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소리가 정하는 아름다움

2017.09.13 페이스북 트위터


영화 ‘여배우는 오늘도’ 속 문소리는 외친다. “여배우 진짜 더러워서 못 해 먹겠다.” 그가 감독과 주연을 맡은 ‘여배우는 오늘도’는 ‘브이아이피’, ‘청년경찰’ 등 남성 중심 영화들이 나오는 사이에 정식 개봉일을 결정지었다. 비슷한 또래의 장동건이나 김명민은 여전히 정의감과 의리를 불태울 수 있는 멋진 역할을 맡지만, 영화 속 문소리는 “나이에 어울리게 매력적”이고, “예쁘지 않다”는 이유로 ‘정육점 여자’ 제안을 받는다. 그가 모든 지휘권을 쥔 이 영화에서, 문소리는 현실과 시나리오적 설정이 뒤섞인 가운데 성별 이분의 모순을 적나라하게 드러낸다.

문소리는 최근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한국에서 여성인 배우로 살아가는 게 어떤 의미냐는 질문에 “녹록지 않다.”고 말했다. 2000:1의 경쟁률을 뚫고 ‘박하사탕’의 주인공으로 데뷔했지만, 연기력보다는 ‘예쁘지 않은’ 그의 외모가 더욱 화제였다. JTBC ‘마녀사냥’에서 문소리는 대학 시절을 회상하며 “전국구로 나오니까 그렇게 나한테 안 예쁘다고 하더라. 명륜동에서는 나한테 그렇게 괜찮다고 했는데”라고 농담 반 진담 반의 우스갯소리를 날렸다. 과거 이창동 감독에게 “너는 예쁘고 아름답지만 다른 여배우들이 지나치게 예쁜 것”이라고 위로받았지만 “(그 말을 듣고) 지나치게 예쁜 건 또 뭔지 생각했”다고 밝히기도 했다. 여성 배우 문소리의 회의 어린 질문은 이내 예술가로서의 고민으로 확장된다. 최근 진행된 한 인터뷰에서 그는 호주제 폐지 운동에 동참했던 사실을 밝혔다. “매 순간 작품을 하며 여성 캐릭터를 구현하면서 한국에서의 여성에 대한 시각이나 편견, 차별들을 계속 바꾸어가려는 노력(스포츠조선)”의 일환이었다. 그렇다면 ‘여배우는 오늘도’를 만든 이유도 같은 선상에 있다. “예술가들은 자신만의 아름다움을 쫓기 위해 노력하는 사람들”이라는 그의 말처럼, 문소리는 자신이 아름답다고 여기는 가치를 직접 나서서 재현한다. 모두가 문제라는 것을 인식하고 있는 가운데, “어떻게 하면 이런 상황이 변화될 수 있을지” 직접 나서서 해결을 권한다. 바깥에서 제시하는 미의 기준에 불복하는 여성이자, 자신의 작품으로 말하는 예술가의 삶이다.

최근 문소리는 신인 배우를 뽑아 단편 영화를 만드는 JTBC 새 예능 프로그램 ‘전체관람가’의 진행자가 되었다. “좋은 영화인들의 가르침과 훌륭한 감독님들의 사랑 안에서 성장했고, ‘갚아야지’ ‘나눠야지’라는 생각이 늘 있(문화일보)”기 때문에 참여한 일이다. 18년 차 배우 문소리의 삶은 앞으로 자신이 해야만 하는 일들을 고민하는 순간에 이르렀다. 스스로의 의미를 새롭게 발굴해낸 그는, 정말 아름다워 보인다.
CREDIT 글 | 박희아
교정 | 김영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