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종원│① 백종원의 일

2018.10.23 페이스북 트위터

©더본코리아

지난 12일 백종원은 국회 산업통상자원 중소벤처기업위원회 국정감사에 참고인 자격으로 참석했다. 자유한국당 정유섭 의원은 “제로섬 게임에서 프렌차이즈들이 소상공인들의 손님을 뺏어가는 게 아니냐”고 물었다. 이에 백종원은 “가맹점주들도 똑같이 자영업자다. 과외나 학원이 불법이라면 욕을 먹어야겠지만, 독학이 안 되서 돈을 더 내고 본사의 도움을 받는 건데 자유경쟁시대에서 뭐가 문제인가”라고 답했다. 요리사이자 사업가, 그리고 방송인까지 백종원을 부르는 말은 수없이 많다. 하지만 이 발언이야말로 그가 하는 일을 가장 명확하게 보여준다. 괜찮은 식당을 만들고, 돈을 버는데 필요한 노하우를 다른 사람에게 알려주는 것. 이것은 프렌차이즈 사업의 본질이고, 백종원이 돈을 버는 방법이다.

백종원이 출연해온 프로그램들은 이 맥락에서 하나의 흐름이 된다. MBC ‘마이 리틀 텔레비전’과 tvN ‘집밥 백선생’에서는 누구나 따라할 수 있을 만큼 쉽고 활용도가 높은 요리들을 선보였다. SBS ‘백종원의 3대 천왕’부터 ‘백종원의 푸드트럭’, ‘백종원의 골목식당’ 시리즈는 그가 생각하는 좋은 식당의 기준을 보여주면서 자신의 본업인 프렌차이즈 식당 경영자로서의 면모를 보여줬다. tvN ‘스트리트 푸드 파이터’와 Olive ‘한식대첩’은 그가 음식에 관해 가격과 지역에 상관 없이 얼마나 다양한 지식을 가졌는지 보여준다. 그는 이런 지식을 토대로 일반 대중이 먹는 음식들을 직접 요리하면서 식당 운영을 하며 얻은 노하우를 통해 프랜차이즈를 경영하고, 식당을 창업한 이들에게 멘토가 되기도 한다. 그의 맛을 단지 ‘설탕을 많이 쓴다’ 같은 단정적인 말 한마디로 뭉뚱그려 설명할 수 없는 이유다.

백종원이 ‘마이 리틀 텔레비전’에서 설탕을 많이 썼다고 해서 ‘한식대첩’에서 단맛에 초점을 두고 음식을 심사하지 않는 것처럼, 각각의 영역에서 그가 추구하는 맛은 전혀 다르다. ‘집밥 백선생’의 요리가 대체로 맛있지만 디테일이 조금 부족하다면, ‘백종원의 3대 천왕’에서는 골목골목 숨은 고수의 맛에서 한 끗 차이를 잡아낼 줄 안다. ‘백종원의 골목식당’에서는 음식 외에도 다른 수많은 요소들을 고려해 결국 이익을 낼 수 있는 방법을 찾아간다. 명확한 목적과 타깃이 있고, 철저하게 거기에 맞춘 음식을 선보인다. 이는 그의 프렌차이즈 사업의 기본 원칙이기도 하다. 그래서 백종원의 요리는 셰프의 것이라기보다는 R&D의 개념에 가깝다. 셰프들처럼 자신의 아이덴티티나 절대적인 맛을 추구하지는 않는다. 대신 정해진 시간과 비용 안에서 보다 많은 사람들이 만족할만한 음식을 만든다. 하지만 그러기 위해서는 각각의 층위에 대한 깊은 이해가 필요하고, 백종원은 방송을 통해 자신이 그 역할을 할 수 있다는 것을 증명하고 있다. 이 과정에서 대중들에게 단지 ‘먹방’이나 집에서 할 수 있는 요리를 넘어 음식에 대한 보다 깊고 다양한 관심을 끌어내고, 결국 식당 경영에 대한 관심까지 끌어냈다. ‘백종원의 골목식당’ 방영 이후 시청자들은 해당 식당의 맛뿐만 아니라 그들이 식당을 경영할 자세가 돼 있는지 판단하고, 그에 따라 칭찬하거나 비판한다. ‘마이 리틀 텔레비젼’ 방송당시와 비교하면, 백종원은 음식과 식당에 관한 대중의 관심을 훨씬 높은 수준으로 끌어올렸다. 그리고 그 기준을 제시하면서 갈수록 사업가로서도 성공하고 있다.

‘백종원의 골목식당’에서, 백종원은 자주 기본에 대해 이야기한다. 신선하고 질 좋은 재료를 사용하고 이를 제대로 보관하며, 원가를 고려해 정확히 계량하고 균일한 맛을 내야 한다. 식당이 잘 되기 위해서는 당연히 지켜야할 원칙이지만, 한 두 사람이 요리부터 서비스까지 모든 것을 담당하는 업장에서는 쉽지 않은 일이기도 하다. 좋은 재료를 구입하고 잘 관리해서 적당한 가격에 내놓는 것은 특히 그렇다. 백종원이 강조하는 식당의 원칙들은 프렌차이즈처럼 대규모 재료 구입 및 가맹점에 대한 관리가 이루어지는 곳에서나 할 수 있는 것이기도 하다. 그렇지 않으면 이른바 ‘사람을 갈아넣는’ 노력을 투입하지 않으면 달성하기 어렵다. 그 점에서 백종원의 행보는 자영업자들에게 길을 안내하는 동시에 자신이 경영하는 프렌차이즈의 역량과 중요성을 역설하는 것처럼 보이기도 한다. 하지만 그가 TV 프로그램을 통해 음식과 식당 경영에 대해 보여주면서 시청자와 식당 자영업자들에게 더 높은 기준, 실패 가능성을 최소화하는 기준을 제시하는 것도 사실이다. 국정감사에서 그는 ‘백종원의 골목식당’에 출연하는 이유에 대해 “함부로 창업에 뛰어들어서는 안 된다”는 것을 보여주기 위해서라고 말했고, 국가차원에서 창업에 대한 기준을 높여 유입을 막아야한다고도 말했다. 그것은 사업가로서 이득이 되는 발언이기도 하지만, 많은 사람들에게 도움이 되는 것이기도 하다. 지금까지 백종원은 자신의 이익과 대중의 공감을 함께 가져가고 있다. 사업가로서, 또는 방송인으로서 그의 능력이 여기에 있다. 그리고 이는 지금 백종원에 대해 이야기할 수 밖에 없는 이유다. 사업가가 단지 성공을 넘어 자신의 사업철학을 많은 사람들에게 알리고, 인기 방송인까지 된 것은 전례가 없는 일이기 때문이다. 이것이 혹시 다가올 미래의 어떤 모습인 것일까.
CREDIT 글 | 서지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