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원재, 그리고 ‘괜찮은 노래들’

2017.09.25 페이스북 트위터


우원재의 ‘시차’는 그가 Mnet ‘쇼미더머니 6’에서 미처 부르지 못한 결승곡이었다. 파이널 라운드에서 들려줄 트랙이었던 만큼, 이 곡의 가사에는 방송에서 보여준 우원재의 장점과 유독 호불호가 갈린 그의 어두운 캐릭터가 모두 담겨 있다. ‘쇼미더머니 6’의 이지혜 PD는 “우원재의 가사는 어두운 내면의 이야기부터 편하게 다들 공감할 수 있는 소재까지 풍부하게 다룬다. 이 곡을 결승에서 우원재가 불렀다면 ‘쇼미더머니 6’로 그가 완성된 느낌이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시차’는 대학 강의실에서 타투를 가리라는 교수님의 잔소리에서부터 시작돼 로꼬와 그레이라는 인기 뮤지션과 자신을 ‘We Are’로 동일시하며 끝을 맺는다. 평범한 일상과 자신에 대한 선언의 결합, 그것이 우원재의 ‘시차’다.

‘시차’는 지난 20일 가온차트 기준 디지털 종합, 다운로드 종합 2주 연속 1위를 차지했고, 스트리밍 종합 차트에서도 1위였다. 물론 우원재의 이름을 알린 것은 ‘쇼미더머니 6’고, 그 영향력을 무시할 수는 없다. 그러나 이른바 ‘벽돌차트’라 불릴 만큼 상위권 음원 순위 변동이 거의 일어나지 않는 멜론 차트에서 방송과 별개로 발매한 래퍼의 음원이 단번에 1위로 올라서는 일은 흔치 않다. ‘쇼미더머니’에서 우승을 차지했던 래퍼들의 음원이 스트리밍 차트 1위에 오르는 일도 별로 없었다. 이에 대해 많은 음원 차트 관계자들은 “음악 예능 프로그램이 활성화됐던 당시에는 방송의 영향력이 컸다. 그러나 요새는 그렇게 소비되는 음악이 상대적으로 많이 줄어들었다.”고 말했다. 가장 많은 이용자 수를 보유한 음원 사이트 멜론의 관계자 A는 “우원재가 비와이처럼 가장 임팩트가 컸던 출연자라 관심을 받았을 수는 있다.”면서도 “다른 곡은 힙합을 좋아하는 팬들에게서 ‘촌스럽다’는 반응이 나오기도 했는데, ‘시차’는 그 사이에서도 반응이 좋았기 때문에 다른 이유가 있다고 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멜론의 관계자 B는 “멜론을 비롯해서 우리나라 스트리밍 시장에 있는 주요 고객 연령층은 대부분 20대 중반을 정점으로 해서 표준편차가 굉장히 작은 모양새”라고 설명했다. 대학교 강의실에서부터 자신의 삶을 성찰하는 우원재의 가사는 가장 다수에 해당하는 고객층의 공감대를 끌어낼 수 있고, 그 결과 높은 음원 성적으로 이어질 수 있다. 우원재의 ‘시차’가 1위 자리에서 밀어낸 음악은 절절한 이별을 노래하는 가사로 20-30대 남성들의 높은 지지를 얻은 윤종신의 ‘좋니’였다.

‘시차’와 ‘좋니’는 최근 들어 음악 산업 관계자들도 쉽게 흥행 이유를 분석하기 어려운 노래들의 예다. 우원재와 윤종신은 아이돌 스타들과 같은 강력한 팬덤도 없고, 아이유처럼 음원이 공개되면 수많은 사람들이 무조건 듣는 ‘음원 강자’의 위치에 있지도 않았다. B는 “윤종신이나 수란, 김나영 같은 사례는 단순한 수치 자료로 이들의 부상을 설명하기에 굉장히 어렵다. 수란의 ‘오늘 취하면’은 방탄소년단 멤버인 슈가가 프로듀싱해 팬덤에서 화제가 됐지만, 그 점만으로 장기간 1위가 가능했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B는 이렇게 말했다. “이들의 공통점을 꼽자면 딱 하나다. 음악 스타일, 노래 가사를 합쳐 모든 음악 퀄리티 면에서 ‘괜찮은 음악’이라는 특징밖에 없다.” 이 ‘괜찮은’ 음악이 의미하는 바가 무엇인지는 정확히 정의하기 어렵다. 다만 지금 음원사이트 이용자들이 ‘괜찮은 음악’이라 하는 어떤 기준들이 새롭게 만들어지는 중이라고 할 수는 있다. 부르는 가수가 크게 유명하지 않아도, 방송 프로그램의 힘을 그리 빌리지 않아도 다수의 취향에 맞아서 많이 플레이되는 노래들이 시장의 한 축을 형성해나가고 있다.

이 새로운 유형의 히트곡들은 음악 차트가 형성되는 과정이 변화하는 것과 맥을 같이 한다. 한 SNS 음악 플랫폼 관계자는 최근의 경향에 대해 “네이버 실시간 검색어에 오른 가수의 음악이 멜론 차트로 넘어가는 게 약 5년 전의 주된 차트 형성 방식이었고, 이제는 멜론의 규모가 커지면서 차트 내부에서 순위 싸움이 일어난다.”면서 “기존에는 음악 플랫폼이 네이버라는 포털과 페이스북 같은 SNS에 기생하는 구조였지만 더 이상 그럴 필요가 없어졌다.”고 말했다. 가수 개인의 인지도가 어느 정도 영향을 끼칠 수는 있지만 그것이 음원 순위 상위권까지 보장하지는 않는다. 대신 차트 안에서 어떻게든 일정한 지지를 얻는 곡이 되면, 그다음부터는 이용자들의 취향에 따라 순위가 올라갈 여지가 생긴다. 그리고 이런 과정에서 차트에서 살아남을 수 있는 ‘괜찮은 음악’이 무엇인지 고민하는 창작자들은 늘어간다. 음악 프로듀서 C는 “로꼬와 그레이처럼 음원 성적이 보장된 피처링을 쓰는 것도 방법이지만, 그마저도 세련된 비트와 꽂히는 멜로디가 없으면 높은 성적으로 이어지지 않는다. 다만, 대중이 느낄 때 세련되고 꽂힐 만한 게 뭔지 알아내는 건 우리도 어렵다.”고 털어놨다. 우원재는 ‘시차’에서 ‘난 적응해야 했거든 이 시차’라고 노래한다. 음악 산업의 주체들 사이에도 시차가 존재한다. 창작자부터 소비자까지, 적응은 모두의 몫이다.
CREDIT 글 | 박희아
교정 | 김영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