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유가 만드는 옛 노래

2017.09.27 페이스북 트위터


이유가 두 번째 리메이크 앨범 ‘꽃갈피 둘’에서 리메이크한 ‘어젯밤 이야기’는 3인조 보이그룹 소방차가 1987년 발표했다. 그런데 아이유의 ‘어젯밤 이야기’ 뮤직비디오 속에 등장하는 브라운관 TV에는 이런 문구가 등장한다. ‘X세대 필수품!’ X세대는 1990년대 이후에 등장한 개념이다. 굳이 따지자면 고증 오류라고 할 수도 있다. 하지만 이 뮤직비디오 속 아이유의 방은 애초에 1980년대 한국에 존재할 수 없었다. 벽의 화려한 색감과 아기자기한 소품은 1987년이 아니라 2017년의 감각이다. 브라운관 TV 속 영상과 폰트 역시 그때의 CF가 아니라 그때를 오마주한 요즘의 결과물이라 할 수 있다. 그 점에서 ‘어젯밤 이야기’ 뮤직비디오는 요즘 브라운관 TV를 ‘복고’라며 인테리어 소품으로 쓰는 것과 비슷한 감각으로 보인다. 과거를 떠올렸을 때 생각할 수 있는 이미지들을 가져와서 현재의 감각으로 꾸민다.

‘어젯밤 이야기’는 발표 당시 그때의 10~20대에게 새로운 댄스 음악이었다. 원곡의 도입부에서 강조되는 전자음은 그 새로움을 더욱 부각시키는 장치였다. 하지만 아이유는 원곡의 상징과도 같았던 그 소리를 기타 연주로 대체하면서 밴드 라이브의 느낌을 보다 강조한다. 원곡이 전자음을 통해 그 시절 ‘요즘 음악’의 느낌을 부여했다는 것을 감안하면, 아이유의 ‘어젯밤 이야기’는 원곡보다 더 과거의 음악처럼 들린다. 김건모의 ‘잠 못 드는 밤 비는 내리고’도 마찬가지다. 당시 서태지와 아이들 이후 거대한 유행이 된 댄스음악의 흐름 안에서 나온 이 곡을, 아이유는 뮤직비디오에서부터 밴드 라이브를 콘셉트로 한다. ‘어젯밤 이야기’처럼 곡의 핵심이던 전자음은 아이유 자신의 코러스로 대체되고, 베이스, 기타, 건반이 곡을 끌고 간다. 뮤직비디오의 의상 또한 1980~90년대의 스타일이 뒤섞여 있다. ‘어젯밤 이야기’ 뮤직비디오 마지막에서 탁상시계가 부서지는 장면은 일종의 선언처럼 보인다. 아이유는 자신이 부르는 곡이 언제 발표됐는지, 그것을 어떻게 재현할지에 대해서는 그리 신경 쓰지 않는다. 대신 과거의 곡들을 통해 자신이 상상하는 과거의 이미지를 표현한다.

과거의 어느 시대가 아니라 과거 그 자체의 느낌을 만들어내는 노래. 아이유는 지난봄에 발표한 ‘밤편지’에서 이미 이 존재하지 않는 과거를 선보인 바 있다. ‘밤편지’는 신곡이었지만, 동시에 과거의 포크송처럼 들렸다. 아이유는 ‘꽃갈피 둘’에서 실제 존재했던 과거의 곡들을 같은 방식으로 해석한다. ‘어젯밤 이야기’는 남자들이 어젯밤의 이야기를 왁자지껄하게 떠들던 노래였다. 하지만 아이유는 이것을 한 여자가 지난밤에 겪은 일을 회상하는, 이미 지난 일에 대한 노래로 바꾼다. 목소리는 담담해졌고, 뮤직비디오는 지난밤의 화려한 파티에 제대로 끼지 못한 채 집으로 돌아온 여자를 보여준다. 후렴구인 ‘어젯밤 파티는~’ 부분을 부르는 아이유의 보컬은 언뜻 김완선이 이 노래를 1980년대에 불렀다면 어떤 의미를 가졌을 것인가에 대해 상상하게 만든다. 그는 과거의 곡들을 서늘함마저 느껴지는 관조적인 태도를 통해 아예 지나가버린 일들로 만든다. 회상이 아닌 ‘그대’와 하고 싶은 것들을 담은 ‘매일 그대와’나 원곡 자체가 사람들이 만들어내는 풍경을 관찰하는 양희은의 ‘가을 아침’ 정도가 무난한 해석을 보여준다.

정미조의 ‘개여울’과 이상은의 ‘비밀의 화원’은 아이유의 시선을 통해 보다 문제적인 순간들을 낳는다. 정미조는 김소월의 시가 곧 가사인 이 노래를 격정적으로 불렀다. 가사에 묘사된 모든 일들을 겪고 다시 또 ‘개여울에 주저앉아’ 누군가를 기다리는 사람처럼, 그는 인생의 희로애락을 드라마틱하게 담아냈다. 반면 아이유는 모든 것이 끝난 뒤의 회한과 기다림에 보다 집중한다. ‘비밀의 화원’ 또한 아이유의 목소리는 ‘난 다시 태어난 것 같아 그대를 만나고부터’라는 원곡의 가장 활기찬 순간마저 이미 지나가버린 일처럼 만들어버린다. 자신에 대한 불안과 그럼에도 앞으로 나가려는 의지를 동시에 표현한 원곡에 비하면, 해석과 표현이 단조롭게 느껴진다. 그러나 자신이 상상하는 과거의 이미지에 집중하는 아이유의 해석은 ‘누구나 조금씩은 틀려 / 완벽한 사람은 없어 / 실수투성이고 외로운 나’라는 가사가 담은 감정을 증폭시킨다. 감정을 절제하고, 가사 속 일들을 흘려보내듯 부르는 ‘개여울’에서의 보컬 또한 정미조만큼 복합적인 감정을 표현했다고 할 수는 없다. 그러나 정미조보다 윤상이 만든 ‘소월에게 묻기를’을 부를 때의 정훈희를 연상시키는 아이유의 목소리는 ‘개여울’의 이야기 속으로 들어가는 대신 한 발 떨어져 모든 것을 지켜보는 시선으로 가사를 해석한다. 그 결과 ‘날마다 개여울에 나와 앉아서 하염없이 무엇을 생각합니다’라는 부분만큼은 원곡 이상으로 선명하게 그려낸다. 좋든 나쁘든, 아이유는 자신이 표현하려 했던 해석을 끝까지 밀어붙인다.

그 점에서 ‘꽃갈피 둘’의 리메이크는 중의적인 의미를 갖는다. 아이유는 과거의 노래들을 다시 불렀다. 하지만 이 과정을 통해 자신의 머릿속에 있던 과거를 만들어낸다. 즉, 이것은 미래의 세대가 만들어낸 새로운 과거다. 1967년에 나온 ‘개여울’과 2003년의 ‘비밀의 화원’은 결코 한 시대로 묶일 수 없다. X세대였던 누군가에게는 5년 차이로 발표된 ‘어젯밤 이야기’와 ‘잠 못 드는 밤 비는 내리고’도 다른 세대의 노래일 수 있다. 하지만 1993년생 아이유나 그의 또래들에게 이 곡들은 모두 옛날 노래다. 그들은 ‘꽃갈피 둘’의 모든 노래들을 음원사이트나 유튜브로 들을 수 있다. 그들에게 과거의 음악은 이전 세대와 다른 의미를 갖는다. 과거의 노래들을 CD나 LP처럼 그 시대의 매체를 통해서 듣지 않아도 된다. 그들에게 과거는 음원사이트의 수많은 곡들 중 자신의 입맛에 맞게 편집한 플레이리스트일 수 있다. ‘꽃갈피 둘’은 그들이 음악적 주도권을 갖기 시작했을 때 과거의 한국 대중음악을 어떻게 표현할 수 있는지에 대한 첫 번째 사례다. 그래서 아이유가 ‘꽃갈피 둘’에 故 김광석의 ‘잊어야 한다는 마음으로’를 넣으려 했다는 것은 단지 좋은 곡을 고른 것으로만 보이지 않는다. ‘꽃갈피 둘’은 2017년의 ‘다시 부르기’일 것이므로.
CREDIT 글 | 강명석
교정 | 김영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