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리스틴V│로아 “마냥 착한 캐릭터에 매력을 느끼진 않아요.”

2018.06.08 페이스북 트위터
걸그룹 프리스틴의 유닛 프리스틴V (로아, 레나, 은우, 결경, 나영)의 앨범 ‘Like a V’의 V는 빌런(Villain)이라고 한다. 그리고 그들의 노래는 악당들이 무대 위에서 날뛰는 ‘네 멋대로’다. 그래서, 그들이 카메라 앞에서 마음껏 악당이 될 시간을 준비했다.



수트를 입어 보니까 어때요?

혼자서 하고 싶은 걸 다 해보니까 좋았던 것 같아요. 매니시한 느낌의 재킷을 입고서 화보에 나오는 멋진 여자를 표현해보고 싶었거든요.

데뷔할 때도 매니시한 콘셉트를 강조했었어요.
그때만 해도 제가 그런 콘셉트가 안 어울린다고 생각했어요. 이상하게 예쁜 옷, 치마 같은 게 입고 싶었죠. 멋있는 느낌보다는 예쁜 느낌을 내고 싶었던 거예요. 그런데 막상 지금은 너무 편하고 좋아요.

이번 유닛 활동에서는 서늘한 이미지가 잘 드러나요.
첫 방송을 하고 나서 마음이 놓인 것 같아요. ‘WE LIKE’는 “자, 나 예뻤다!” 하고 짧게 나왔다가 들어가면 되는데(웃음), 이번 콘셉트는 한 명 한 명이 자기 캐릭터를 쭉 보여줘야 하니까 어렵더라고요. 스스로 자신이 없었는지 스트레스도 받았는데, 무대를 몇 번 하고 나니까 정리도 좀 되고 나의 이미지에 대한 확신도 좀 생겨요.

혹시 롤모델로 삼았던 캐릭터가 있어요?
나른한 캐릭터를 보여주고 싶었거든요. 다섯 명 중에서 내가 가장 잘 할 수 있는 역할이 뭔지 고민하다가 나른하고 서늘한 느낌이 잘 어울리겠다 싶었어요. 선미 선배님이나 이효리 선배님 직캠도 많이 찾아봤어요. 드라마나 영화도 많이 봤는데, 퇴폐적인 느낌의 ‘스킨스’ 같은 작품들을 참고했어요. 실제로 제가 악당이 돼서 직접적으로 뭘 해볼 순 없으니까.(웃음)

연기하면서 악당을 연기하면 뭘 해보고 싶어요?
할리퀸 같이 매력적으로 보일 수 있는 역할이라면 좋겠죠. 원래 마냥 착한 캐릭터에 매력을 느끼는 타입은 아니에요. 남자 주인공을 볼 때는 오히려 자상한 걸 좋아하는데, 여자 주인공을 볼 때는 주체적인 느낌이 좋아요. ‘별에서 온 그대’나 ‘도둑들’의 예니콜처럼 전지현 선배님이 맡으셨던 역할이 굉장히 멋져서 해보고 싶다는 생각을 해요. 아, 김혜수 선배님이 ‘싱글 와이프’에서 보여주신 모습도 정말 멋있었고요.

차가워 보이는 느낌 때문에 오해를 받은 적도 있겠어요.
그런데 사람마다 저를 너무 다르게 봐요. 어떤 분들은 차갑게 보기도 하시고, 어떤 분들은 ‘얘가 어디에 그런 모습이 있어?’ 하면서 푸근한 언니로 생각하시기도 해요. 하지만 제가 만든 저만의 빌런은 ‘은둔의 고수’ 같은 이미지죠. 빌런 중에서도 행동대장이 있다면 뒤에서 교묘하게 괴롭히는 캐릭터도 있잖아요. 거기다가 나른하고 섹시한 느낌을 가미하면 나만의 매력적인 캐릭터가 나오지 않을까 생각해서 스스로 그렇게 잡았어요.

레나와 유닛 안무를 할 때 뒤를 돌아 있는데도 그런 나른한 느낌이 나요.
그건 레나에게 저를 내준 거죠.(웃음) 요즘 방송하면서는 망사나 그물 옷을 입잖아요. 거기에 레나 손이 걸려서 좀 아슬아슬할 때가 많았어요. 마이크 선에 자꾸 걸려서 제가 마이크를 아예 빼서 들고 리허설을 하기도 했어요.

‘순진한 여자 주인공은 누구 좋으라고.’ 이 파트가 ‘네 멋대로’의 핵심 아닐까 싶어요.
저도 그 가사가 굉장히 좋다고 생각했어요. 처음에 받았을 때만 해도 별 생각이 없었거든요. 그런데 곡의 흐름을 생각하다보니까 여기에서 제가 어떤 사람인지 보여줘야겠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그래서 ‘네가 뭘 알아?’ 라는 느낌을 살리려고 했고, 표정에도 더 변화를 줬던 거 같아요. 몽환적인 느낌도 주려고 했죠. 카메라를 똑바로 보기 보다는 살짝 틀어서 보는 느낌으로요.

안무 중에서는 어떤 부분이 마음에 들어요?
2절에 ‘눈앞에서 황홀히 터지는 밤’ 이 부분이 좋아요. 개인적으로는 좀 색다른 느낌을 풍긴다고 생각했거든요. 강한 이미지의 빌런들이 자기 모습을 보여주다가 그 순간에는 비트 자체도 신비롭게 바뀌면서 안무의 느낌도 달라지죠. 저의 빌런도 그런 모습과 연결시킬 수 있을 거 같아요. 말로 설명하기 쉽지는 않지만요.

‘블랙 위도우’ 때와는 좀 다르죠?
그건 판타지, 마술사의 무대 같은 느낌이 강했어요. 그런데 이건 현실에 존재하는 여성의 모습이니까요.

현실에 있는 그대로의 자신은 어떤 모습인가요.
한 마디로 대답하기는 어려운 거 같아요. 한 사람에게 여러 개의 모습이 있잖아요. 저는 감정 기복이 심한 편은 아닌데, 그렇다고 없는 편은 아니에요. 누군가가 어떤 사람이냐고 물어보면 대답하기가 어려운 이유예요. 상황에 따라서 달라지기도 하고요.

무대 위에서는 굉장히 당당해보이지만, 반대로 자신이 소심하다고 느낄 때도 있겠어요.
제 약점을 누군가가 이야기했을 때에 그렇게 돼요. 최근에 무대 준비를 하다가 ‘거기서 네가 그렇게 하면 어떻게 내용이 잘 전달되겠냐’는 반응을 받았는데, 그 다음부터 그 파트만 계속 신경이 쓰이는 거예요. 그때 진짜 스스로 소심한 거 같다고 생각했어요. 남의 기분을 많이 신경 쓰고, 눈치도 보고 그런 성격이기도 하고.

하루 동안 내 멋대로 할 수 있는 시간이 주어진다면 무엇을 할 거예요?
쇼핑을 하고 싶어요. 딱히 많은 걸 바라는 게 아니고, 돈을 펑펑 쓰고 싶어요.(웃음) 올리브영 같은 곳 정말 최고예요. 살 거 없는데 들어가도 팩 같은 건 무조건 사서 나와요. 그러고 보니 팩이 떨어져서 사야 되는데, 멤버들 것 좀 갖다가 써야겠어요.(웃음)

멤버들과 산지가 몇 년 됐잖아요. 이쯤 되니 내 안의 빌런이 서서히 깨어나고 있다는 느낌을 받을 때가 있나요.(웃음)
빌런보다는 속세에서 벗어난 종교인의 모습이 깨어나는 느낌인 거 같아요.(웃음) 제가 잠자리에 예민하거든요. 제 자리에 모기장 쳐놓고, 공기청정기 틀어놓고 있어요. 모기장은 뚫려있지만 그 정도의 파티션이 쳐져 있다는 것만으로도 마음에 안정감이 생겨요. 적어도 그 안의 공기는 깨끗할 거 같거든요.

곧 여성 악당들이 나오는 ‘오션스8’이 개봉하는데, 프리스틴 V 멤버들과 보러 가면 어때요?
무대를 위해서 한 번쯤 다 같이 보고 오는 것도 좋을 것 같은데요? 무대에서 더 나빠질 수 있을 것 같고.(웃음) 재미있을 것 같아요. 여자 주인공이 주가 되는 영화가 많지 않잖아요.
CREDIT 글 | 박희아
사진 | 이진혁(Koiworks)
비쥬얼디렉터 | 강명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