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적 올바름’의 기준으로 본 넷플릭스 Up / Down 작품 셋

2018.10.22 페이스북 트위터
넷플릭스는 전 세계에서 제작된 자체 제작 작품들을 역시 전 세계에서 볼 수 있도록 한다. 그만큼 창작자에게는 자신의 작품을 많은 사람에게 선보일 기회지만, 동시에 이전보다 더욱 고려해야 할 부분이 많다는 의미기도 하다. 단적으로 ‘YG전자’는 중국인 비하 논란으로 제작사인 YG 엔터테인먼트의 양현석 대표가 사과문을 작성하기까지 했다. 그만큼 넷플릭스의 작품들은 다양한 국가와 인종에 대한 고려가 필요하다. 또한 정치적 올바름(Political Correctness)에 대한 기준 역시 전 세계 시청자들이 콘텐츠를 거부감 없이 받아들이게 하는 중요한 기준이다. 이에 대해 넷플릭스 코리아 측에 “문제가 된 콘텐츠에 대해 어떤 입장을 가지는지, 그리고 앞으로의 콘텐츠 제작 과정에서 이번 논란을 고려할 계획이 있는지”를 문의했지만 “공식 입장이 없다”는 대답을 받았다. 그래서 넷플릭스의 콘텐츠들에 대해 국가인권위원회의 ‘인권보도준칙’ 및 여성(서울 YWCA), 장애인(장애인정책모니터링센터), 외국인/이주민(이주민방송) 세 분야의 단체에서 사용하는 모니터링 기준을 제공받아 넷플릭스의 오리지널 콘텐츠들 중 이 기준에 부합하는 작품 셋, 그 반대에 위치한 작품 셋을 골랐다.



스탠드업 코미디쇼
UP - ‘앨리 웡: 성(性)역은 없다’
“엄마가 되는 건 온종일 인간 다마고치와 독방에 갇히는 거예요. 다마고치는 적어도 똥을 싸면 신호라도 주죠.” 만삭의 몸으로 육아의 현실을 신랄하게 비꼬는 앨리 웡의 스탠드업 코미디는 마치 효자손으로 등 깊숙한 곳을 긁을 때의 시원함을 선사한다. ‘현실반영성’(남녀 불균형적인 현실을 적절히 묘사하는가, 서울 YWCA)을 충족하는 코미디다. 제왕절개 이후 말 못할 고충을 겪는 친구의 모습을 적나라하게 묘사하거나 모유 수유 때의 어려움을 토로하는 앨리 웡의 개그는 “여성에게 출산 휴가가 필요하다”는 ‘대안성’(대안적 해결 방안을 제시하는가, 서울 YWCA)으로 이어지며 현실에 균열을 내는 블랙코미디가 된다.

또한 앨리 웡의 개그는 기존의 스테레오타입을 뒤집는다. “남편보다 내가 훨씬 많이 벌고, 이런 여자를 차는 남자는 공짜 돈을 싫어하는 거다”라고 거침없이 말해 박수를 받는 그의 모습은 ‘다양성’(여성과 남성의 모습을 다양하게 표현하는가, 서울 YWCA)과 ‘주체성’(여성을 주체로서 다루는가, 서울 YWCA)을 모두 충족한다. 더불어 중국계 베트남인으로서 소수자 정체성을 가진 그는 “부모님이 당신의 코미디를 어떻게 생각하느냐”는 질문에 대해 “자녀를 수능 교재로 패는 아시아인 부모가 엉덩이 유머를 어떻게 받아들이는지가 궁금한 것”이라 받아치며 ‘타문화에 대한 폄하나 비하적인 내용을 담고 있는’(이주민방송) 편견에도 정면으로 응수한다. 다만 그가 미국 내 소수자라는 전제에도 불구하고, 멕시코나 필리핀에 대해 특정 스테레오타입을 기반으로 묘사하는 부분은 아쉽다.

DOWN - ‘B의 농담’
유병재로서는 ‘B의 농담’ 공연 내내 “모든 분들을 만족시키고 싶고, 모든 분들의 의견을 수용할 것”이라 이야기했다. 또한 그는 공연에서 미투 운동에 대한 지지 의사를 밝히며 가해자들을 비판했고, ‘82년생 김지영’을 읽은 이들에 대한 비난이 온당치 않다고도 말했다. 하지만 그럼에도 ‘B의 농담’은 ‘남녀 불균형적인 상황’을 포착해야 하는 ‘현실반영성’(서울 YWCA)을 놓쳤다. 이 공연에서 유병재는 “남동생은 일베를 하고, 여동생은 메갈을 하고, 아빠는 소라넷을 하는” 가정을 불행하다고 묘사했다. 층위가 각자 다른 데다 남성과 여성의 현실을 동등하게 취급하는 그의 개그는 ‘소라넷’에 올라가는 몰래카메라 촬영 피해자의 절대 다수가 여성이라는 사실을 가린다.

이 공연에서 유병재는 “제 이빨은 계속 노래질 거예요”라는 농담을 마치려고 하지만, 지속적으로 그를 지적하는 인공지능의 목소리 탓에 농담을 이어나가지 못한다. 지적 중에는 그에게 ‘여성의 성기를 비하하는 욕설은 쓰지 마라’는 말도 있는데, 그는 다시 한 번 그 욕설을 사용한 후 사과하며 이를 은연중에 조롱한다. 유병재에게 여성들의 지적이나 의견은 결국 그의 개그를 가로막는 요소가 된다. 그의 개그가 ‘성희롱, 성폭력 정당화’(서울 YWCA)나 ‘선정성’(서울 YWCA) 같은 요소를 포함하지는 않는다. 하지만 그가 블랙코미디를 통해 다루는 현실은 그가 생각하는 남녀의 평행선보다 훨씬 기울어져 있는 것 역시 분명하다.


UP - ‘상사에게 대처하는 로맨틱한 자세’
유능하지만 과한 업무를 시키는 각자의 상사에게 질린 하퍼와 찰리가 서로의 상사를 이어준다는 내용의 로맨틱 코미디. 찰리의 상사 릭은 흑인이고, 하퍼의 상사인 커티스는 아시아계 여성이다. 소수의 정체성을 가진 상사들이 비서들을 혹사시키는 모습은 다소 눈살을 찌푸리게 하지만, 그들의 행동은 단지 상사라는 정체성에서 비롯될 뿐 흑인이나 아시아인에 대한 스테레오타입과는 거리가 멀다. 자칫 소수 인종에 대해 ‘특정 대상이나 집단을 동정이나 시혜의 대상으로 묘사’(이주민방송)하거나, ‘출신국에 따른 고정관념이나 편견을 담는’(이주민방송) 지점은 점잖게 피해간다.

여성을 묘사하는 방식도 훌륭하다. “남성들은 자신보다 잘난 여자랑 데이트하는 걸 싫어한다”며 여성의 성취를 인정하지 못하는 사회적 시선을 말하는 커티스의 대사는 ‘현실반영성’(서울 YWCA)을 보여준다. 또한 “남자들은 운동 좋아하는 여자를 좋아한다”는 찰리의 말에 “진짜 좋아하는 건 딱 달라붙은 운동복을 입은 여성”이라 받아치고, 오히려 찰리보다 진지하게 자신의 직업을 성찰하는 하퍼의 모습은 기존의 여성상과는 달라 ‘주체성’(서울 YWCA)을 충족한다. 로맨틱 코미디가 스테레오타입에 기대지 않고도 충분한 흥미를 이끌어낼 수 있다는 점을 보여주는 작품.

DOWN - ‘시에라 연애 대작전’
외모 때문에 고민인 주인공 시에라가 결국 자신의 외모가 아닌 내면을 사랑해주는 남자친구를 만난다는 이야기는 외모지상주의에 대한 비판으로 읽힐 수도 있다. 하지만 이 메시지를 전달하기까지 영화의 장치들은 헐거우며 편견으로 가득 차 있다. 뛰어난 지능을 가졌지만 외모 때문에 인정받지 못하는 시에라와 얼굴은 예쁘지만 똑똑하지 못한 베로니카의 캐릭터 설정은 ‘다양성’(여성과 남성의 역할을 다양하게 표현해주고 있는가, 서울YWCA)의 기준을 어기며 출발한다. 특히 시에라는 외모로 인해 자격지심을 갖고, 결국 이로 인해 남성이 촬영한 베로니카의 사진을 유포시키는 행위까지 저지른다. 애초에 시에라의 외모를 가혹하게 평가하는 대부분의 시선이 남성에게서 비롯되고, 베로니카를 몰래 찍었던 가해자 역시 남성이라는 구조적 문제는 부각되지 않는다. ‘현실반영성’(서울YWCA)의 결여다.

장애를 소비하는 방식에서도 한계가 분명하다. 얼굴을 가린 채 베로니카 행세를 하며 짝사랑하는 남학생 제이미와 통화했던 시에라는 그와 마주치자 청각장애인인 척한다. 비록 제이미의 동생도 청각장애인이라는 공통분모로 이어지며 크게 부각되지 않지만, 청각장애인을 흉내 내는 시에라와 그에 대한 친구의 반응은 명백히 이를 웃음 요소로 소비한다. 넷플릭스의 최근 로맨틱 코미디 영화들과 비교해보면 아쉬움이 많이 남는다.

시리즈물
UP - ‘별나도 괜찮아’
고기능성 자폐가 있는 샘이 연애를 하며 벌어지는 일을 다룬다. 장애인을 주인공으로 하기에 일정 부분 샘의 장애를 부각시킨다는 한계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장애인이 동정의 대상이 되도록 해서는 안 된다’(장애인정책모니터링센터)는 기준을 비교적 충실하게 수행한다. 샘은 여러 어려움을 겪지만 이를 해결하고 더 나은 대안을 찾기 위해 노력하며, 자신만의 고유한 매력을 가진 인물로 묘사된다. 연애를 하기 위해 각종 대책을 세우고 상황을 풀어 나가는 샘의 모습은 ‘장애인은 어떤 일을 할 수 없을 것이라고 미리 가정하지 말고, 그가 현실에서 할 수 있는 일을 강조해야 한다’(장애인정책모니터링센터)는 기준에도 부합하다. 단, 연애를 하고 싶다는 샘의 욕망에 집중하는 과정에서 그와 주변 인물들이 여자에 대해 말하거나 소비하는 방식은 여성을 성욕의 수단으로 바라보는 경향이 있어 ‘주체성’(서울YWCA)의 기준과는 거리가 멀다.

하지만 그럼에도 이 드라마는 샘의 가족을 묘사하는 방식에서 미덕을 보여준다. ‘장애인의 가족을 영웅 또는 죄인으로 보는 표현’은 모니터링에서 ‘기타 문제가 될 수 있는 표현’으로 분류된다(장애인정책모니터링센터). 샘의 가족들은 그를 진심으로 사랑하지만 때때로 화가 나거나 상처받기도 하며, 결점도 있는 인간 그대로의 모습으로 묘사된다. 이를 잘 드러내는 인물이 불륜에 빠지는 샘의 엄마다. 그는 가족을 사랑하고 최선을 다해 샘을 돌보지만, 가정에서 채우지 못하는 자아를 사랑을 통해 찾고자 한다. 가정의 구성원으로서 그의 행동이 옳은가에 대한 판단과는 별개로, 그는 장애인의 가족 역시 영웅도 ‘죄인’도 아닌 한 평범한 사람임을 보여준다.

DOWN - ‘YG전자’
‘YG전자’는 ‘종합 혐오 세트’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보이그룹 빅뱅의 멤버 승리가 소속사 YG 엔터테인먼트 양현석 회장의 신임을 되찾기 위해 YG 전략자료본부에 들어가게 된다는 모큐멘터리 형식의 이 시리즈물은 총체적 난국이다. 승리가 가수 선미나 에이핑크의 손나은 같은 여성 게스트들이 등장할 때마다 그들에게 접근하는 방식은 아무리 자기비판의 형식을 취한다 해도 여성을 남성의 욕구를 충족시키기 위한 ‘성적대상화’(서울YWCA)의 대상으로 삼는다는 비판을 피하기 어렵다. 또한 YG 전략자료본부에서 일하는 신세빈 대리는 틈이 날 때마다 섹시한 옷을 입는 것을 강조하고, 그가 담배를 피운다는 사실은 은연중에 조롱의 대상이 되어 ‘성 역할 고정관념을 조장’(서울 YWCA)한다. 논란이 된 ‘몸캠’ 강요 장면은 말할 것도 없다.

특히 ‘YG전자’는 저신장증을 가진 김유남을 소비하는 방식에서 문제적이다. 김유남을 키에 대해 지독한 콤플렉스와 자격지심을 가진 인물로 묘사하는 연출의 시선은 그의 장애를 ‘불행, 절망, 수치, 슬픔의 감정으로 표현’(장애인정책모니터링센터)한 잘못된 예다. 더불어 그가 저신장증을 묘사한 캐릭터의 동상을 볼 때마다 부수는 장면들은 은연중에 ‘난쟁이’라는 ‘장애인 비하발언을 사용’(장애인정책모니터링센터)하는 것과 다름없는 방식으로 쓰인다. 또한 체구가 큰 남성에게 중국 전통의상을 입히고, 이들 중 하나가 중국어로 “나는 돼지다”라고 말하게 했던 장면은 ‘이주민에 대한 고정관념이나 편견을 담지 않는다’(이주민방송)를 넘어 ‘이주노동자를 웃음거리를 묘사하지 않는다’(인권보도준칙)는 가이드라인까지 어긋난다. 그리고 문제의 장면은 놀랍게도 18일 현재까지 아직 삭제되지 않았다.

모니터링 기준 제공. 서울YWCA/장애인정책모니터링센터/이주민방송
CREDIT 글 | 김리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