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경수와 디오, 소년의 끝

2017.11.29 페이스북 트위터


영화 ‘7호실’에서 보이 그룹 EXO의 멤버 디오, 도경수가 맡은 태정은 20대가 맞이한 어두운 현실을 보여준다. 밤에는 DVD방에서 아르바이트를 하지만 임금체불을 당하고, 낮에는 자신의 꿈인 음악을 만들지만 2,000만원으로 늘어난 빚 때문에 마약을 맡아두는 일도 해야 한다. 태정은 망해가는 DVD방 주인 두식(신하균)의 말에 짜증을 참다, 두식과 싸운 뒤 눈물을 참지 못하며 외친다. “뭐가 이리 X같냐” 부동산 거품이 빠진 뒤의 압구정에 있는 가게의 현실과 청년 세대에게 가해지는 불합리한 일들, 그리고 한국에서 벌어지는 인종차별을 다룬 ‘7호실’은 그에게 지금 이 시대를 사는 청년의 얼굴을 보이게 했다.

SBS ‘괜찮아 사랑이야’와 KBS ‘나를 기억해’ 등에서 디오는 타인에게 또는 세상에게 상처받아 피투성이가 된 내면을 가진 소년이었다. 또한 영화 ‘카트’에서처럼 차가운 세상을 견디기 위해 무덤덤한 표정을 쓰고 살아야하는 태영 같은 얼굴을 보여주기도 했다. 그의 이런 캐릭터는 EXO의 멤버인 그와 오히려 잘 어울렸다. 무대에서 누군가를 사랑하는 소년의 마음은 드라마나 영화에서 현실에 상처받는 소년의 모습과 결합해 그의 캐릭터를 더욱 풍성하게 만들었다. 그리고 EXO로 활동을 하는 사이 ‘괜찮아 사랑이야’로 데뷔한 연기 유망주는 이후 영화 ‘형’, ‘7호실’등을 통해 20대 남자 배우로는 드물게 주연을 계속할 수 있을 만큼 성장했다. 시력을 잃고 혼자만의 세상에 갇혀 있었던 ‘형’의 유도선수, 웹드라마 ‘긍정이 체질’에서 “5,500원에서 500원만 500원짜리로 계산해도 일하시는데 불편하지 않으시겠는지요?”라고 말하는 어려운 형편의 20대 대학생은 EXO의 멤버로서 소년의 이미지를 가졌던 디오에게는 새로운 성장이었다. 그는 여전히 어딘가 슬픔을 안고 살아가는 모습을 보여주면서, 자연스럽게 청년으로 성장했다. ‘7호실’에서 이른바 ‘등록금 푸어’로 사장을 비롯해 온갖 사람들과 구질구질한 싸움을 하는 그의 모습은 자기만의 세계에서 나온 소년이 현실에 부딪치며 청년으로 성장한 것처럼 보인다.

“네, 안녕 하세요 도경수 입니다.”, “네, 안녕 하세요 엑소 디오 입니다.” ‘2017 Asian Artist Awards’에서 남자 배우 인기상을 받은 디오가 했던 인사다. 이제 디오에게는 인기 아이돌은 물론 연기자로서의 커리어와 정체성 역시 빼놓을 수 없는 것이 됐다. 오히려 영화 ‘신과 함께:죄와 벌’에서 윤일병을 연기하기 위해 삭발을 하면서 아이돌로서의 그와 묘한 긴장관계를 만들기도 한다. 그리고 그는 이미 한국전쟁을 배경으로한 ‘스윙키즈’에 주연으로 캐스팅되기도 했다. 아이돌과 배우가 소년의 이미지 속에서 하나로 더해졌던 시절처럼, 디오의 청년기도 그렇게 자신의 무엇을 지키며 더 앞으로 나아갈 수 있을까.
CREDIT 글 | 이지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