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지의 시즌 2

2017.11.01 페이스북 트위터


SBS ‘박진영의 파티피플’에서 박진영은 수지에게 재계약과 관련된 이야기를 꺼냈다. 수지가 의외로 “여우 짓”을 안 하더라는 이야기에 멋쩍은 듯 웃던 수지는 잠시 후 말했다. “(재계약을 안 했으면) 제가 여기 나올 수나 있었을까요.” 웃으며 농담으로 던진 이야기지만, 이 한마디는 수지의 현재를 보여준다. “내(박진영)가 하라면 해야 했던” 아이돌은 자신을 “발견해준” 박진영에게 자신의 의사를 명확하게 전달할 수 있게 됐다. 방송에서든, 재계약 협상 테이블에서든.

그동안 수지는 영화, 드라마, CF 등에서 첫사랑, 여동생처럼 자신의 이야기를 하기보다 상대에게 에너지를 주는 밝고 예쁜 소녀였다. ‘비타 500’ CF에서는 오로지 “힘내세요!”를 외쳤고, ‘더 페이스 샵’ CF 속 말 없는 청순한 여성은 ‘건축학개론’의 첫사랑 서연보다 밝게 웃기만 했다. 하지만 딩고와 함께 만든 리얼리티 ‘오프 더 레코드’에서 “친구들이 다 하지 말라고, 안 하는 게 득일 것 같다며 가만히 있으라고” 했다던 수지는 “소주를 가장 좋아한다.”고 말했다. 그리고 공교롭게도 이즈음부터 그는 자신의 모습을 다양하게 보여줬다. 인스타그램에는 자정이 되어가는 시각까지 춤 연습을 하는 동영상을 올리고, tvN ‘SNL Korea’의 한 장면을 흉내 내 올린 뒤 친구들과 댓글을 주고받으며 재밌어하기도 했다. 그리고 SBS ‘당신이 잠든 사이에’에서 사회부 기자 역할을 맡아 사건 현장에서든 남자친구 앞에서든 누구보다 주도적으로 상황을 이끌어가는 연기를 보여준다. 현실에서는 ‘행복한 척’이 음원 차트에서 1위를 했다는 소식에 노래를 열창하고, 드라마에서는 이전보다 훨씬 능동적이고 쾌활한 캐릭터를 연기하면서, 수지는 자연스럽게 대중이 생각하는 자신의 이미지를 바꿔나간다. 그래서 “(남들의 시선 때문에) ‘척’하는 게 어쩔 수 없이 더 많아지는 게 있는 것 같아요.”라는 수지의 고백은 “말해도 안 믿을 거잖아요.”라며 덤덤한 척 자신의 불안을 감추는 남홍주와 닮아 보이기도 한다. ‘건축학개론’을 통해 강렬한 캐릭터를 얻었던 그는 리얼리티 쇼와 인스타그램을 통해 자신의 모습을 드러내고, 하고 싶었던 춤과 노래를 하고, 이전과 다른 캐릭터를 연기하면서 스스로 대중의 시선을 바꿔나간다.

요즘 아이돌의 팬들은 아이돌에게 “하고 싶은 것 다 해”라는 말을 하곤 한다. 통상 아이돌은 하고 싶은 것보다는 하기 싫은 것을 더 많이 해야 하는 경우가 많기에, 팬들이 아이돌에게 용기를 내라는 의미로 하는 것이기도 하다. 하지만 수지는 이제 이 말을 자신이 스스로 하고 있는 듯하다. 누군가에게 하고 싶은 것 다 하라는 말을 듣는 것이 아니라 하고 싶은 것은 다 할 거라는 태도. 수지가 전보다 더 자신의 모습을 찾아나가고 있는 것일까. 재계약도 했으니 말이다.
CREDIT 글 | 박희아
교정 | 김영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