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탄소년단│① K-POP의 새로운 DNA

2017.09.19 페이스북 트위터


보이그룹 방탄소년단의 새 앨범 ‘Love yourself 承 Her’ 타이틀곡 ‘DNA’는 7명의 멤버가 곧 곡을 구성하는 기준이 된다. 곡 후반부의 ‘돌아보지 말아~ (후략) / 후회하지 말아~ (후략)’ 부분에서 두 명의 멤버가 같은 멜로디를 반복하는 정도를 제외하면, 이 노래는 멤버 파트에 따라 곡의 구성도 함께 변한다. 1절은 하이라이트라 할 수 있는 강한 비트가 등장하기 전까지, 전주를 빼고도 여섯 번 변한다. 여섯 번의 변화는 곧 여섯 명의 멤버가 각자의 캐릭터를 각인시키는 과정이다. 1절에서 멤버 뷔-제이홉-랩몬스터-정국 순으로 파트가 바뀔 때, 그들은 무대 한가운데서 각자 다른 노래, 랩, 춤으로 자신들의 캐릭터를 보여준다.  변화와 변화 사이에는 멤버들의 관계성, 또는 ‘케미스트리’가 있다. 파트를 마치고 무대 중앙에서 나가던 뷔는 들어오는 제이홉과 손을 잡은 뒤 잠깐 함께 춤을 춘다. 손을 잡는 순간의 가사는 ‘우리 만남은’이다. 그 결과 ‘만남’은 ‘Her’로 표현되는 여성에 대한 감정이 아니라 팀 멤버들 간의 유대감으로도 해석의 가능성을 열어놓는다. 이 유대감은 곡 후반부에 멤버들 모두가 손을 잡아 마치 DNA 구조 같은 안무를 보여주는 것으로 확대된다. 각자의 공간을 갖던 멤버들이 하나로 연결되고, 그 관계성, 또는 케미스트리의 근본에는 ‘DNA’가 있었다. 방탄소년단과 그들의 기획사 빅히트엔터테인먼트는 일반적인 기준과 형식을 깬, 4분이 채 안 되는 곡으로 온갖 상상이 가능한 캐릭터와 스토리를 펼쳐놓는다. 

그래서 ‘DNA’라는 제목은 K-POP, 또는 한국 아이돌 산업에 대한 선언처럼 보인다. 우리는, K-POP에 관한 새로운 유전자 지도를 갖고 있다. 방탄소년단은 ‘DNA’에서 K-POP의 한계를 계속 건드리면서, 그 한계를 K-POP에서 좀처럼 시도하지 않는 방법들을 통해 넘어선다. 멤버들이 다른 파트를 소화하며 개개인의 캐릭터를 부각시키는 것은 한국 아이돌 산업의 표준 기술이나 마찬가지다. 그러나 ‘DNA’는 아예 멤버들의 파트 변화를 곡의 기준 삼아 모든 부분에서 멤버들의 캐릭터가 부각되게 한다. 당연히 곡의 일관성이 떨어질 수 있다. 하지만 ‘DNA’는 기존 K-POP과 다른 방식으로 문제를 해결한다. 일반적인 한국 아이돌 그룹의 곡들은 가수의 목소리를 가운데 놓고, 연주로 그들을 감싼다. 반면 ‘DNA’에서 방탄소년단의 목소리는 울림을 조금씩 넣고, 코러스를 겹겹이 배치하면서 다른 소리들과 섞어놓는다. 곡의 소리는 다양한 소리들이 입체적으로 공간을 감싸도록 돼 있고, 방탄소년단의 목소리는 그 공간 중 일부가 된다. 이것은 노래와 연주 대신 특정한 분위기를 가진 가상의 공간을 전달하는 쪽에 가깝다.

‘DNA’의 믹싱과 퍼포먼스가 모두 좌우는 물론 앞 뒤, 즉 깊이를 만들어내는 데 집중하는 것은 우연이 아니다. 도입부의 베이스와 드럼은 등장하는 순서대로 다른 소리들보다 더 뒤쪽으로 배치돼서 앞뒤의 공간을 늘리고, 1절에서 랩몬스터의 목소리는 다른 멤버들에 비해 조금 더 뒤에서, 울림을 줄인 채 나오면서 입체감을 확보한다. 퍼포먼스에서는 뷔가 맨 뒤에 등장하며 노래를 시작하고, 2절에서 슈가-랩몬스터의 파트는 멤버들이 좌에서 우로 만들어낸 사선에서 각각 맨 앞, 가운데에 서 있다. 그다음 파트의 정국은 맨 뒤에서 앞으로 걸어 나오며 노래한다. ‘DNA’의 하이라이트 부분 퍼포먼스 역시 앞의 멤버들이 땅을 짚고 갑자기 뒤로 물러서는 것이다. 곡과 퍼포먼스 모두 좌우만 있는 평면 대신 입체를 선택하고, 그 안을 멤버마다 구성을 달리하며 다채로운 내용물을 담는다. 일반적인 곡이 귀에 걸리는 멜로디나 비트를 한두 개 집어넣는다면, ‘DNA’는 파트마다 다른 소리들을 공간을 구성하는 요소로 연출한다. 그 결과 휘파람과 기타의 조합부터 강렬한 비트까지 모든 부분이 귀에 걸리는 동시에, 큰 폭의 변화는 한 공간 안의 소리라는 일관성을 갖는다. 방탄소년단은 캐릭터, 케미스트리, 세계관이라는 K-POP의 요소를, K-POP에서 좀처럼 하지 않았던 것들로 더욱 치밀하게 구현한다. 

‘DNA’를 구성하는 요소들이 전에 없었던 것이 아니다. 원테이크를 활용한 3차원적인 안무는 EXO의 ‘으르렁’에서 정점을 찍었다. 멤버들의 캐릭터에 맞춰 파트마다 곡의 구성이 급격하게 변하는 것은 SM엔터테인먼트의 SMP(SM Music Performance)의 특징이기도 하다. 곡을 노래와 연주의 결합이 아니라 하나의 정서적 분위기나 구체적인 그림이 그려지는 가상의 공간처럼 표현하는 것은 동시대 서구 팝의 경향이기도 하다. 방탄소년단에게 ‘Best of Me’를 선사한 체인스모커즈의 여러 곡들도 그러하다. 그러나 ‘DNA’는 서구 대중음악의 경향과 다양한 요소들을 K-POP의 캐릭터와 스토리 안에 동시에, 더 집요하게 섞는다. 지민과 정국이 연결되는 ‘우주가 생긴 그날부터 계속 (후략)’은 보이그룹의 떼창에 이어 요즘 힙합에서 종종 들을 수 있는 플로우가 그대로 연결된다. 서구 대중음악의 경향을 연구한 믹싱은 캐릭터가 뛰어 놀 공간을 만드는데 쓰인다. 방탄소년단은 트위터와 유튜브를 통해 미국 시장에 알려졌고, 빌보드 시상식에 갔다. 그사이 멤버들은 미국 뮤지션들과 친분을 쌓고, 협업이 가능해졌다. ‘DNA’를 비롯한  ‘Love yourself 承 Her’의 결과물들은 그렇게 K-POP이 현재의 서구 대중음악 산업과 만났을 때 어떻게 변화할 수 있는지 보여준다. 

그 점에서 ‘DNA’는 아이돌 산업의 거의 모든 표준을 세운 SM엔터테인먼트에 대한 후발주자의 대답처럼 보인다. 캐릭터와 스토리를 결합하되 그것을 멤버들의 현실과 섞고, 군무를 하되 그 바탕에 힙합이 있으며, 아이돌로서 노래하되 서구 팝의 경향을 적극적으로 받아들인다. 물론 SM엔터테인먼트의 노하우는 앞으로도 한국 아이돌 산업의 표준이자 제작 지침이 될 것이다. 다만 이제 방탄소년단처럼 노래하고 춤추며 기획하는 방식도 참고할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시장의 환경은 과거와 또 달라질 것이다. 당장 ‘DNA’의 퍼포먼스를 방송해야 하는 방송사들은 좌우뿐만 아니라 앞뒤의 공간감을 어떻게 소화해야 할지 고민해야 한다. 또한 한국 아이돌 그룹이 서구 시장에서 통할 가능성이 생겼을 때 네이버 V앱-유튜브-페이스북 등의 대응도 달라질 수밖에 없다.

그 결과 방탄소년단의 세계는 성장과 확장을 계속 한다. 데뷔 당시 학교에서 꿈이 뭔지 고민하던 그들은 ‘화양연화’에서 세상 밖으로 나왔고, 이번 앨범을 발표하기 전에는 쇼트 필름을 통해 가상의 세계관을 더욱 넓혔다. 그사이 팀의 음악은 힙합과 EDM, 뭄바톤 등을 지나 K-POP과 서구 대중음악의 특징들을 화학적으로 결합했고, 퍼포먼스와 뮤직비디오는 점점 더 복잡하거나 거대해진다. 그리고 콘텐츠들이 새로운 요소들을 흡수해 진화할 때마다 그들의 팬덤은 기적적이라고 할 만큼 폭발적으로 성장했다. 그들의 캐릭터와 스토리는 언제나 성장과 변화를 필요로 했고, 성장과 변화는 새로운 영역으로 나아가는 계기가 됐으며, 새로운 땅에서는 새롭게 흡수할 것들이 생겼다. 그 계속되는 변신과 확장이 곧 방탄소년단의 근본적인 DNA일 것이다. 기업의 언어로 쓴다면 끊임없는 혁신이 폭발적인 매출 신장으로 이어졌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그보다 ‘드래곤볼’과 ‘에반게리온’의 어느 사이쯤 있는 주인공이라고 설명하는 것이 더 어울릴 듯하다. 평범한 학생이 성장을 거듭해 우주를 지키는 것처럼, 그들은 끊임없이 한계를 돌파하고 성장했다. 그리고 ‘DNA’에 이르러 가사에 우주가 등장했다. DNA의 변화가 우주까지 닿았다. 그래서 이번 앨범이 새로운 스토리의 ‘承’(승)에 해당하는 것은 우연처럼 보이지 않는다. 이야기가 절정으로 달하기 전, 흐름이 고조되는 승. 방탄소년단은 지난 5년간 그렇게 끊임없이 올라갔고, ‘DNA’는 계속 곡의 분위기를 상승시키다 갑작스럽게 비트를 ‘드롭’한다. 끊임없이 세계를 넓히고, 새로운 세계를만나고, 다시 세계를 넓힌다. 그들의 ‘ 結’(결)에는 무엇이 있을까. 혹시, 소년이 신화가 되는 것? 
CREDIT 글 | 강명석
교정 | 김영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