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혜선, 캔디의 도약

2017.11.08 페이스북 트위터


KBS 주말드라마 ‘황금빛 내 인생’에서 신혜선이 연기하는 서지안은 자신이 재벌가의 딸이 아니고, 모든 것이 엄마 양미정(김혜옥)의 거짓말이라는 사실을 깨닫고 오열한다. 드라마의 가장 큰 비밀이 밝혀지는 이 장면에서 그는 몸을 웅크리고 제대로 소리조차 내지 못한 채 눈물을 쏟아낸다. 하지만 다음 순간, 회사에서 온 전화를 받고 몸과 마음을 추스를 새도 없이 자신의 자리로 복귀한다. 그 후 서지안은 최도경(박시후)의 요구대로 자신의 비밀을 감추고 회사 창립 이벤트를 무사히 마치기 위해 전력을 다한다. 천연염색 장인을 찾아가다 산속에 고립될 뻔하고, 이벤트 당일까지 부상을 입으며 정신없이 뛰어다니던 그는 이를 악물고 모든 일을 완성시켜 간다.

전작인 tvN ‘비밀의 숲’에서 신혜선은 쉽지 않은 상황 속에서 자신의 일을 해내고야 마는 초임검사 영은수였다. 그는 서동재(이준혁)와의 대치 장면에서 자신의 목숨을 담보로 서동재를 협박, 그가 범인이 아니라는 사실을 황시목(조승우)에게 납득시킨다. ‘비밀의 숲’과 ‘황금빛 내 인생’에서 그는 각각 신분 상승과 복수라는 뚜렷한 동기에 따라 움직이는 캐릭터를 연기하고, 그만큼 자극적인 상황만을 부각시키기 쉽다. 그러나 신혜선이 연기하는 인물들은 자신의 욕망과 해야 할 일 사이에서 위태로울지언정 균형을 잃지 않는다. 그 결과 시청자들은 그들에게 서서히 공감하고 나아가 응원까지 보낸다. ‘황금빛 내 인생’에서 서지안은 신분 상승을 위해 누군가에게 해를 끼치려는 음모를 꾸미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능력만으로 집안사람들의 인정을 받는 모습을 보여준다. 신혜선의 선해 보이는 얼굴은 KBS ‘아이가 다섯’의 순진한 초등학교 교사 이연태처럼 전형적으로 사용되기도 했다. 그러나 신혜선은 이후 특별한 메이크오버로 자신의 인상을 바꾸기보다는, 연기를 통해 자연스럽게 캐릭터를 납득시키는 것을 선택했다. 어떤 상황에서도 흔들림 없이 자신의 길을 걸어나가는 캐릭터들은 어느새 신혜선의 새로운 얼굴이 됐다.

신혜선은 데뷔작 KBS ‘학교 2013’에서 본명과 같은 이름의, 캐릭터 설명조차 없는 배역을 맡았고, 그로부터 5년여 동안 다양한 캐릭터를 연기했다. 그래서 어떤 배우가 되고 싶냐는 질문에 “오래오래 연기를 하는 배우가 되고 싶다. 어떤 작품에서 무슨 역할을 해도 어색하지만 않았으면 좋겠다(‘시선뉴스’)”고 대답했지만, 지난 시간 쌓아온 그의 역량은 단지 그가 연기를 계속할 수 있게 할 뿐만 아니라, 대중이 그를 주목하도록 만든다. 신혜선의 첫 주연작인 ‘황금빛 내 인생’은 16회 만에 시청률 35%(닐슨코리아 기준)를 넘어섰다. 외로워도 슬퍼도 꾸준히 자신의 일을 해온 캔디가 자기 힘으로 만든 눈부신 성과다.
CREDIT 글 | 서지연
교정 | 김영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