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구라가 또 사과했다

2017.09.06 페이스북 트위터


지난 8월 30일 MBC ‘라디오스타’는 조민기와 손미나를 ‘욜로’로, 김응수와 김생민을 ‘염전’으로 나눴다. 분류 기준은 원하는 곳에 돈을 쓰느냐 안 쓰느냐였다. 그러나 이날 김생민은 “하고 싶은 것이 없다”고 했다. 정확히는 돈을 많이 모으는 것이 그가 원하는 인생이라고 해야 할 것이다. ‘욜로’의 의미가 ‘한 번뿐인 인생’을 원하는 대로 사는 것이라는 점에서, 김생민은 이미 ‘욜로’로 살고 있다. 그에 따라 생기는 문제는 알아서 감당하면 된다. 김생민이 신동엽에게 지금까지 식사를 사지 않았다 해도, 두 사람이 풀면 될 일이다. 반면 지난 1일 KBS ‘연예가 중계’에서 공개된 것처럼, 김생민은 후배 정상훈이 어려웠던 시절 자주 용돈을 주며 응원하기도 했다. 그런데 ‘라디오스타’는 개인의 사적인 영역을 그들의 기준에 따라 ‘욜로’나 ‘염전’으로 분류하고, MC 윤종신의 말처럼 김생민과 김응수의 삶을 “돈을 안 쓰는” 것으로, 조민기와 손미나는 “돈을 막 쓰는” 것으로 평가했다. 타인의 사적 영역을 그들의 기준으로 나누고 평가한 것이다.

조민기가 “쿠바에서 죽는다면 객사라고 하지 않을 것 같다”고 하자, 김구라는 “(쿠바에서 죽고 싶은 장소에 가서) 카스트로를 욕해봐라.”라고 말했다. 한 사람이 바라는 인생의 정리에 대해, 그는 맞아 죽어보라는 농담으로 답했다. 카스트로에 대한 쿠바인의 존경심 또한 농담거리가 됐다. 그가 김생민이 아내에게 명품백을 선물했다는 말에 “좀 제대로 된 짝퉁”을 줄 생각은 없었냐는 것 역시 마찬가지다. 김구라는 김생민의 “캐릭터”에 어울리는 농담이라고 생각했을 수도 있다. 하지만 김생민에게, 또는 비슷한 삶의 방식을 가진 사람들에게는 자신의 삶의 방식과 다른 선택을 했던 순간을 비웃는 것으로 느껴질 수도 있다. 애초에 돈을 얼마나 쓰느냐에 따라 삶의 방식을 자의적으로 나눈다는 것 자체가 아슬아슬한 기획이었다. 그리고 김구라가 여기에 제대로 기름을 부었다. 그가 김생민을 대하는 태도에 화가 난 시청자들이 인터넷에서 그의 하차 청원을 했고, 3일 현재 3만 명 이상이 서명했다.

예능 프로그램을 위한 농담일 뿐이라고 할 수도 있다. 김구라는 예전부터 그랬다. 하지만 어제는 괜찮았던 농담이 오늘은 문제가 되는 것은 시대의 변화에 따른 자연스러운 일이다. 게다가 ‘라디오스타’와 김구라는 이전에도 게스트를 대하는 태도로 인해 여러 차례 비판의 대상이 됐다. ‘라디오스타’는 지난해 연말 MC들이 걸그룹 레드벨벳의 아이린에게 곤란한 질문을 한 뒤, 적극적이지 않다는 이유로 몰아붙이는 모습을 그대로 내보냈다. 또한 삶의 방식을 소재로 삼은 순간, 농담의 대상은 출연자들뿐만 아니라 그와 비슷한 방식으로 사는 모든 시청자들이 될 수도 있다. 김구라의 하차를 요청한 시청자들이 예민한 것이 아니다. 김구라와 ‘라디오스타’가 둔감할 뿐이다. 김구라가 ‘라디오스타’나 JTBC ‘썰전’에서 돈 많은 연예인의 수입이나 정치인들의 일상에 대해 하는 농담과, 누군가의 삶의 방식을 비웃는 것의 차이를 모른다. 시청자는 그 차이를 가려서 웃을 만큼 달라졌지만, 그들은 과거와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재미있으면 돈을 벌어야 한다.” 김생민의 말에 김구라는 “명언”이라며 공감했다. 하지만 정작 김구라는 돈이 되는 재미를 위해 다른 사람들의 삶을 공짜로 이용한다. 이날 방송에서도 김생민이 자신을 KBS ‘한바탕 웃음으로’ 시절 ‘봉숭아 학당’에 출연하고도 인기를 얻지 못한 개그맨 중 하나라고 하자, 김구라는 그처럼 망한 개그맨을 얘기해보라고 했다. 그가 이렇게 언급한 사람들 때문에 얻은 ‘재미’로 받은 ‘돈’ 중 일부라도 줬을까. 더 거슬러 올라가면 인터넷 방송 시절, 그는 얼굴 한 번 못 본 여자 연예인들에게 성희롱이라는 단어만으로는 너무나 부족한 폭력적인 발언들을 쏟아부었다. 물론 그는 사과했다. 일제 강점기에 일본이 저지른 국가적 성범죄의 피해자들에 대한 폭언에 대해서는 방송 활동도 잠정 중단했었다. 김구라가 이 발언들에도 활동하고 있는 최소한의 명분이다. 그러나 그는 여전히 타인의 삶을, 출연조차 하지 않은 사람을 웃음거리로 삼아 먹고산다. 그리고 문제가 되면 다시 사과한다. 김생민과 관련된 논란이 커지자, 김구라는 또다시 사과했다. ‘라디오스타’ 또한 김생민을 빠른 시일 내에 다시 한 번 초대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발언의 강도와 대상은 달라지지만, 비슷한 문제가 반복되고 있다.

10년 전 ‘라디오스타’가 시작했던 때를 기억해본다. MBC ‘황금어장’의 ‘무릎팍도사’와 같이 방송되던 ‘라디오스타’는 ‘무릎팍도사’의 방영 분량이 넘치면 5분도 채 방송되지 않을 때도 있었던, ‘마이너’를 자처하던 코너였다. 그러나 10년 사이 ‘라디오스타’와 김구라는 한국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존재들이 됐다. 그사이 대중 역시 솔직함과 무례함, 유명인에 대한 직설과 사생활 침해 사이의 선에 대해 점점 더 복잡한 기준을 갖게 됐다. 김구라의 인터넷 방송시절 발언들에 대한 문제의식도 점점 커진다. 이제 김구라는 다른 이의 삶의 방식에 대해 함부로 말한 것에 대해서도 사과하는 상황이 됐다. 물론 그래도 김구라가 돈을 버는 것에는 문제가 없을지도 모른다. ‘라디오스타’는 여전히 인기 토크쇼이기도 하다. 다만 근본적인 문제가 무엇인지 고민하지 않는 한, 김구라가 사과할 일은 계속 생길 것이다. 그리고, 그때마다 그가 인터넷 방송 시절 했던 발언들이 인터넷에서 화제가 될 것이다. 싫다면 어떻게 “재미”로 “돈” 벌지 고민해볼 일이다. 10년 동안 같은 방법으로 충분히 많이 벌지 않았는가.
CREDIT 글 | 강명석