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세종, 현실에 없는 현실남자

2017.11.15 페이스북 트위터


“양세종씨 경력이 길지 않은 배우임에도 불구하고, 그런 느낌을 받을 수 없고요. 괜히 하는 말이 아니라 남자인 저도 마음이 설레고 있습니다. 저희 스탭들 모두가 자기 할 일을 잊고 모니터 앞에 넋을 빼고 있어서 제가 굉장히 곤혹스러운 상황입니다.” SBS ‘사랑의 온도’ 제작발표회에서 남건 감독이 온정선을 연기하는 양세종에 대해 한 말이다. ‘사랑의 온도’에서 어린 나이에 성공한 셰프이자 6살 연상의 이현수(서현진)을 사랑하게 된 온정선을 맡은 양세종은 2017년 10월 드마라 배우 브랜드평판 조사결과 2위, 11월에 7위에 올랐다. 장나라, 이종석, 송승헌 등 오랜 경력과 이름이 알려진 배우들 사이에서 작년 11월 SBS ‘낭만닥터 김사부’로 데뷔한 배우가 이런 화제성을 갖는 경우는 이례 적이다. 큰 키에 마른 몸, 쌍커플 없이 큰 눈에 서글서글한 얼굴은 최근 인기를 얻는 ‘요즘 얼굴’이다. 하지만 양세종이 이렇게 주목 받는 이유는 단지 외모 덕만은 아니다.

온정선은 가정폭력을 저지른 아버지(안내상)처럼 되지 않기 위해 작은 폭력에도 신경 쓴다. 화가 나도 대화를 하려 노력하고, 자신을 거절한 여자에게 끊임없이 구애하거나 굳이 전화번호를 알아내려 애쓰지도 않는다. 온정선을 짝사랑하는 지홍아(조보아)가 자신을 사랑하지 않는다며 화를 내자 “난 네 감정에 내 책임 없다. 네 감정은 네가 책임지고 처리해라. 더 이상 나한테 감정폭력 쓰지 마라”라고 말하며, 반대로 좋아하는 사람에게는 “사귀자”며 명확하게 감정을 표현한다. 감정표현은 분명하고, 감정을 처리하는데도 깔끔하다. 좋아하는 이현수에게 차분하게 “(엎지른 물을 닦으며) 이런 건 잘하는 사람이 하는 거야. 이런 건 내가 잘하니까, 현수씨는 현수씨가 잘하는 거 하면 돼”라고 말하는 남자 캐릭터. 상대방이 부담스러울 만큼 구애하지도, 지나치게 까칠한 나쁜 남자 스타일도 아니다. 온정선은 스스로를 “모든 걸 받아주는 남자 기대 하지마. 여자들이 만들어낸 환상에만 있어. 나 현실남자야. 현실 남자로 대해줘. 그러니까 사랑할 때, 고백할 때 매달릴 때 받아줬어야지”라고 말한다. 하지만 따뜻하고, 차분하고, 자신의 감정에 대해 분명하게 표현하고, 공격성도 없는 이 캐릭터는 정말 환상적이다.

과거 몇 번의 드라마 출연으로 단번에 주연에 오르며 스타덤에 올랐던 배우들과 달리, 지금의 20대 배우들은 조연이나 30대 남자주인공의 아역부터 차근차근 경력을 밟아도 드라마 주연을 하기 힘들어졌다. 그런데 양세종은 온정선처럼 남보다 빠르게, 길지 않은 경력으로 20대에 성공을 이뤄냈다. ‘사랑의 온도’에서 이수현 작가와 PD는 드라마에서도 해피엔딩을 꿈꾼다며, 자신이 쓰는 드라마가 해피엔딩이어야 한다고 말한다. 양세종도 그런 해피엔딩을 맞이할 수 있을까. 평범한 20대 청년도, 20대 배우도 버티기 어려운 이 시대에.
CREDIT 글 | 이지혜
교정 | 김영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