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유라의 ‘내 이름은 김삼순’, 김현민의 ‘다크 투어리스트’, 임수연의 넷플릭스 로맨틱 코미디

2018.08.24 페이스북 트위터


‘내 이름은 김삼순’ (VOD)

만약 내게 언니가 있다면, 이름이 꼭 김삼순 이기를 바랬던 적이 있다. 현빈, 다니엘헤니 때문이 아닌 난 정말 김선아의 삼순이를 사랑했다. 내가 얼마나 아직도 삼순이 타령을 하는지, 주변 친구들은 드라마 하나로 아주 구질구질하다고 할 정도다. 그게 벌써 16년째다.

뻔한 한국 드라마의 클리셰대로 평범한 여자와 재벌 아들의 로맨스지만 그 안에서 진짜 30살의현실 연애를 보여줬다는게 이 드라마의 포인트다. 삼순이는 극중에서 30살에 통통하고 다 풀린 파마머리, 노처녀 라는 타이틀을 가진 아버지가 안 계시는 세자매 집의 막내딸이다. 이 드라마를 지금 다시 보면 삼순이는 노처녀도 아니고, 통통하지도 않다. 상대역인 극 중 현빈 캐릭터는 지금 다시 보면 아주 대참사 수준이다. 폭력적 성향에 재수도 없다. 하지만 그걸 다 참아내고 다시 볼 만큼, 삼순이가 너무 멋있는 여자다.

삼순이는 빵과 케잌을 사랑한다. 직업이 파티셰이다. 결혼정보 회사 아저씨가 왜 이렇게 뚱뚱하냐고 말할 때 삼순이는 “그럼 내 직업이 빵만드는 직업인데, 안 뚱뚱하고 베겨요?!” 라고 말하는 삼순이. 물론 그 장면은 삼순이의 꿈이였다. 지금 이 드라마가 다시 리메이크된다면 아마 삼순이는 꿈이 아니라 정말 저 말을 시원하게 해주지 않았을까?
나는 일을 대하는 방식, 사람을 대하는 방식, 삶을 살아가는 방식을 드라마 삼순이로 배웠다. 그 드라마의 OST, 나레이션, 배우를 사랑하게 되버린 작품. 내게 30살이 되더라도 결혼하지 않아도 된다고 가르쳐준 삼순이. 통통해지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 해준 삼순이. 마들렌 이라는 빵을 알려준 삼순이. 만약 내게 언니가 있다면 꼭 이름이 김삼순이기를 바랬던 적이 있었다.

글. 김유라(박막례 할머니 손녀, 유튜브 크리에이터)


‘다크 투어리스트: 어둠을 찾아가는 사람들’ (넷플릭스)

다크 투어리즘. 평범함을 거부하는 이들에게 유행하는 여행. 돈과 시간을 들여 전쟁 지역이나 재해, 살인 현장으로 휴가를 떠나는 사람들이 있다니 길티 플레져의 끝판왕 아닌가. 별난 취향과 욕망에 유독 관심이 많은 뉴질랜드 기자 데이비드 패리어가 직접 카메라를 들고 다크 투어에 나선다.

이 다큐는 총 8화로 구성되어 있는데, 세계적 자살 명소인 일본 후지산의 주카이숲부터 방사능 수치가 체르노빌보다 높은 후쿠시마의 재해 현장, 마약왕 파블로 에스코바르의 생가 체험, ‘스탄이 붙는 나라’ 특집으로 카자흐스탄의 피폭 현장과 베일에 싸인 독재국가 투르크메니스탄의 경이로운 풍경, 흑인 폭동이라는 공포에 시달리며 매일 같이 대피 훈련 중인 남아공 백인 분리주의자들의 일상, 서아프리카 베냉에서 악명 높은 부두교의 실체 등을 맛본다. 아니 굳이 이걸 왜 같이 맛보고 있는지는 잘 모르겠지만, 이 다큐를 보다 보면 ‘세상은 넓고 할 일은 참 없다’라는 생각마저 든다. 인간의 뒤틀리고 어두운 욕망은 과연 무엇을 지시하는 것일까. 은둔의 왕국인 투르크메니스탄의 허허벌판에 놓인 황금으로 된 거대한 동상들을 보면 우스꽝스럽다 못해 섬뜩하고, 자진해서 고문을 체험하는 사람들은 내 얄팍한 이해의 범주를 완전히 뛰어넘어 버린다. 데이비드 패리어는 성인용 기저귀를 차고 고문 체험에 나서지만 공포에 질려 이내 곧 포기하고 만다. 이 쓸데없는 열혈 기자 정신! 하지만 이 투어를 떠나는 사람이나 그걸 찍고 있는 사람이나 또 그걸 보고 있는 사람이나 다 거기서 거기다.

데이비드 패리어는 몇 해 전 간지럼 오래 참기 대회에 카메라를 들이댄 적이 있다. 가볍게 보게 된 간지럼 참기 영상을 파헤치다 거대한 자본의 힘과 인간의 괴물 같은 욕망에까지 가닿아 버린 스릴러 다큐 ‘간지럼의 포르노그래피>’ 역시 넷플릭스에서 볼 수 있다. 대체 데이비드 패리어가 이 다크 투어리즘 취재를 통해 뭘 얻고자 했는지를 알고 싶다면, ‘간지럼의 포르노그래피’까지 곁들여 보면 꽤 도움이 될 것 같다. 물론, 여기서 의미 따위 찾지 않아도 그만이다. 이렇게 다양한 사고방식과 문화와 관습이 존재한다는 사실을 알게 된 것만으로도 내게는 꽤 신선한 자극이자 충격이었으니까. 이 자체가 또 하나의 다크 투어리즘이랄까.

글. 김현민(영화 저널리스트)


넷플릭스의 로맨틱 코미디

썸 타던 주인공들이 티격태격하다가 갈등을 극복하고 사랑의 결실을 보고 끝나는 로맨스 영화를 좋아한다. 왠지 이성애 로맨스에 지나치게 편중된 영화 산업에 일조하는 것만 같아 켕기는 부분이 있긴 하지만 어쩌겠는가, 봐도 또 봐도 재미있는 것을. 넷플릭스는 나를 비롯한 이 취향의 수요를 간파한 듯 최근 일정 수준은 해주는 로맨틱 코미디를 꾸준히 내놓고 있다. 그중에서도 8월17일 공개된 ‘내가 사랑했던 모든 남자들’은 기대 이상이다. 알면서도 속아주던 1990~2000년대 숱한 하이틴 로맨스 영화가 동양인 배우를 주인공으로 내세우는 것만으로도 신선한 재미가 생겼다. 짝사랑에 빠질 때마다 ‘부치지 않는 러브레터’를 썼던 라라 진은 누군가에 의해 편지가 발송된 후 언니의 옛 애인 조니를 보기가 불편해진다. 그래서 7학년 때 잠시 좋아했던 피터와 보여주기식 계약 연애를 시작한다. 영화는 연애 감정의 자각을 꽤 설득력 있게 묘사하고, 무엇보다 시청자로서 이입하기에 라라 진은 그간의 숱한 백인 배우보다 심적 거리도 가까운 인물이었다.

지난 6월 공개된 ‘상사에 대처하는 로맨틱한 자세’는 제목을 보고 예상한 것과 달리 ‘상사’와 ‘비서’의 러브 스토리가 아니라는 것을 인지한 순간부터 작품의 호감도가 올라갔던 작품이다. 자신들이 모시는 상사끼리 사랑에 빠지면 극심한 업무 강도에서 해방될 수 있으리라 믿고 공작을 펼친 두 비서는, 당연하게도 자신들이 사랑에 빠진다. 조이 도이치가 연기한 비서와 루시 리우가 맡은 상사의 관계 묘사라든지, 동양계 여성과 흑인 남성이 상사로 있는 상황을 영화가 자연스럽게 받아들이는 태도도 마음에 들었다. 두 편의 영화를 보고도 주말에 시간이 남는다면? 미국 현지에서 폭발적인 인기를 모았던 ‘키싱 부스’는 그럭저럭 시간 죽이기 용으로 보기에 나쁘지 않은 영화다. 단, 남자 주인공의 폭력성을 일정 부분 인내하고 배우 자체의 매력을 소비할 수 있는 내성을 갖춘 사람들에게만 권하고 싶다.

글. 임수연(‘씨네21’ 기자)
CREDIT 글 | 김유라, 김현민, 임수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