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eToo, 그리고 여성행진

2018.02.02 페이스북 트위터

ⓒShutterstock.com

2018년 로스앤젤레스의 여성 행진에서 나탈리 포트만은 자신이 엔터테인먼트 업계에서 경험한 성희롱에 관해 얘기한다. 첫 출연작이었던 ’레옹’이 개봉한 직후, 팬레터를 받았을 때의 이야기다. “저는 기쁜 마음으로 제가 처음 받은 팬레터를 읽었지만, 그건 한 남자가 저를 두고 떠올린 강간 판타지에 대한 얘기였습니다. 한번은 지역 라디오 방송국에서 저의 18번째 생일을 카운트다운하면서, 제가 법적으로 성관계를 할 수 있는 날이 됐다고 돌려 말하기도 했죠. 영화평론가들은 제 ’봉긋해진 가슴’을 리뷰에 적기도 했습니다.” 하비 와인스타인 사건 이후, 성폭력 피해 경험담이 많이 공유되곤 했지만, 1년 만에 다시 열린 여성 행진에서 #MeToo의 순간을 또 한 번 보게 되는 것은 지난 1년 동안 어쨌든 사회가 조금씩 변해왔다는 상징적인 증거였다. 2017년 트럼프의 대통령 취임식 때 시작된 여성 행진은 지난 1년간 미국 사회뿐만 아니라 세계적으로도 많은 변화를 끌어냈고, 2018년의 행진으로 1년이 지난 지금도 여전히 그 동력이 사라지지 않았다는 것을 보여줬다.


2017년 여성 행진이 분노에 찬 여성들이 감정을 분출해내는 것이었다면, 2018년의 여성 행진은 분노를 실제적인 행동의 동력으로 써야 한다는 호소에 관한 것이었다. 실제적인 행동이라면 당연하게도 투표를 얘기한다. ’가디언’은 라스베가스에서의 여성 행진이 투표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고 보도했다. 라스베가스 여성 행진의 공동 스폰서는 ‘가디언’과의 인터뷰에서 “단지 더 많은 여성이 유권자 등록을 해야 한다고 얘기하기 위해 전국의 여성들이 하나가 된 것이 아닙니다. 유권자 등록뿐만 아니라 더 많은 여성이 공직에 나가야 한다고 얘기하기 위해서고, 우리는 크게 성공한 것을 보았습니다.” 이런 이야기가 나오는 것은 여성 행진의 동력을 2018년 미국 중간 선거까지 끌고 가기 위함이다. #PowerToThePolls가 이번 여성 행진의 아젠다 중 하나인 것은 이런 배경이 있다. ’뉴욕 타임스‘의 보도에 따르면, 390명의 여성(민주당이 314명이고, 이 중 184명이 공화당이 차지하고 있는 의석을 노린다)이 하원 의원 선거에 출마할 생각이고, 79명의 여성이 주지사 선거에 출마할 예정이다. 기록적인 숫자다. ’워싱턴 포스트’는 이들 공직에 도전하는 여성들이 “우리가 출마하지 않으면, 목표를 이룰 수 없다”는 생각을 갖고 있다고 보도했다.


올해의 여성 행진이 적극적인 행동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는 것은 새롭게 조직된 ’March on’이라는 단체를 봐도 알 수 있다. 이 단체는 작년의 여성 행진이 공화당 텃밭인 자신들의 지역 사회에서 충분한 반향을 일으키지 못하고 있다고 생각한 몇몇 여성 활동가들에 의해서 만들어졌다. 이 단체는 레드 스테이트에서 살고 있는 진보 여성들에게 도움을 주고자 한다. 이처럼 2018년의 여성 행진이 2017년과 다른 것은 여성 행진이라는 배너 아래 좀 더 다양한 목소리들이 함께한다는 것이다. 2017년 여성 행진에 대한 비판 중 하나는 당시의 여성 행진이 2016년 미국 대선에 대한 백인 여성들의 반응에 너무 많이 집중한다는 것이었다. 그 비판에 답이라도 하듯, 올해는 “여전히 같은 목표를 두고 행진”하지만, 좀 더 다양한 목소리들이 행진 내에서 울려 퍼졌다.


’뉴욕 타임스’는 1년 전만 해도 여성 행진이 어떤 계기(moment)로 남을지, 운동이 될지 알 수 없었다고 말한다. 하지만 이제 그 답은 명확하다. 기사의 제목이 말하듯, “여성 행진은 운동이 되었다”. 미국만의 얘기가 아니다. 캐나다에서 열린 여성 행진은 살해당하거나 실종된 자국 여성들에 대한 상대적으로 적은 관심을 문제 삼았고, 이탈리아의 여성 행진에서는 하비 와인스타인의 피해자인 아시아 아르젠토가 여성들에게 가해지는 성폭력에 관해 얘기했다. 1년 전의 분노는 이제 구체적인 행동으로 이어졌고, 이 행동은 곧 변화를 만들어낼 것이다. 이 모든 것이 (1년이 지난 지금도) “우리 여전히 이곳에 있다”고 말하는 여성들 덕분이다.

CREDIT 글 | 윤지만(칼럼니스트)
교정 | 김영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