱의 성격과 삶은 많은 것이 알려져 있는 편인데, 그것을 완벽하게 정확히 다루었다고 할 수는 없는 영화이기는 하다. 가족을 잃은 슬픔 등 영화에서 너무 많이 남용되던 소재에 얽매여 있는 기분이 들 때가 있다거나, 우주 개발 사업에 대한 비판자들의 모습을 그저 주인공의 고민을 드러내기 위한 장식 정도로 가볍게 다루고 넘어갈 때는 약간은 영화가 약해진다 싶기도 했다.

그러나 그런 가벼운 장면조차도 인상적인 모습으로 자리 잡고 있는 영화였다. 누구보다 먼 곳까지 온갖 위험을 무릅쓰고 가서, 그저 아무것도 없이 황량하게 펼쳐져 있는 달에 홀로 서 있는 주인공의 모습을 마지막으로 드러내면, 왜 이런 일을 이렇게 고생해가며 하고 있는지, 도대체 인생을 왜 살고 있으며 그 삶 속에서 어떤 감정을 느끼는지, 누구나 한번쯤 깊이 돌아보게 하기에 충분했다고 생각한다.
CREDIT 글 | 곽재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