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너원의 신곡에 대해 말하다

2017.11.20 페이스북 트위터
보이그룹 워너원은 무슨 노래를 불러도 각종 차트 1위를 하는 것이 당연해 보였다. 그리고 리패키지 앨범 ‘1-1=0 (NOTHING WITHOUT YOU)’은 예상대로의 성공을 거두었다. 누구나 성공을 예측할 수 있는 상황에서 워너원의 제작사인 CJ E&M 뮤직은 무엇을 내놓고, 어떤 반응을 기대했을까. 리패키지 앨범의 타이틀곡 ‘Beautiful’을 중심으로 워너원의 음악, 춤, 의상, 영상 등을 각각 다른 시선으로 바라보았다.



워너원 ‘Beautiful’의 Movie 버전 뮤직비디오 재생 버튼을 누른 뒤 단 1초도 웃음을 참을 수 없었다. 중간에 누군가의 복싱 코치로 추정되는 인물이 “도대체 뭐 하는 놈들이야!” 하고 버럭대는 장면이 나올 때는 거의 실신할 뻔했다. 정말 보는 내내 도대체 뭐 하는 놈들인지 알 수 없었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이 비디오가 하는 기능은 아주 명료하다. 멤버 간의 분량 격차가 꽤 나는 이유가 궁금하지만 어쨌든 강다니엘이 복싱을 하고, 오토바이를 타고, 옹성우가 유도를 하고, 황민현이 경찰 정복을 입는다. 국민 프로듀서의 선택으로 결성된 아이돌 그룹이기에 프로듀서들의 요청이 높았던 장면들을 먼저 구상하고 나머지를 채운 것이 아닐까 싶을 만큼 팬 서비스에 충실하다. 앞서 말한 장면들을 꿰어줄 수 있는 이야기는 아마 어떤 것이라도 상관없었을 것이다. 그러나 이 뮤직비디오가 선택한 것은 IMF 시기에 비극적으로 헤어진 형제가 다시 재회하고, 아홉 명의 다른 보육원 친구들과 가족이 된다는 내러티브다. 11명의 워너원 멤버가 하늘 아래 본인들만을 의지할 수밖에 없다는 강력한 설정임엔 틀림없지만 꼭 그래야만 했는지는 잘 모르겠다. 영상은 전체적으로 90년대를 헌정하는 일종의 시대극처럼 보인다. 청년인 등장인물들 사이에서 계속 반복되는 불안과 비극, 박카스의 청춘 캠페인이나 영화 ‘비트’를 연상시키는 ‘선하지만 외부 환경으로 인해 방황하고 서로서로 의지하는 형제들의 모습’은 대부분 왕가위의 초기작에서 볼 수 있는 기법들로 촬영되었다. 그래서인지 평균 나이 21세의 아이돌 그룹이 2017년에 내놓은 비디오라고 하기엔 조금 낡은 것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은유적인 이미지가 반복되는 현재의 K-POP 뮤직비디오들 사이에서 차별화를 꾀한 것이 의도였다면 돋보이기는 하지만 새롭고 신선하게 느껴지지는 않는다. 제작사에서 이 뮤직비디오를 게시하며 함께 올린 카피라인은 ‘하나가 되기 전 우리들의 이야기’다. 하나가 되기 전까지 결성 과정이 전 국민의 드라마였던 최정상 아이돌 워너원의 두 번째 앨범에 이토록 과잉된 서사가 필요했던 이유가 무엇이었을지는 아마 영원히 궁금할 것이다.
복길(칼럼니스트)

워너원의 ‘Beautiful’ 뮤직비디오(Movie ver.)는 작정하고 90년대 대학생․고등학생 스타일을 소환한다. 대학생 스타일을 맡은 옹성우는 집에서 혼자 공부를 하든 공사장에서 노동을 하든 셔츠 단추를 목까지 꽉 채운다. 고등학생 스타일은 강다니엘, 박지훈, 윤지성이 나눠서 맡았는데 무슨 이유에서인지 90년대 10대 패션의 핵심인, 바닥을 모두 쓸어버릴 기세의 힙합 팬츠는 입지 않는다. 대신 데님 재킷․팬츠, 스트라이프 티셔츠, 후드집업을 활용해 1997년 개봉한 영화 ‘비트’의 정우성 패션을 거의 그대로 모사한다. 옹성우가 반듯하고 청순한 ‘교회 오빠’ 이미지를, 강다니엘 등이 적당히 반항적인 고등학생 이미지를 구축한 것이다. 워너원은 이처럼 20․30대, 넓게는 40대 여성들에게 강력한 신호를 보낸다. 청춘의 생기, 90년대의 복고 감성은 표출하되 최대 팬층이 부담스러워할 정도의 공격적인 이미지는 걷어냈다는 신호 말이다. 강다니엘․박지훈․옹성우․황민현을 통해 운동복과 제복 입은 남성에 대한 오랜 환상까지 건드리면서. 그 유명한 강다니엘의 ‘어깨’를 끊임없이 강조하면서. ‘Beautiful’의 스타일 콘셉트는 그러나 콘텐츠 공급자가 소비자의 수준을 띄엄띄엄 봤을 때 생길 수 있는 불상사가 무엇인지 명확하게 보여준다. 일단 이런 식의 조잡한 스토리텔링에 감정이입하기에는 20~40대 여성 소비자들의 눈높이가 너무 높다. 이야기의 흐름과 상관없이 타임슬립이라도 하듯 널뛰는 의상 배치의 엉성함, 90년대 스타일 중 요즘 청년들이 입어도 어색할 것 없는 아이템만 고른 안이함도 이들의 패션 감성을 충족시키기에는 부족하다. 워너원이기 때문에 참아주기에는 청순한 대학생 이미지도, 오토바이를 타고 질주하는 고등학생 이미지도 너무 뻔한 것이다. 그때 그 시절을 완벽하게 재현하든가, 아니면 아이유의 ‘밤편지’ 뮤비처럼 시대적 배경이 불분명한 스타일링으로 옛 감성만 살짝 빌리든가. 어느 쪽도 살리지 못한 총체적인 난국은 유튜브 세대가 원하는 감성 폭격에 실패할 수밖에 없다. 제대로 된 복고 판타지였다면 환호해줄 팬들이 차고 넘치는데 말이다.
김선주(라이프스타일리스트)

‘Beautiful’은 ‘프로듀스 101 2’의 엄청난 성공, 그리고 ‘에너제틱’과 ‘활활’로부터 완전히 방향을 전환한 것처럼 보인다. ‘기세’ 자체를 콘셉트 삼았던 워너원의 지난 활동들과는 다르다. 2000년대 초반풍의 미디엄 템포 발라드와 복고풍 스타일링, ‘보육원 출신의 소년들’과 ‘어릴 적 헤어졌다 다시 만난 형제’처럼 진부한 소재만 모아 만든 드라마타이즈 뮤직비디오처럼 다소 높은 연령대의 대중에게도 폭넓게 먹힐 것 같은 요소들을 느슨하게 묶어냈을 뿐이다. ‘1-1=0’라는 앨범 제목, ‘불완전한 너와 나 아름다울 우리’라는 티저 이미지 속 문구 등은 팀의 일체감과 멤버들 간의 애틋함을 강조하려 하나 실은 이별과 그리움에 관한 평범한 노래에 그럴듯한 설명을 덧씌운 결과물에 가깝다. 이들은 한창 기세 좋게 활동하는 중이고, 팬들과든 멤버들과든 이별한 적이 없으며, 아이오아이가 ‘소나기’를 부를 때처럼 활동 마무리에 이른 것도 아니다. 워너원이라는 팀의 특성과 서사를 전혀 고려하지 않은 듯한 이 콘셉트를 두고 멤버들 개개인의 소화력을 따져보는 게 의미가 있을까? 굳이 따지자면 콘셉트와 곡의 정서는 모든 멤버가 함께하지 못하고 있는 지금의 뉴이스트에 더 어울리고, 바로 그 점에서 이번 앨범과 잘 맞는 멤버를 꼽는다면 황민현 정도다. 다시 말해, 워너원의 앨범에서 워너원은 어디로 갔는가?
황효진(칼럼니스트)

가을이니 가을에 어울리는 팝발라드 곡을 만들고, 다른 보이그룹보다 구매력 높은 30~40대 팬이 많은 편이니 그들이 열광했던 영화 ‘비트’와 왕가위의 1990년대 영화 스타일을 그 시절 조성모의 뮤직비디오처럼 편집한다. 또한 곡의 도입부와 마무리는 센터인 강다니엘이 맡고, 뮤직비디오에서 그에게 분량을 중점적으로 주면서 데뷔 앨범에서의 분량 논란에 대해 답했다. 워너원의 신곡 ‘Beautiful’은 그렇게 시장의 여러 요구를 반영했다. 천만 영화를 위해 여러 관객층의 요구를 분석해 반영하는 CJ E&M의 영화와 비슷한 모양새다. 상업성을 만족시키기 위한 전략에 있어서는 적절한 답을 냈다고 할 수도 있다. 하지만 워너원의 데뷔곡 ‘에너제틱’이 Mnet ‘프로듀스 101 시즌 2’를 통해 엄청난 반응을 얻으며 시작한 팀의 기세를 곧 팀의 이미지로 구체화시킨 반면, ‘Beautiful’은 이 곡이 워너원의 매력 중 무엇을 표현하려 한 것인지 모호하다. 듣기 편하게 흘러가는 곡이다 보니 멤버들의 보컬이 가진 색깔이 잘 드러나는 것도 아니고, 미디엄 템포의 곡에 보이그룹으로서의 군무를 넣으려다 보니 파트의 동작들이 잘 이어지지 않고, 멤버들은 각자의 파트에서 군무에서 빠져 나와 혼자 노래를 부르는 것을 반복한다. 1절의 ‘I miss you… (후략)’ 부분에서 멤버들이 우아하면서도 역동적인 군무를 추는 순간은 신화가 ‘T.O.P’로 활동하던 시절을 잠시 연상시킬 만큼 인상적이지만, 무난하게 흘러가는 멜로디 안에서 안무가 이 에너지를 유지하지는 못한다. 후렴구의 안무는 해프닝에 가까운 표절 시비보다 왜 곡의 가장 중요한 부분에서 느린 스텝을 밟는 정도가 전부인 동작이 들어갔느냐가 진짜 문제일 것이다. 무난한 대신 폭 넓은 인기를 노린 결과로 나온 무난한 곡에 제대로 된 흐름을 가진 안무가 붙기는 어렵고, 그만큼 무대 위에서 멤버 개개인의 개성도 살아나기 어렵다. 워너원이 ‘프로듀스 101 시즌 2’를 통해 만들어진 멤버 개개인의 매력이 정체성이나 다름없는 팀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Beautiful’은 상업성에 필요한 요소들을 모두 만족시키려다 멤버들의 캐릭터가 성장하거나 실력을 어필할 기회를 잃었다. 엄청난 팬덤을 가진 팀이니 지금은 아무래도 좋아 보일 수 있다. 하지만 무대 위에서 멤버의 캐릭터와 성장을 표현할 수 없는 팀이라면, 그 팀의 정체성은 어디에서 찾아야 하는가. 결국 멤버 개개인의 인기로 ‘하드캐리’하는 것만이 이 팀의 남은 답이 될까. 남들도 생각할 법한 쉽게 나온 답은 한 번쯤 의심해볼 필요가 있다.
강명석 (매거진 ‘ize’ 편집장)
CREDIT 글 | 복길, 김선주, 황효진, 강명석
교정 | 김영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