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 퀴즈 온 더 블럭’, 유재석의 요즘 세상 적응기

2018.10.08 페이스북 트위터


tvN ‘유 퀴즈 온 더 블럭’ 1화에서 유재석에게 조세호는 “tvN에 오신 것을 환영합니다”라고 말했다. 지난 3월 출세작이자 대표작이었던 MBC ‘무한도전’이 잠정 중단된 후에도 유재석은 계속해서 방송을 했다. 그가 진행해온 익숙한 스테디셀러 예능 프로그램 사이에서 ‘유 퀴즈 온 더 블럭’은 넷플릭스 ‘범인은 바로 너!’와 더불어 눈에 띄는 행보였다. ‘국민 MC’가 넷플릭스 오리지널과 tvN 예능 프로그램에 출연하는 것은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Step By Step’처럼 보인다. 그에게도 변화의 시기가 찾아온 것이다.

‘유 퀴즈 온 더 블럭’은 ‘퀴즈를 풀면 상금을 준다’는 다소 단순한 기획 안에서 유재석이라는 브랜드를 적극적으로 활용한다. 그가 신인시절 보이그룹 뉴키즈 온 더 블록의 ‘Step By Step’에 맞춰 춤을 추었다는 사실은 유명하고, 이는 ‘유 퀴즈 온 더 블럭’ 1화의 제목으로 연결된다. 지나가는 시민들에게 말을 걸어 퀴즈를 풀게 하는 것 또한 유재석의 인지도가 없었다면 쉽지 않았을 일이다. 그래서 ‘유 퀴즈 온 더 블럭’은 신인시절부터 ‘무한도전’에 이르는 전성기에 이르기까지 유재석이 걸어온 길을 되짚어보게 만든다. 불특정 다수의 시민들을 자신의 쇼에 거부감 없이 끌어들이는 방식은 그가 ‘무한도전’‘서울구경 선착순 한 명’ 등의 특집에서 자주 선보였던 특기이기도 하며, 짝패 조세호와의 호흡이나 관계 역시 ‘무한도전’‘무한상사’의 ‘유부장’과 부하직원을 떠올리게 한다. 지금 유재석은 자신에게 익숙하고도 자신 있는 일을 하고 있다.

그럼에도 ‘유 퀴즈 온 더 블럭’은 유재석이 했던 방송 중에 가장 동시대적이다. 유재석이 방송 내내 강조하는 ‘로드쇼’라는 특징은 길 가는 사람을 붙잡고 무작정 인터뷰를 시도하는 인터넷 방송 인기 콘텐츠의 형식과도 닮아있다. 인기 유튜버나 BJ의 자리에 유재석이라는 명 MC를 데려다 놓으면서, ‘유 퀴즈 온 더 블럭’은 돌발적인 상황에서 뜻밖의 웃음뿐 아니라 진솔하고 속 깊은 이야기까지 이끌어낸다. 이는 프로그램을 떠나 유재석 개인에게도 의미 있는 일이다. KBS ‘해피투게더에서 그는 스튜디오에서 토크쇼를 진행하고, 자신과 1990년대를 함께 보낸 조동아리 멤버들과 어울렸다. 하지만 ‘유 퀴즈 온 더 블럭’에서는 길에서 다양한 나이와 직업의 보통 사람들을 만난다. 2화에서 상금을 타는데 성공한 부동산 사장들은 촬영 당시 방영 전이었던 ‘유 퀴즈 온 더 블럭’을 인터넷에서 찾아본 후 “이게 공중파는 아니잖아”라고 말했다. 반면, 인터넷 방송에 익숙한 학생들은 자세한 설명이 없어도 금세 의도를 알아차리고 선뜻 방송에 응한다. 공중파 방송만을 보는 세대와 인터넷 방송을 더 즐겨 보는 세대, TV만 보는 세대와 TV를 보지 않는 세대. 어울릴 수 없을 것만 같은 세대가 공존하는 것이 바로 2018년 시청자들의 특징이고, 유재석은 방송국 밖에서 비로소 이들을 만나고 있다.

‘유 퀴즈 온 더 블럭’에서 퀴즈 다음으로 중요한 요소로 ‘워라밸’을 내세우는 것은 동시대성을 의식한 결과다. 어떤 상황에서든 오후 6시가 되면 촬영을 종료해야한다는 규칙은 퀴즈에 타임 리미트를 걸어주는 오락적 요소이자 시청자들이 현실에서 원하는 바를 방송에 접목시킨 것이기도 하다. 유재석과 조세호는 직장인들과 같은 시간대에 바쁘게 움직이며, 점심시간이 되면 그들과 마찬가지로 식사메뉴를 고민한다. 퀴즈 사이사이에 ‘직장인들이 가장 싫어하는 요일’, ‘혼술을 끝내기 적절한 타이밍’, ‘홧김비용을 써본 경험’ 등의 질문을 던지면서 평범한 사람들의 삶을 좀 더 이해하기 위해 애쓴다. ‘대한민국 평균 이하’를 자처했던 ‘무한도전’을 통해 불가능한 미션에 도전하고, 그로인해 국민 대부분이 알 정도로 큰 명성을 얻은 MC가 다시 평균의 삶에 가까워지기 위해 노력한다. 6화에서 유재석은 점심시간에 국수를 먹으며 올해 초 ‘무한도전’‘하우스 IN&OUT’ 특집에서 그랬던 것처럼 ‘팔로워’를 언급했고, ‘요즘 시청자분들은 이런 걸 원하신다’ 라며 인터넷 방송의 ‘먹방’을 흉내 내기도 했다. 그가 최근 몇 년 사이 달라진 방송 환경과 트렌드를 의식하고 있다는 것은 분명하다. 그리고 ‘유 퀴즈 온 더 블럭’과 동시간대에는 마찬가지로 예능의 형식을 빌려 보통 사람들의 삶을 들여다보는 JTBC ‘한끼줍쇼’가 방송되고 있다. 다만, 사람들이 문을 열어줘야만 안으로 들어갈 수 있는 ‘한끼줍쇼’와 달리 ‘유 퀴즈 온 더 블럭’은 누구에게나 먼저 다가갈 수 있다. 그리고 이는 유재석이 28년 동안 가장 잘해왔던 일이기도 하다.
CREDIT 글 | 서지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