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금빛 내 인생’, 주말드라마가 ‘흙수저’를 말할 때

2017.11.13 페이스북 트위터


KBS ‘황금빛 내 인생’에서 주인공 서지안(신혜선)의 가족들은 겉으로는 화목하지만 속으로는 해결할 수 없는 문제들을 껴안고 있다. 아버지 서태수(천호진)는 사업 실패 이후 일용직을 전전하고, 어머니 양미정(김혜옥)은 생활고에 시달리며 자신의 욕망을 포기해야만 했다. 장남 서지태(이태성)는 집안의 빚을 떠맡게 된 이후 비혼을 결심했고, 막내 서지호(신현수)는 대학을 가는 대신 몰래 아르바이트를 하며 장사 밑천을 모으려고 애쓴다. 그리고 서지안은 대기업 계약직 사원으로 2년 동안 일하며 필사적으로 노력했지만, 낙하산에게 정직원 자리를 빼앗기고 만다. 본래 재벌가의 딸이자, 자신이 좋아하는 일을 하는 서지수(서은수)를 제외하면 가족들 모두가 각자의 세대를 대표할 만한 고민들을 보여준다.

‘황금빛 내 인생’의 가족은 이른바 ‘흙수저’라는 하나의 계급으로 묶인다. 이 계급 안에서 가족의 고민은 서로 다르지만 결국은 같다. 그래서 이들은 원하는 바를 이루기 위해 가족을 부정하거나 이탈하기도 한다. 취업에 실패하고 여러 난관에 봉착한 서지안은 재벌가에 가기로 결심한 뒤 자신을 붙잡으려는 아버지에게 “나 더 못 하겠어. 싫어요. 나 정직원 될 수 있었어요. 그런데 내 친구가 낙하산으로 내려왔어. 이게 세상이에요. 학교 다니며 알바 하며, 그런 애들을 어떻게 이겨”라고 말한다. ‘황금빛 내 인생’에서 가족은 단단한 울타리가 아니라 넘어서야 할 벽처럼 그려진다.

이 과정에서 가족의 중심에 있는 아버지의 권력, 즉 가부장제는 자연스럽게 약화된다. 가족 구성원들은 만족스럽지 않은 상황 속에서 가능한 최선책을 선택하고, 부모는 이를 받아들일 수밖에 없다. 서지태는 아버지의 집에 신혼살림을 꾸리기는 하지만, 결혼은 자신들의 방식에 맞춰 진행하고 이를 부모에게 통보한다. 서지호는 아버지에게 그동안 수능 준비를 하지 않았다는 사실을 들킨 후 대학에 진학하지 않겠다는 뜻을 분명히 밝힌다. 반면 서지안은 재벌가의 딸이 되면서 경제적인 안정을 찾는 대신 그 가족의 룰에 따를 것을 요구받는다. 사소한 취향, 행동 하나하나까지 재벌 부모의 취향에 맞춰야 한다. ‘황금빛 내 인생’은 가족 제도가 경제적인 여건과 얼마나 밀접하게 연관돼 있는지 보여주면서, 경제적인 문제가 가족과 개인의 관계를 어떻게 설정하는지 보다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부모의 경제력이 자식을 움직이는 힘이 되고, 자식은 부모의 경제력에 의존하고 싶다면 부모가 원하는 삶을 살아야 한다. ‘황금빛 내 인생’은 IMF 이후 가족이 어떻게 구성되고 움직이는지에 대한 보다 적나라한 풍경이다. 누군가에게 가족은 짐이고, 자식은 물론 부모마저도 자식이 가족을 탈출하는 게 낫다는 결론을 내리는 것은 파격적이다. 이것은 ‘황금빛 내 인생’이 서지안과 서지수의 대립이 아니라 한시도 마음을 놓을 수 없는 서지안의 삶에 중심을 두게 된 까닭이기도 할 것이다.

물론 ‘황금빛 내 인생’이 가족이라는 가치를 완전히 배제하는 것은 아니다. 서지태의 상황을 알면서도 그와의 결혼을 원했던 이수아(박주희)는 웨딩드레스부터 아파트까지 자신이 꿈꾸던 모든 것을 당연하게 포기했고, 서지안은 자신이 진짜 딸이 아니라는 사실을 알고 난 순간부터 자신보다 가족을 지키기 위해 필사적으로 노력한다. 그리고 서태수는 다시 사업을 시작하는 것으로 가장으로서의 책임을 다하고 잃어버린 신뢰를 회복하려고 노력한다. 소현경 작가는 전작 KBS ‘내 딸 서영이’에서도 가족이라는 굴레에서 벗어나고자 했던 여성이 끝내 아버지와 화해하고 가족애를 회복하는 이야기를 완성했고, 이것은 결국 가족 구성원의 화해와 행복이라는 주말드라마의 기본적인 가치를 지지하는 것이기도 하다. 하지만 이것은 단지 장르의 클리셰일 뿐만 아니라 지금 많은 사람이 추구하는 이상적인 행복이기도 하다. 가족을 떠난다는 선택에 대해 시청자들이 그 심정을 납득하는 시대에, ‘황금빛 내 인생’은 어떻게 가족의 이상을 현실에 맞닿게 그릴 수 있을까.
CREDIT 글 | 서지연
교정 | 김영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